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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도 금융 위기에 처할 것인가?

지난해 9월 중국 2위 건설 기업 헝다가 부도 위기에 처한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 올해 1~9월 중국 100대 부동산 업체의 신규 주택 판매 금액은 지난해보다 45.4퍼센트 줄어 반토막 났다.

이것이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져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완공되지 못하고 방치된 주택이 중국 전역에 200만 채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공사가 중단돼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커다란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평생 일해서 번 돈으로 내 집 하나 마련하려던 꿈이 물거품이 되고, 큰돈을 떼먹힐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도시 100여 곳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 부동산 기업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주택이 200만 채에 달한다 ⓒ출처 dcmaster(플리커)

부동산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경우 기업 부도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45퍼센트가 기업을 운영해도 빚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20퍼센트는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로 직결되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오랫동안 토지 사용권 판매 수익에 의존해 왔고, 이는 2020년 기준 지방정부 재정 수입의 약 46퍼센트에 이른다. 올해 9월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누적 적자는 7조 위안으로 GDP 대비 6퍼센트를 넘기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재정 위기로 전이

물론 중국의 국가 부채는 GDP 대비 49.5퍼센트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숨겨진 부채 때문에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지방정부들이 운영하는 지방정부융자기구의 부채 규모는 GDP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이 부채가 부실화되고 있어 재정 위기를 악화시킬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이와 같은 상황은 부동산 경기 부양에 기댄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보여 준다. 중국은 2000년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실물 경제의 성장 추세는 점차 둔화해 왔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과 건설 경기 부양으로 성장률을 높이려 해 왔다. 그래서 1997년 중국 GDP의 10퍼센트가 되지 않던 부동산 부문은 근래에 25퍼센트가량으로 치솟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코로나19 봉쇄 조처와 함께 중국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올해 중국 성장률은 3퍼센트 안팎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목표치인 5.5퍼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부동산 침체로 재정 위기가 심화하면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여력도 줄어들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경기 부양과 부채 축소 사이에서 오락가락해 왔다. 2020년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기업 규제를 추진했고 그 여파로 2021년 헝다가 파산했는데, 이제는 또다시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예외일까?

부채 위기가 심각하지만 중국은 (서방과 달리) 금융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금융 시스템을 4대 국영은행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정부가 핵심적인 금융 부분을 지배하고 있고, 부채는 주로 국내에서 진 빚이기 때문에 정부 통제력이 더 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부채를 무한히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부채를 구제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 위기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애널리스트 왕잉은 “중국 당국이 모든 기업을 살리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질서 있는 파산’을 추구하겠지만, 정부도 다 파악하지 못하는 부채가 숨어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도 중국 지배자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압력 속에서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고 있지만 이 때문에 중국에서 외화가 유출되고, 달러화 외채 부담이 커지는 등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또 정부가 기업들의 부채를 떠안을수록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폭이 줄어들고 경제적 위기가 정치적·사회적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말 국가자본주의 체제였던 폴란드에서는 외채 위기가 벌어졌다. 당시 폴란드 정부는 물가를 인상해 재원을 조달하려 했고, 이에 항의하는 연대노조의 투쟁이 거대하게 벌어져 정권을 뒤흔들었다. 옛 소련에서도 미국과의 군사적 경쟁이 심화되고 경제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중의 삶을 개선하는 양보를 할 여력이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는 부채 위기의 부담을 결국 노동계급 대중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부동산 기업들의 ‘질서 있는 파산’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노동자가 해고되고, 실업률이 상승하고, 평생 돈을 모아 마련한 집을 잃을 위기에 처했듯이 말이다. 부채 위기의 고통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시도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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