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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예산 대거 감축하면서 “교육활동 보호?”

9월 21일 ‘교권보호 4법’이 통과됐고, 9월 1일부터 교육부의 ‘학생 생활지도 고시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는 교사들은 별로 없다.

윤석열 정부는 말로는 안전한 교육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위기 행동 학생을 분리할 수 있는 공간 마련과 분리 학생을 지도할 인력 등은 모두 개별 학교에 떠넘겼다. 정부가 내놓은 인적·재정적 대책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교육 예산을 대폭 삭감해, 관련 인력 확충과 공간 마련 등 교권 보호 조처 시행은 더 요원해지고 있다.

10월 17일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2024 교육예산 대폭삭감 규탄’ 기자회견 ⓒ출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올해 초·중등교사 교사 정원을 3201명 줄인 데 이어, 내년에 다시 25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학급 수는 큰 변동이 없어 전체 업무량은 줄지 않았다. 결국 감축된 교원 정원에 맞춰 교사 수를 줄이면 교사의 업무 부담은 더 늘어나는 것이다.

〈교육희망〉의 보도를 보면, 인천 지역은 “내년 학급 수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교과 시수를 조절해 학교별 1~3명을 줄이라는 교육청 지침이 내려 왔다.” 충남교육청도 ‘6학급 이상 학교는 일률적으로 교사 1명 감축 지침’을 내렸고, 서울 지역도 학교당 교사 1명씩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구에서는 중학교 141학급, 고등학교 62학급을 감축하면서, 학교별로 교사도 1~4명 줄여야 한다.

교권 보호를 위한 교사 충원은커녕 감축된 인원으로 동일한 업무량을 처리해야 해, 교사들의 고통이 줄어들 수가 없는 것이다.

농어촌과 구도심의 소규모 학교는 교사 부족으로 이미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데 교사 정원이 추가로 감축되고 있으니 상치·순환 교사는 더 늘어나게 되고,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지게 생겼다.

게다가 정부는 그동안 부족한 교사 정원을 메우려고 한시적 기간제 교사를 대규모로 채용해 왔는데, 내년에는 교육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한시적 기간제 교사 정원마저 줄이겠다고 한다.

기존 업무는 줄어들지 않는데, 사교육비 경감 대책, 학생 개인 맞춤형 교육, 디지털 전환 교육 등 해마다 새로운 업무가 더해지고 있으니 결국 남은 교사들이 노동강도를 높여 더 많은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담당 과목 수까지 늘어나는 형국이다.

현장의 많은 교사들은 수업·생활지도·상담·평가 등을 충실하게 하려면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초중고 학급 중 21명 이상 과밀학급이 75퍼센트나 됐다. 26명 이상인 학급도 초등 27퍼센트, 중학교 59퍼센트, 고등학교 37퍼센트나 됐다(교육통계연보).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학생 수 감소를 교육 환경 개선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교육 예산을 삭감할 방안으로 여기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긴축 재정과 세수 감소를 이유로 올해 교육청 교부금을 대폭 삭감했다. 올해 지방교육교부금 예상액은 75조 7000억 원이었지만 실제 지급액은 65조 원으로, 무려 11조 원이나 줄인다. 올해 국세수입이 59조 1000억 원이 감소한다며 말이다. 이미 내년 교부금도 7조 원가량 줄인다고 한다.

정부는 초·중등 예산을 떼어내 대학에 지원겠다고 한 데 이어, 삭감된 교육 예산으로 유보통합을 위한 어린이집 지원도 하라고 한다.

이런 식이면 ‘공교육 정상화’나 교권 보호는 고사하고 기존의 초·중등 교육 운영마저 어려워지고 교육 환경은 더욱 나빠질 공산이 크다.

교권을 보호하고,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는 유일한 길은 교사와 행정 인력 등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사의 업무 감축, 상담·특수 교사 증원 등 교사 처우 개선과 전반적인 교육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인력과 재정 지원이 없다면 정부의 ‘교육활동 보호’ 구호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