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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 서울도 폐지 위기: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진정한 교권 보호 대책 아니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주도해 충남 학생인권조례를 폐지시켰다. 학생인권조례는 서울에서도 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보수 언론은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침해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일부 교사 사이에서도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적으로 보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이런 상황을 악용해, 국힘 도의원들이 폐지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역의 기독교 우익 등이 주민청구 형식으로 발의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해 대전지방법원이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원 발의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밀어붙인 것이다.

학생 인권은 교권과 대립이 아니라 상호 성장하는 관계다 ⓒ출처 녹색당

그러나 여권과 보수주의자들이 “교권 보호”를 운운하는 것은 진정으로 교사들의 안전과 권리를 염려해서가 아니다. 정부의 “교권 보호” 대책은 예산과 인력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허울 좋은 말잔치였음이 드러났다.(관련 기사: 본지 483호 ‘서이초 ‘무혐의’ 조사 종결: 경찰 조사도, 교권 보호 대책도 무성의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

그들은 교권 보호를 핑계삼아 황당하게도 학생 통제와 경쟁 교육을 더 강화하려고 한다. 얼마 전 정부는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를 결정했다. 경쟁 교육이야말로 교권 침해의 주된 요인인데 말이다.

정부는 교육 예산을 삭감하고 교사 인력 감축에 나서며 교사들의 조건도 공격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충남교사노조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용인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교직원 모두의 인권을 보호할 새로운 인권조례 제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지만, 교육 구성원 모두의 인권 증진에 역행하는 공격에 이용된 셈이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폐지에 반대했다.

후퇴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생인권조례를 오남용했을지라도, 학생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체벌을 금지하고 학생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후퇴다.

사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기본적 권리를 명시했다는 상징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의 원흉인 양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교권 침해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2017~2021년 시도별 교육활동 침해 건수를 합산해 비교한 결과를 보면,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이 교사 100명당 0.5건, 조례가 없는 지역이 0.54건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에서 교권 침해 건수가 오히려 조금 더 낮게 나타났다.(정의당 정책위원회, ‘교원 100명당 교육활동 침해 현황’)

인권 보장 수준이 높고 인권 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일수록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교사의 권위 인정과 교육권 존중에 적극적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구정화, ‘학생의 인권보장 정도와 교권 존중과의 관련성’, 2014)

이는 학생 인권과 교권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성장하는 관계임을 보여 준다.

물론 많은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 갈수록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에게 교육활동에 대한 권한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강화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키우고,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지난해 교권 보호 방안을 요구하며 수개월간 투쟁한 대다수 교사들은 학생들을 억압할 권한을 강화해 달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들 대다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에도 비판적이었다.

교권 침해는 단지 몇몇 막무가내 학생과 학부모 개인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개개인들에 영향을 미치는 더 넓은 사회와 교육 구조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관련 기사: 본지 470호 ‘갈등으로 얼룩진 학교, 교권과 학생인권의 대립이 문제인가?’)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교육의 시장화와 상품화로 인한 교사의 사회적 지위 하락, 입시 경쟁 강화와 교육 불평등 악화, 그에 따른 학생의 소외 심화와 학부모의 불안감 증대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교권 추락의 근저에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가장 억압받는 것은 여전히 학생이다. 가혹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학생들은 과도한 학습량과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나날이 좌절을 경험한다. 학생들의 극심한 소외는 때로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는데,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처럼 잘못된 교육 구조 속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간 갈등이 끊임없이 양산되고, 그 과정에서 교권 침해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입시 경쟁과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돼야 한다. 학교 서열화도 없어져야 한다.

인력을 대폭 충원해 교사의 과중한 업무를 대폭 줄이고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는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교사들이 학생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데에도 좀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근본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경쟁과 차별, 억압으로 얼룩진 교육은 교육이 자본주의의 필요에 종속된 결과다. 일그러진 학교 시스템의 진정한 변화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 과정 속에서만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