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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다보스 참석 지배자들이 밀레이의 극우 시장주의 연설에 찬사를 보내다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하는 아르헨티나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지배자들은 비현실적 주장이었어도 그의 연설에 찬사를 보냈다 ⓒ출처 WEF (플리커)

십중팔구 올해의 가장 역겨운 정기 행사는 매 1월 스위스 다보스 스키 리조트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일 것이다. 그 행사는 부유한 기업인들과 그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학자와 언론인들 따위가 으스대고 인연을 맺는 자리다.

지난주에 열린 그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세계경제포럼의 대표 구호에 잘 요약돼 있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해 헌신하는 세계경제포럼.” 다시 말해, 돈과 덕을 동시에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뛰어난 언론인이었지만 요즘은 세계경제포럼과 같은 기업인 축제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질리언 텟은 다보스에 모인 기업인들이 인공지능과 지속가능성에 관해 논의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인공지능은 더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의 새로운 원천으로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십중팔구 한갓 몽상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한편, 모두가 말로만 지지하는 ‘넷제로’ 경제 전환은 리튬이나 니켈 같은 주요 광물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텟은 이렇게 전한다. “다보스 포럼에는 우크라이나 대표단도 대거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들은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양의 주요 광물들이 매장돼 있음을 지적하는 데 열심이었다.”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원재료를 둘러싼 쟁탈전이 제국주의적 경쟁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기만족적인 미덕 과시의 향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지난주의 중심 행사라고 할 수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의 연설이었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취임한 밀레이는 스스로를 “아나키즘적 자본주의자”라고 부른다. 밀레이는 선거 운동에서 전기톱을 휘두르며 공공지출 삭감 의지를 과시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은 존경 어린 말로 밀레이를 소개했다. 슈밥은 밀레이가 아르헨티나에서 “법치”를 바로 세우고 있다고 찬양했다. 흥미로운 얘기다. 왜냐하면 현재 밀레이의 부통령 빅토리아 비야루엘은 1976~1983년 동안 3만 명을 살해한 군부 독재의 명예를 되찾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기 때문이다.

다보스에서 밀레이는 이렇게 선포했다. “서방 세계는 위험에 처했다. ⋯ 서방의 가치를 수호한다는 자들이 사회주의, 따라서 빈곤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세계관에 포섭됐기 때문이다.” 밀레이는 경제 진보의 유일한 원동력인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집단주의”에 잠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집단주의”는 국가의 시장 개입을 뜻한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얘기다. 옥스팜이 세계경제포럼을 기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 5명은 2020년 이래 자신의 부를 두 배로 늘렸다. 이것은 전혀 사회주의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 사는 친구가 내게 강조했듯이 밀레이는 결코 멍청한 자가 아니다. 다보스에서 밀레이는 자유지상주의적 우파의 관점에서 주류 경제학을 논리 정연하게 비판했다. 예컨대 밀레이는 프리드리히 폰 하이예크의 사상에 기초해 시장은 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 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되는 “시장 실패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밀레이는 주장했다. 그리고 오직 국가에 의한 “강제가 있을 때에만 시장은 실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 불안정과 침체는 2007~2009년 세계 금융 위기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위기는 급진적인 규제 완화의 시기, 즉 국가가 후퇴한 뒤에 시작됐다. 알아서 작동하도록 내버려 둔 시장은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

그럼에도 밀레이의 연설은 분에 넘치는 찬사를 받았다. 영국의 우파 경제 역사가 니얼 퍼거슨은 밀레이의 연설을 두고 “개인의 자유와 자유 시장 경제를 탁월하게 옹호했다”고 칭찬했다. 이런 반응들은 밀레이의 정책이 반드시 실현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밀레이는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를 달러로 대체하겠다거나 중앙은행을 “폭파하겠다”는 공약에서 후퇴해야 했다.

금융 추락 이후 20년에 접근하고 있는 지금 세계경제는 오히려 국가의 지원에 의지한 채 절뚝거리고 있고, 팬데믹과 기후 혼돈,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에서의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에 갈수록 취약해졌다. 밀레이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고 주장한다. 생명 유지 장치를 박살내자는 것이다. 이런 공상적인 언사가 — 거기에 더해 집회의 자유에 대한 맹공격이 —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체제에서 득을 보는 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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