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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의 인종학살 중지를 요구하는 임시 조처를 내릴 수 있다

1월 13일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행동의 날 런던 시위에서 남아공에 감사를 표하는 시위 참가자 ⓒ출처 Steve Eason (플리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 학살에 제동을 걸 긴급 잠정 조처를 도입하라는 남아공의 요청에 대한 결정을 26일 금요일(네덜란드 현지 시각)에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은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실효성 있는 조처를 취하기를 기다릴 것이고 그런 바람은 정당하다. 이번 제소로 전 세계, 특히 ‘글로벌 사우스’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한 편에 서고, 이스라엘·영국·미국·독일과 이들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다른 편에 서게 됐다.

남아공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는 지극히 통렬하고,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의 범죄들을 분명히 입증했다.

비록 많이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남아공이 제출한 자료는 이스라엘의 동맹국들이 가자지구 학살을 그저 묵인만 한 게 아님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스라엘의 동맹국들은 학살을 응원하고, 외교적으로 정당화하고, 무기를 공급했다.

이번 주에 최종 판결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그때까지 이스라엘이 학살과 인종 청소를 계속 자행한다면 가자지구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남아공은 이스라엘에 공격을 멈출 것을 요구하는 긴급 잠정 조처를 취해 달라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요청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이 재판 자체를 기각하거나,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취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그러기에는 증거가 너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판소가 이스라엘에 살육을 자제하라고, 또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인종차별적이거나 인종 학살 의도가 담긴 발언을 삼가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

그리 되면 이스라엘과 그 후원자들은 크게 분노할 것이다. 한편, 그런 결정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의 정당성을 재확인시켜 주고 더 많은 행동을 고무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주류 기관도 결코 인정하지 않겠지만, 팔레스타인인 저항 세력들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 또한 분명해질 것이다.

1월 24일 수요일 영국 하원의원들은 노동당 의원 타히르 알리의 발언에 충격받은 것처럼 굴었다. 알리는 가자지구에 관해 발언하며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피가 리시 수낙 총리의 손에 묻어 있다”고 했다. 전적으로 온당한 이 발언에 대해, 노동당 지도자들은 거리를 뒀다. 그들은 휴전 요구를 일축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리는 노동당 원내대표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렇지만 수낙을 비롯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모든 자들이 대량 학살의 공범이라는 것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확인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무시할 것이라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국제사법재판소도, 악의 축도, 그 무엇도 말이다.”

2015~2022년에 유엔 총회(모든 국가가 투표권을 행사한다)에서 통과된 이스라엘 규탄 결의안이 최소 140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를 집행하기 위해 유엔이 실질적으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서방 제국주의는 이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임시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모조리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말이다. 영국도 그런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국제 재판소든, 판사든, 누가 됐든 이스라엘에 반대하면 유대인 혐오라는 근거 없는 비방을 퍼부을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가 뭐라고 결론 내리든, 투쟁의 핵심 전선은 거리와 일터에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더 키우는 것이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을 위한 투쟁은 휴전 요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살인과 강탈에 기초해서 세워진 국가, 세계 자본주의의 중요한 지역에서 제국주의의 전초기지 구실을 하는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 자체에 문제 제기해야 한다.

남아공 측 자료들

남아공은 제출한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폐허로 만들었고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다. 가자지구 사람들을 죽이고 해치고 있으며,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서 물리적으로 말살하려는 주도면밀한 목적하에 가자지구의 생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거주 지구를 비롯한 가자지구 대부분을 황폐화시켰다.” 그 결과 “가자지구 인구의 85퍼센트에 이르는 190만 명이 피란해야 했다.”

이스라엘 군대는 이렇게 피란한 사람들을 “갈수록 좁은 지역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은 제대로 된 피난처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 공격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위해를 입고 있다.”

이스라엘은 “갇혀 있고 포위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필수적인 식량·물·의약품·연료·피난처 등 인도적 지원”이 제공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의 폭탄과 미사일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보다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인해 조용히, 천천히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질 위험이 있다.”

“현재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 대부분이 기아 상태이다. 기아는 날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

남아공의 제소장에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망언들이 인용돼 있다. 이스라엘 의회 부대변인이자 외교안보위원인 니심 바투리는 10월 7일에 이렇게 썼다. “이제 우리 모두의 목표는 하나다. 바로 가자지구를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10월 9일에 이렇게 말했다. “가자지구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전기, 식량, 물, 연료 아무 것도 못 들어간다.”

네타냐후는 10월 28일에 성경 구절을 원용해 이렇게 말했다. “아말렉이 한 짓을 기억하라.[아말렉은 구약 경전에서 유대인의 적으로 나오는 고대 부족이다 — 역자.]

“가라, 아말렉을 공격하라…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남녀노소 모두, 갓난아이까지 죽여라.”

이스라엘의 농림부 장관은 11월 11일에 이렇게 말했다. “사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가자지구판 ‘나크바’이다.” 나크바는 1948년에 시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인 인구 80퍼센트를 추방한 것을 말한다.

이스라엘군 퇴역 소장 지오라 에일란드는 11월 6일에 이렇게 썼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인도적 위기를 일으켜야 한다. 가자지구는 어떤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 에일란드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가자지구 남부에 심각한 전염병이 돌면 우리는 승리에 한 발짝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