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인종학살과 이슬람 혐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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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직원들을 학살한 사건은 지난 6개월 동안 가자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스라엘의 학살 기구가 얼마나 무자비한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그 학살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져서 영국에서는 보수당마저 분열하고 있다. 윈스턴 처칠의 외손자 니컬러스 솜스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극렬한 극우인 수엘라 브래버먼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학살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월드센트럴키친 직원 학살의 여파로 심지어 독일도 압력을 받고 있다. 그 전까지 올라프 숄츠 정부는 네타냐후를 확고하게 지지하고 이스라엘에 더 많은 무기를 수출했다. 그러나 그러면서 갈수록 커지는 외교적 대가를 치렀다. 독일 경제협력·개발부 차관 닐스 아넨은 이렇게 시인했다. “독일은 아랍 세계에서 소프트 파워를 상당히 잃었다.”
독일은 600만 명에 가까운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한다. 2008년 3월 당시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이스라엘 국회에서 한 유명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독일의 특별한 역사적 책임은 ⋯ 독일 국시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독일 총리인 저에게 이스라엘의 안보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주간지 〈슈피겔〉이 지적했듯이, “‘독일의 국시’에 관한 정식화는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메르켈이 남긴 유산의 하나가 됐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독일연방공화국(1949년 독일을 점령한 서방 열강이 세운 서독)의 관계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독의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는 홀로코스트 이후 독일이 국제적으로 다시 인정받으려면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핵심적이라고 봤다. 아데나워는 그러한 견해를 유대인 혐오가 묻어나는 언사로 표현했다. “유대인의 영향력, 특히 그들이 미국에서 가진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1953년에 합의된 독일의 배상금은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온 유대인 난민 50만 명을 흡수하던 상황에서 이스라엘 경제를 부양시켜 줬다. 1957년 이후 서독은 이스라엘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 됐다.
역사가 애덤 투즈는 무기가 메르켈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고 강조한다.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독일이 이스라엘에 제공한 정말로 중요한 무기들은 크고 무겁고, 설계와 수송에 여러 해가 걸리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무기다. 그것은 바로 잠수함이다. 1990년대 이래로 독일의 조선소들은 이스라엘 잠수함 함대의 주요 도급 업체가 됐다.”
독일이 건조한 6척의 잠수함은 핵탄두(이스라엘은 약 9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를 탑재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960년대 초부터 독일과 이스라엘의 군사 협력에서 핵심적이 된 측면 하나는 이런 비밀 핵 전력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메르켈은 이란이 이스라엘에 가할 위협을 우려했다고 투즈는 강조한다.
한편, 독일 국내에서는 친이스라엘 “국시”에 따라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가 유대인 혐오적인 것으로 규정되고 탄압받았다. 2019년 독일 의회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 운동(BDS)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7일 공격 이래로 독일의 문화·학술 기관들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사람을 모두 제척하는 광적인 공세에 몰두했다. 특히 망신스러운 사례는 막스 플랑크 사회인류학연구소가 레바논계 오스트리아인 인류학자 가산 하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이유로 해고한 것이다.
독일 학계의 핵심부도 “국시”를 따르고 있다. 독일의 살아 있는 가장 유명한 철학자이자 프랑크푸르트 마르크스주의 학파의 계승자인 위르겐 하버마스는 두 동료와 공동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겪게 될 불행은 매우 우려스럽지만, [하마스의 — 역자] 인종 학살 의도를 이스라엘의 행동 탓으로 돌리는 것은 모든 판단 기준을 내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더 진정한 좌파 철학자라고 할 수 있는 낸시 프레이저는 얼마 전 쾰른 대학에서 초빙 교수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녀의 죄는 무엇이었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철학”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 연명한 것이었다. 유대인인 프레이저가 제척당한 것을 계기로 마침내 독일에서도 몇몇 저명한 학자들이 항의에 나섰다.
그러나 매카시즘(반공주의 마녀사냥) 열풍이 휩쓴 1950년대의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억압이 사회에 깊숙히 파고들어 있다. 팔레스타인에 동정적이라는 이유로 지역 문화 센터들에 대한 국가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고 있다. 이것은 단지 독일 제국주의와 이스라엘 정착자 식민주의의 전략적 동맹 때문만이 아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억압을 강화하라고 주류 정당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종 학살과 이슬람 혐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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