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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군의 라파흐 학살 임박

이스라엘군은 4월 20일(이하 현지 시각) 라파흐 공습을 재개했다. 팔레스타인인 10여 명이 죽었고 대부분이 어린이였다.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과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가 “중동 안정 유지 문제를 논의”한 직후에 공습이 시작됐다.

4월 21일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며칠 내로 하마스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스라엘군이 유월절 기간에 공격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오늘부터 30일까지 유월절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판단한다면 30일 전에는 공격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동안 이스라엘은 그러한 보통의 공격 문법을 생각하지 않고 했기 때문에 사실상 유월절 내에도 공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YTN, 4월 22일 자)

유월절은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인의 명절이다. 그만큼 이스라엘인 인질들의 빈자리가 그 기간에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초조함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군 탱크 ⓒ출처 IDF

네타냐후는 라파흐를 침공해야 인질을 구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지상전은 오히려 인질 사망 위험을 더 키우고 있다.

네타냐후의 진정한 목표는 인질 구출이 아니라 하마스 섬멸이다. 라파흐를 공격하지 않으면 하마스를 섬멸하지 못할까 봐 네타냐후는 초조해 한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은 네타냐후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치욕이기 때문이다. 그날 하마스는 이스라엘 영토를 밟았다.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때 이집트에 의해 영토 ‘침범’을 당한 지 50년 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이라는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죽고 다치고 있지만 하마스 등 저항 세력을 변함없이 지지하고 있다. 4월 초순 이스라엘 군대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들의 항전에 밀려 칸 유니스 등 가자지구 남부에서 퇴각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불굴의 저항 때문에 네타냐후 정부는 정치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수많은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 국가는 국제적 ‘왕따’가 됐다. 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과 아랍의 정부들을 만만찮게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보복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4월 19일 이란을 제한적으로만 공격했다. 아마도 미국이 라파흐 학살을 지지해 주기로 했기 때문인 듯하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격을 실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이 이전에 제시했던 라파흐 군사 작전 계획을 수용한다는 의사를 보였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4월 18일 자)

미국은 중동에서 대규모 반란을 촉발하고,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하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사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 작전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제다. 특히, 미국이 또 다른 중동 전쟁에 휘말리기를 거부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이 밀집해 있는 이스파한을 공습했는데, 이란 정부는 “피해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네타냐후는 이란을 도발해 미국 등 서방을 이스라엘에 더 밀착시키고, 가자지구의 인종 학살에 대한 세계인들의 분노를 다른 데로 돌리고 싶어 했다.

4월 14일 이스라엘로 향한 수많은 이란 발사체들은 이스라엘이 “거친 이웃”으로부터 끊임없이 적대를 당하는 희생자라는 이미지를 되살렸다.

미국 정치인들은 이란의 응징 공격 뒤 이스라엘을 한껏 방어하기로 결정했다. 4월 20일 미국 하원은 260억 달러(36조 원) 규모의 이스라엘 안보 지원안을 통과시켰다.

네타냐후의 라파흐 공격에 청신호를 준 것이다. 이튿날 네타냐후는 하마스에 “추가적이고 고통스러운 타격”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한적인 이란 공격 때문에 네타냐후 동맹들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났다.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이스라엘의 이란 대응이 “dardaleh(다르달레)”였다고 X(옛 트위터)에 올렸다. ”다르달레”는 힘이 없고 실망스럽거나 형편없다는 히브리어 속어다(〈예루살렘 포스트〉 4월 19일 자).

미국이 이스라엘에 라파흐 학살 자유재량권을 주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다시 공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라파흐를 공격할 자유재량권을 줬다.

4월 18일 미국은 이스라엘의 고위 관리들과 화상 회의를 열어 라파흐 지상 작전을 승인했다.

‘이란 공격을 허용할지 아니면 라파흐 침공을 수용할지’ 선택하라는 이스라엘의 요구에 미국은 라파흐 침공을 고른 것이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당장은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나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제한적인 이란 공격으로 서방은 지역 전쟁으로의 확대를 피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피로 치르게 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런 더러운 거래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이란의 응징이 있기 전까지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발표했던 라파흐 침공에 대한 경고를 더는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선택은 바이든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얼마나 무가치하게 여기는지를 새삼 보여 준다.

지역 전쟁을 촉발시킬 것이 거의 확실한 행동을 감당하느니보다 가자지구의 인종 학살 작전을 완수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비정한 논리인가.

비정함 이스라엘의 라파흐 공습으로 숨진 엄마 배 속에서 제왕절개로 살아남은 가자지구 아기

그러나 이란 공격과 라파흐 공격은 가정컨대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둘 다 안 돼” 하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꽉 껴안는 ‘곰의 포옹’ 전략을 취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을 확고하게 지지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이스라엘더러 전쟁을 끝내라고 말한 적이 결코 없다.

다만 민간인 피해를 줄이면서 하마스를 공격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하마스만 섬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실은 라파흐를 공격해도 좋다고 말해 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스라엘이 세운 라파흐 거주 민간인 대피 계획은 텐트 4만 개를 구입해 라파흐 인근에 설치하는 것이다.

라파흐에는 지금 약 1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텐트 4만 개를 설치하는 것으로 라파흐에 가해질 피해를 막을 수 있겠는가.

또, 이 계획에는 음식, 물, 기타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 방안이 아예 없다.

그러나 이런 아무 쓸모없는 ‘대책’만으로도 이스라엘은 미국의 우려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집트의 엘시시 정권도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공모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집트도 이스라엘의 라파흐 군사 작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난민 유입을 막으려고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대비라는 것은 국경 지대인 시나이 반도 사막 지대에 가자지구 출신 피란민들을 수용할 수용소를 만드는 것이다.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 있고 이집트 내 어떤 마을과도 거리가 먼 수용소에 팔레스타인인 5만~6만 명을 가두겠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서방 정부들이 어지럽게 벌이고 있는 현혹·미혹 전술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제국주의와 시온주의에 대한 경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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