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캠퍼스 연좌 농성의 열기가 전해지다
〈노동자 연대〉 구독
5월 2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전과 인종 학살 중단을 요구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서른여섯 번째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했다.
현재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도심 집회뿐 아니라 캠퍼스와 지역 사회, 몇몇 일터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 농성에 고무받아 국내 여러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농성을 하고, 도심 곳곳에서 활동가들이 홍보전을 하고, 교사들은 학교에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이런 활동들 하나하나가 여러 대도시들에서 매주(또는 격주로) 열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이 집회들에는 언제나 다양한 사람들의 참가가 돋보인다. 이런 다양성은 집회가 개방적으로 유지되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오늘 서울 집회에도 다양한 연령과 인종, 국적의 사람들이 참가해 국제적 연대가 흠뻑 느껴졌다.
오늘 집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흐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이로 인해 라파흐에 식량 배급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열렸다.
학내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대학생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학내 농성 중 학생들에게 받은 지지 메시지를 모아 집회 시작 전부터 전시했다.
첫 발언은 이집트에서 온 팔레스타인인 대학생 메나 씨가 했다. 메나 씨는 “10살이던 2008년도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끊임없이 목격”해 왔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저항 세력을 공격한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인들 수천 명을 학살하고 병원과 교회, 모스크 모든 것을 폭격해 왔습니다.
“지난 2014년, 2018년, 2021년 이 모든 해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평화로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단 하루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없었고, 이스라엘의 드론 소리에서 자유로운 날이 없었습니다.
“지난 230일의 전쟁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3만 5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했습니다. 그중 1만 5000명이 어린아이이고, 1만여 명이 여성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실종자들이 건물 잔해 속에서 묻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우리 청년 학생들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쟁을 멈추고 인종 학살을 중단하기 위해서 나서야 합니다. 저희는 팔레스타인이 독립하고 주권을 쟁취할 때까지 함께 싸울 것입니다.”
다음 발언자는 정의를 위해 거리에서 싸워 온 예수살기의 최헌국 목사였다. 그는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 버클리 캠퍼스를 방문해 학생들의 캠퍼스 점거 운동에 참가한 경험을 공유하며 국제적인 운동의 분위기를 전했다.
“버클리 대학 정문 앞에 이르니 넓은 광장에 수많은 텐트들이 쳐져 있었고 또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서 열띤 토론을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1시간 정도 같이 현수막을 펼치고 같이 팔레스타인과의 연대, 전쟁 반대를 외치면서 시위를 했습니다.
“시위 과정에서 학생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살펴보면서 ‘미국 대학생들의 변화가 굉장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미국이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좇는 국가가 아니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주는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피켓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자유가 있는 그날까지 팔레스타인들과 연대해 우리는 멈추지도 쉬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정말 굉장히 놀라웠고 고무됐습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텐트 농성을 진행하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대학원생과 연구교수도 농성에 동참해 대학생들에게 용기를 줬다.
서울시립대 텐트 농성에 동참한 연구교수 크리스 씨가 다음 발언을 했다.
“저는 영국 국민입니다. 영국이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에 대한 영국의 협력에 맞서 발언하는 것이 저의 도의적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주간 미국에서 시작해 영국으로, 또 다른 나라로도 확산된 대학생들의 시위는 전 세계 대학가를 마치 희망의 등대처럼 불타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서울시립대를 비롯해서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에서 학생들과 교직원 교수들이 단결해서 팔레스타인의 연대를 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농성장은 단지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일 뿐 아니라 정의를 향한 우리의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여 주는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갈 길이 멀지만 우리의 운동은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점령의 종식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땅을 반환할 것을 요구합니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나 인사동을 거쳐 다시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Free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에 독립을), “학살 국가 이스라엘 인종 학살 멈춰라,” “학살 공범 조 바이든” 구호가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 3개월여 만에 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힌 한 유학생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집회에 오니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참가자들의 힘찬 구호와 북소리는 행진을 시작하자마자 광화문 광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팔레스타인 연대 스티커를 받고 좋아하는 아이들, 유인물을 읽으며 함께 온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는 부모님들, 아랍어 구호를 함께 외치는 외국인들까지 팔레스타인인들에 연대하는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리의 행인들과 행진 참가자들이 서로를 응원하며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행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호응하게 하는 것에는 ‘팔봉이들’(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자원봉사단)의 역할이 컸다.
내·외국인 팔봉이들이 적극적으로 유인물과 팻말을 거리에서 나눠 줬다. 행진을 구경하며 모여 있던 사람들이 유인물 배포를 방해하는 경찰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유인물을 받아가기도 했다.
인사동에서 유인물을 받고 행진에 합류한 캐나다 대학생 관광객들은, 캐나다에서처럼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너무 반갑다고 했다.
인사동의 작은 골목과 2층 카페 곳곳에서 행진 대열을 카메라에 담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종로의 대로를 행진할 때는 이집트 난민인 어린아이의 구호 선창에 맞춰 박수를 보내는 행인도 있었다.
행진을 하면서 대열이 불어났다.
참가자들은 다음 주 토요일 제37차 집회에서 모일 것을 다짐하며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5월 26일(일)에는 수원(오후 2시 수원역), 부산(오후 2시 30분 서면 쥬디스 태화), 원주(오후 2시 중앙시장 사거리 농협), 인천(오후 3시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집회가 열린다.
관련 기사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 기사 모음
추천 기사·책·영상 모음: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정당하다
팔레스타인 연대:
영국 대학교 30여 곳에서 점거 중 ─ 투쟁 수위 높일 방안 논의 중
독자편지
학교에서 팔레스타인인 초청 강연회를 조직한 경험
—
100명이 참가해 깊은 관심을 보이다
증보
캘리포니아대학교 노동자들,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 돌입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운동:
1960~70년대 미국의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에서 배울 수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저항이 이스라엘 내각을 분열시키다
영상
국내 대학가에서도 시작된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시위
수원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다양한 이주민과 한국인 500명이 참가하다
제보 / 질문 / 의견
〈노동자 연대〉는 정부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들 편에서 보도합니다.
활동과 투쟁 소식을 보내 주세요. 간단한 질문이나 의견도 좋습니다. 맥락을 간략히 밝혀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내용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편지란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