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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대학교 노동자들,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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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대학교(UC)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를 지지하며 5월 20일(월) 파업에 돌입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의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 4811 지부는 지난 금요일 압도적 찬성 투표로 파업을 가결했다. 모든 분회가 파업 찬성을 결정했다.
이번 파업은 경찰과 대학 당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점거 운동 공격에 대한 반격이다.
5월 초 UC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격돌한 이래로 공격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주에도 경찰은 UC 어바인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점거를 침탈해 최소 47명을 체포했다.
대학 당국은 경찰을 캠퍼스로 불러들이고 시위 참가 학생·노동자들을 징계했다. 16일 목요일에 UC 당국은 “대학 캠퍼스 내에서 캠핑을 일절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노동자들은 이런 공격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캠퍼스 점거 시위 참가자 징계 방침 철회, 학내 시위 및 표현의 자유 보장을 제1 요구로 내걸고 있다.
또, 도합 59억 달러(한화 8조 450억 원) 규모의 이스라엘 및 그 유관 기업 투자와 미국 군수 기업과의 산학 협력 등을 중단하라고도 대학 당국에 요구한다. 대(對)이스라엘 투자 철회는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 운동의 제1 요구이기도 하다.
반격
파업은 UC 산타크루즈 캠퍼스에서 시작됐다. 학부생이 1만 9000여 명이고 대학원생이 2000명 조금 못 되는 캠퍼스에서 근로 대학(원)생과 수업 보조 직원 대부분이 파업에 동참했다. 중식 집회에는 대학원생·교수·연구원들이 1000명 넘게 참가했다.
대학 당국은 경제적 요구를 걸지 않는 ‘정치 파업’이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조합원들에게 해고 위협을 했지만 노동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기 조금이라도 두려운 사람 있나요?” 대학원생 스티븐 융이 마이크를 잡고 소리치자 대열은 커다랗게 “아니오!” 하고 화답했다. “연대하면 홀로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하는 외침도 터져 나왔다.
역사학 교수 뮤리엄 데이비스는 “역사적 파업에 동참해 영광입니다. … 팔레스타인을 위한 투쟁으로 우리 자신도 해방될 것입니다!” 하고 연설했다.
이번 파업은 기말고사를 2주 앞두고 시작돼 학사 일정에 일정 정도 타격을 주고 있다.
UC 산타크루즈 당국은 캠퍼스 정문을 폐쇄하고 몇몇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지만, 강의용 온라인 대화방을 개설할 행정 직원들이 파업에 나선 탓에 이조차도 차질을 빚었다고 학부생들이 외신에 전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폐쇄된 캠퍼스 정문 앞에 “가자지구에는 대학이 남아나지 않았다”는 대형 현수막을 걸고 그 앞으로 천막 농성장을 옮겼다. 농성은 무기한 진행될 예정이다.
“파업을 확대하라!”
파업은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
현재 파업은 전면 파업이 아니라 지명 파업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노조 지도부는 UC 캠퍼스 중 학부생 수가 가장 적은 산타크루즈 캠퍼스에만 파업을 지명한 상태다. 훨씬 큰 UCLA(4만 6000명), UC 버클리(4만 5000명), UC 샌디에이고(4만 2000명) 등에는 아직 파업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다(5월 21일 현재).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미 행동하고 있다. 산타크루즈뿐만 아니라 다른 캠퍼스에서도 여러 조합원들이 수업·채점·근로를 무기한 거부하고 있다.
18일(토)에 노조 지도부가 UC 산타크루즈를 파업 분회로 지명하자마자 지부 SNS와 웹사이트에는 “대체 왜 산타크루즈만이냐” “우리 분회는 언제 지명할 거냐” 등 항의성 댓글이 여럿 달렸다.
파업 돌입 당일에는 여러 캠퍼스의 노동자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산타크루즈 캠퍼스에 연대 방문했다. 이들은 “다음은 UCLA”, “샌디에이고는 언제?” 하는 팻말을 들고 집회와 농성에 참가했다.
UC 연대체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지지하는 학생들’(UC SJP)은 성명을 내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UAW 4811 지부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파업을 결정하며 연대한 것을 환영한다.
“향후 과제는 명백하다: UAW 4811 지부는 지금 당장 캘리포니아대학교 모든 캠퍼스에 파업 돌입을 지시해야 한다. …대학 당국은 [대(對)이스라엘] 투자를 철회하기는커녕 버클리·어바인·로스앤젤레스·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천막 농성장과 건물 점거를 폭력 철거·진압했다.”(강조는 원문)
UC SJP는 “UAW 4811 지부 지도부가 기층 조합원들과 광범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 단체들이 내놓은 요구들을 지지해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기층 조합원들이 미승인 파업(노조 지도부의 승인 없이 벌이는 파업)을 벌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UCLA, UC 데이비스, UC 어바인, UC 샌디에이고 등이 잇달아 파업에 나설 수 있다.
“노조가 그 캠퍼스들에 파업을 공식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지도부의 승인 없이도 독립적 행동이 벌어질 수 있다.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운동과 파업 중인 산타크루즈의 동료들을 지원하는 파업·시위를 준비한다고 밝히는 조합원이 여럿 있다.”
이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에 나서면 더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발휘하는 위력이 캠퍼스 점거 운동과 결합되면 지금도 정치 위기에 시달리는 바이든과 미국 권력층을 더한층 떨게 할 것이다.
UC 노동자들을 응원한다. 미국 곳곳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이들의 선례를 뒤따르기를 바란다.
5월 22일에 캘리포니아대학교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지지하는 학생들’(SJP)의 파업 지지 성명에 관한 내용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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