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이주민의 도시 안산으로 확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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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명이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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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경기도 안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이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속에 열렸다. 안산에서 처음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였음에도 무려 6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현장 영상 보기)
이번 집회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과 안산이슬람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팔연사는 지난 8개월 동안 매주 서울에서 집회를 열 뿐만 아니라 인천, 부산, 수원, 원주, 춘천, 울산 등 지역 곳곳으로 운동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날 집회를 계기로 안산으로도 운동을 확대하고 있다. 안산이슬람센터는 지난 일주일간 심혈을 기울여 이날 집회를 홍보하고 조직했다.
이날 시위는 안산이슬람센터 앞에서 출발해 다문화거리를 거쳐 다문화어울림공원으로 향하는 행진으로 포문을 열었다. 한국인, 방글라데시인, 인도네시아인, 이집트인, 중국인, 타지키스탄인, 카자흐스탄인, 알제리인, 남아공인 등이 참가했다. 특히, 안산이슬람센터에서 예배를 마친 무슬림들이 이맘의 호소에 응해 행진에 합류하면서 행진 대열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라파흐 학살 멈춰라!” “테러리스트, 테러리스트, 이스라엘 테러리스트!”
행진 대열이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자 거의 모든 행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이주민의 도시답게 행진 대열도, 행진 대열을 보려고 다가온 사람들도 국적이 정말 다양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아는 사람과 마주치면 동참을 적극 호소하며 끌어들였다. 행진 대열을 발견하고 스스로 합류한 한 인도네시아인 여성은 “이런 집회를 안산에서 하는 줄 몰랐다. 참가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행진 대열 주변 건물 위층에서 이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응원을 보내고, 행진 대열에서 이주민 참가자들이 한국말로 “내려오세요” 하고 외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가게 밖으로 나와 놀란 표정으로 대열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거나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휴대폰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해 검색해 보거나, 주최 측이 나눠 준 유인물을 골똘히 읽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집회와 행진이 안산의 많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의 눈물과 저항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행진 대열이 집회 장소인 다문화어울림공원에 도착하자 구호 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무대에 올라 발언자 주변에서 팻말을 들고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었다. 불가피하게 발언 기회를 주지는 못했지만 자신도 발언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방글라데시인 마누아르 한양대 재료화학공학과 교수가 첫 발언자로 나섰다.
“지난 8개월 동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과 라파흐 난민 캠프 지상군 침공으로 4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당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을 때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했고 지금도 계속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했을 때 미국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게 하지도 않았고 팔레스타인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이중잣대입니다.”
안산이슬람센터의 인도네시아인 이맘이 마이크를 받아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방글라데시인 이맘은 각국 정부 지도자들의 침묵을 규탄했다.
“미국, 한국, 아랍 국가의 지도자들, 무슬림 지도자들 모두 [이스라엘의 학살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살에 공모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스라엘에 인종 학살을 멈추라고, 라파흐 국경을 개방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한국인 노무사, 교사, 대학 활동가의 발언이 이어졌다.
수원, 안산 등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조직하는 김승섭 노무사는 “이스라엘은 깡패, 도둑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정의와 저항 정신까지 뺏진 못합니다” 하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사미경 씨는 이주민이 많이 참가한 이날 집회의 의미를 짚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과 이주민 가정은 많은 차별을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함께 손잡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할 수 있는 동료들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안산에서 살았던 대학생 활동가 양선경 씨도 결의를 밝혔다. “저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텐트 농성을 했습니다. … 더 많은 대학생들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할 수 있게 계속 행동하겠습니다.”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심 씨가 마지막으로 연단에 올랐다. 안산의 이주노동자들은 이전부터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 집회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나심 씨는 저항 의지를 밝히며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스라엘은 어제도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2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지난 8개월 동안 유엔 회의, 아랍 회의, 걸프 회의가 있었는데 아무런 결과도 없었습니다. 라파흐로 이스라엘 지상군이 들어가면 이스라엘은 처벌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스라엘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결코 잊지 않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세 번째 인티파다를 시작할 것입니다. 안산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지해 주는 여러분 한 명, 한 명에게 감사드립니다. … 시위, 농성, 강연회를 비롯해 한국에서 하는 모든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나심 씨가 발언을 마치며 6월 23일 일요일 서울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집회에 참가해 달라고 호소하자, 여기저기서 호응을 했다.
이날 집회에는 뜻깊은 참가자들이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288일간 억류돼 있다가 한국인들의 연대 운동으로 입국해 난민 인정을 받은 루렌도 가족이 그들이다. 루렌도 가족은 현재 안산에 정착해 살고 있다.
중학생이 된 루렌도 가족의 첫째 아들 레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 전쟁을 검색해 보고 무슨 일인지 알게 됐다. 나보다 어린 아이들을 죽이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나자 많은 참가자들이 무대에 모여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우애를 다졌다.
지난 5월 26일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수원에서 500여 명 규모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린 데 이어, 이날 한국에서 대표적인 ‘이주민의 도시’로 불리는 안산에서도 이주민들이 대거 참가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주민들의 참가로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저변이 더 넓어지고 새로운 활기를 얻고 있다. 이주민들은 정치 운동에 참가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한국인과 이주민이 서로 어울려 살아갈 뿐만 아니라 함께 연대해 투쟁하는 소중한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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