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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
신(新)인민전선, 결선 투표 후보 일부 사퇴시키다
파시스트 저지할 방법 아니다

프랑스의 신(新)인민전선이 낡고 실패한 정치에 몰두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신인민전선은 다가오는 총선 결선 투표에서 반동적이고 역겨운 정부 인사들과 경합할 지역구에서 후보들을 사퇴시켰다.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RN)의 후보들을 저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신자유주의적이고 억압적인 마크롱 정권에 속해 있던, 이미 노동계급의 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자들을 복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파시스트들에 대한 지지가 더 급성장하는 조건을 마련할 것이다.

좌파 후보가 마크롱의 내무장관 제랄드 다르마냉과 경합하지 않겠다며 결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다르마냉은 마크롱 정권이 도입한 최악의 인종차별적 법들을 통과시킨 자다 ⓒ출처 Jacques Paquier

신인민전선은 파시스트 지도자인 마린 르펜과 조르당 바르델라가 전진할 수 있게 해 준 자들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 빗대면 이것은 총리 리시 수낙이나 극우 성향의 전직 내무장관 수얼라 브래버먼이 파시스트 토미 로빈슨을 저지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좌파 정당이 그들에 맞서 후보를 내지 않는 것과 같다.

프랑스 북부 칼바도스 제6선거구에서 신인민전선 후보 노에 고샤르는 1차 투표에서 적은 표차로 3위를 했다. 그러나 고샤르는 마크롱의 전 총리 엘리자벳 보른의 당선을 돕기 위해 결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보른은 지난해 수백만 명 규모의 거리 시위를 촉발한 연금 개악안을 기초한 자의 하나다. 보른은 실업자들의 조건을 거듭 공격했다. 보른은 지난해 경찰에 의한 나헬 M[메르주크: 사망 당시 17세의 모로코계 프랑스인 ─ 역자]의 피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을 때 경찰의 폭력 진압을 지지했다.

고샤르는 신인민전선 내에서 가장 좌파인 장뤼크 멜랑숑의 정당 ‘불복하는 프랑스’의 당원이다. 고샤르는 보른과 경합하지 않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부가 “극우를 인문주의적·진보적 좌파와 싸우게 한 …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불복하는 프랑스’ 후보 레슬리 모르트뢰는 내무장관 제랄드 다르마냉과 경합하지 않겠다며 사퇴했다. 다르마냉은 마크롱 정권이 도입한 최악의 인종차별적 법들을 통과시킨 자다. 다르마냉은 거듭되는 인종차별적이고 이슬람 혐오적인 단속·추방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다르마냉은 유대인 혐오적이고 왕정복고적인 운동인 ‘프랑스인의 행동’과 가까운 간행물의 필자인 적이 있고, 그들의 여름 캠프에 참가했던 듯하다.

보른이나 다르마냉 같은 자들을 믿으라는 것은 중도 노선을 따른다는 그 자들이 국민연합을 저지할 방벽이라는 주장의 재탕이다. 마크롱이 르펜을 저지할 것이라는 형편없는 전략과 똑같은 것이다.

국민연합의 위협이나 국민연합을 패퇴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국민연합에 단 한 표도 줘서는 안 된다”는 투쟁을 모두가 벌여야 한다.

그러나 프랑스 좌파는 마크롱의 이민자·무슬림 공격과 가차없는 권리 박탈, 경찰 폭력 두둔이 르펜의 견해를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았어야 한다. 바로 그 덕분에 파시스트가 ”버터 맛 마가린 말고 버터를 고르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런 인사들을 또다시 밀어 주는 것은 재앙적 행위다. 심지어 선거에도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국민연합은 신인민전선 후보들이 사퇴한 것을 이용해 좌파를 조롱하고 자신과 경합하는 후보를 모두 비민주적 카스트[특권층]로 싸잡아서 매도했다. 그 덕에 파시스트들은 마크롱과 멜랑숑이 서로 다툴지라도 둘 다 보통 사람들을 업신여긴다고 주장할 수 있다.

파시스트들은 이렇게 떠들어댔다. “멜랑숑은 국민연합을 공격하려고 “49.3 귀부인”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보른이 헌법 49조 3항을 이용해 의회 표결 없이 연금 공격을 관철시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 좌파는 의회 다수당이 되겠다는 희망을 버렸다. 신인민전선은 415개 선거구에서 결선 진출 자격이 있는 후보 134명을 사퇴시켰다. 남은 신인민전선 후보는 281명으로, 이는 프랑스 국회 의석 577석의 절반에 못 미친다.

〈르몽드〉 신문은 이렇게 논평했다. “좌파든 마크롱 진영이든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 확실해졌다.” 현재로서 “최선”은 좌파와 마크롱의 연정이라는 것이다. 급진적 조처들은 고려조차 하지 않을 그런 정부 하에서 국민연합은 마음껏 활개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처럼 선거적 책략에 몰두하는 것은 거리에서 행동을 조직하는 것으로부터 주의를 빼앗는다. 거리에서 행동을 조직하는 것은 지금 파시스트를 저지하는 데에도, 앞으로 파시스트들에 맞서 싸울 때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프랑스 총선 이후 격동이 일어날 것임이 명백하다. 바르델라가 총리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마크롱이 테크노크라트를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물망에 올라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그러나 뻔뻔하게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긴축을 시행하는 것은 파시스트들을 더 키울 뿐이다.

마크롱이 긴급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예외적 권한”을 부여하는 헌법 16조를 발동할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마크롱이 의회 없이 프랑스를 통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 상층부에서 어떤 책략을 펴든, 파시스트들의 전진을 막고 그들을 찌그러뜨리는 데에 결정적인 것은 기층에서의 동원이다.

좌파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은 약하지 않다. 6월 15~16일 주말에 국민연합에 맞서 약 80만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 사람들을 동원하고, 국민연합의 이번 득표에 경악한 그 밖의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이 사활적이다.

파시즘에 맞선 주류 정당들의 “공화주의 전선”은 실패했다. 신인민전선은 이를 되살리는 위험천만한 우를 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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