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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좌파 공격에 여념 없고 극우에는 타협하려는 마크롱

국민연합을 정부에 끌어들일 의향이 있는 마크롱 ⓒ출처 프랑스 대통령실(페이스북)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신자유주의적 “극단적 중도”[영국 마르크스주의자 타리크 알리의 표현으로, 서로 타협하며 지배계급의 이익과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중도 좌/우 정치세력들을 가리키는 말 — 역자]가 얼마나 파괴적이 됐는지를 잘 보여 준다. 7년간 대통령을 지내면서 마크롱은 위로부터 시장 친화적 ‘개혁’을 추진하고 저항을 짓밟았다. 또, 프랑스 군대를 파병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떠받쳐 준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매우 위험하게 키울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제 마크롱은 파시즘 정당인 국민연합(RN)의 도전을 물리치겠다며 조기 총선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연합을 정부에 끌어들일 의향이 있는 듯하다. 국민연합이 정부에 들어와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면 국민연합 지도자 마린 르펜이 2027년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 기막힌 아이디어는 마크롱의 측근이자 중도우파 전직 상원의원 피에르 샤롱에게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조르당 바르델라[국민연합 대표 — 캘리니코스]에게 대형 화물차 키를 건네줄 것이다. 그런데 그는 1종 대형 면허를 딴 적이 없다. 그래서 대선을 치를 때쯤이면 그는 이미 죽은 몸일 것이다.”

한편, 〈르몽드〉에 실린 다른 기사는 마크롱이 포화를 집중하고 있는 대상은 정작 국민연합이 아니라, 허겁지겁 꾸려진 좌파 선거 연합 신인민전선(NFP)임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그 기사는 마크롱이 트랜스젠더의 권리나 이민자 문제를 두고 신인민전선을 공격할 때 “극우의 언사를 차용하며, 그럼으로써 그의 적수가 옳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시인한다”고 지적한다.

마크롱은 과대망상에 빠져 있기도 하다. 한 측근에 따르면, 마크롱은 나폴레옹의 최종 패배가 아닌 가장 빛나는 승리에 해당하는 일을 자기가 앞두고 있다고 믿고 있다. “아우스터리츠 전투가 손에 잡힐 듯하다. 워털루 전투보다 더 가까이 있다. 마크롱은 진짜로 그렇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더 광범한 지배계급은 르펜을 포용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프랑스 기업주들은 너도나도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와 관계를 트고 있다. 조기 총선에서 극우와 경합할 좌파 연합이 내놓은 급진적 증세 공약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그 계기였다. 네 명의 기업 고위 임원들과 은행가들은 재원 마련 방안 없는 감세와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국민연합보다, 여론 조사에서 르펜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나타난 좌파가 기업들에 더 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대자본은 파시스트들을 차악으로 선택할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대자본은 특히 신인민전선의 한쪽 날개인,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급진좌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신인민전선은 지극히 깨지기 쉬운 동맹이다. 그 동맹의 두 축은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와 프랑스 사회당(PS)으로, 후자는 프랑스 자본주의의 전통적 구성 요소의 하나다. 마크롱이 정계에서 부상할 발판을 마련해 준 인물이자, 평판이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사회당 소속 전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신인민전선의 - 역자] 사회당 몫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신인민전선 내 긴장의 한 원천이다. 지난 유럽의회 선거 운동에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가자지구 사람들과의 연대를 확고하게 표했다. 선거 성적은 사회당에 살짝 뒤졌지만 여론 연구자 제롬 포케는 이렇게 논평했다. “이제 ‘굴복하지 않는’ 좌파는 대도시 노동계급 지구들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그 선거구들은 ‘굴복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

반면 사회당은 확고한 친이스라엘 입장, 더 일반적으로는 이슬람혐오적인 태도를 나머지 주류 정치 세력들과 상당 부분 공유한다. 마크롱이 좌파를 공격하는 것은 신인민전선 내의 긴장을 이용해서 득을 보고, 가능하다면 신인민전선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 방식으로 마크롱에게 득이 된다. 첫째, 멜랑숑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노동계급의 가장 차별받는 부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마크롱의 선거 연합 ‘앙상블’의 후보들을 7월 7일 결선 투표에 더 많이 진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연합의 당선을 막으려는 파시즘 반대자들의 표를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적 학자인 올리비에 로이에 따르면, “국민연합은 마크롱하에서 이미 나타난 추세를 더 두드러지게 할 뿐이다. ⋯ 마크롱이 마린 르펜과 공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국민연합 정부는 질적 변화를 나타낼 것이다. 파시스트들이 3년 후 대선에서 패배한다 해도 그 시간 동안 그들은 국가 기구들에 뿌리를 내리고 이민자와 무슬림, ‘이슬람-좌파’를 상대로 전면적인 경찰 공포 정치를 펼 것이다.

파시스트들은 저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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