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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에 대한 지지는 미국에 대한 견제구가 못 된다

일부 좌파는 푸틴이 주변국을 잔혹하게 짓밟으며 벌이는 전쟁에 대해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는 정당방위권 행사라고 주장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더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 않음에도 많은 좌파가 러시아를 미국 제국주의에 맞선 견제구로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 좌파의 혼란 하나도 러시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계있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동맹을 맺자 일부 자주파들은 북·러 동맹이 한미 동맹과 달리 “반제·자주”적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러시아가 자본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제국주의 국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국과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994년과 1999년에 벌어진 러시아의 1·2차 체첸 침공,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2022년부터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 등 러시아가 주변 약소국들에 자행한 전쟁들은 무엇이라는 말인가.

러시아를 미국의 균형추라며 호의적으로 보는 좌파들은 그 주변국들을 사주하고 지원한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러시아가 정당방위권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본다. 즉, 러시아의 전쟁들에는 서방 제국주의의 확장에 저항하는 자기방어적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친서방 국가인 한국에서 활동하는 좌파가 서방 제국주의에 우선 반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서방 제국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이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비난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이 나토를 앞세워 러시아 국경 쪽으로 세를 확장해 가면서 빚어진 제국주의 간 경쟁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서방 제국주의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적의 적”을 편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탈린주의적 진영논리에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

레닌 《제국주의론》의 진정한 의의

스탈린주의자들은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근거로 러시아가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레닌에 따르면 제국주의는 금융자본의 발전(산업 자본과 은행 자본의 결합)을 바탕으로 자본 수출을 통해 식민지를 지배하고 약소국을 약탈하는 강대국인데, 러시아는 이 기준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제국주의의 지표로 자본 수출과 금융자본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표들은 당시 제국주의의 현실을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했고, 그 뒤 상황 전개와도 맞지 않았다.

예컨대 당시 금융자본의 발전 수준은 제국주의 국가들마다 달랐는데, 당시 가장 강력했던 제국주의 국가인 영국을 추격하고 있던 독일은 금융자본의 발전이 미약했다. 제1차세계대전 직전, 미국의 경우에는 해외투자가 35억 달러, 유럽의 대미투자는 72억 달러로 미국은 순채무국이었다.

자본 수출과 식민지 확장의 관계도 레닌이 주장한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예컨대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국(과 일본)은 자본 순수입국이었다. 특히 미국은 직접적인 식민 지배보다 자국의 우위를 바탕으로 약소국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공식 제국’을 더 선호했다.

레닌은 제국주의를 없애려면 특정 국가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전체를 끝내야 한다고 봤다

사실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온전한 제국주의 이론을 제시하려고 한 게 아니다. 레닌은 그 책이 소책자이자 대중적 개설서임을 강조했다.

위에서 언급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론》은 정치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는 저작이다. 그 의의는 레닌이 제시한 불균등 발전론과 정치적 결론에 있다.

그 핵심은 바로 제국주의를 자본의 경쟁과 집적·집중 경향이라는 자본주의의 핵심 역학과 연결해서 봐야 하고, 따라서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상호 적대와 전쟁은 예외가 아니라 통칙이고, 오직 사회주의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끝장낼 때에만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레닌은 불균등 발전 때문에 자본주의 강대국들 간의 세력 관계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것의 중요한 함의는 한 시점에 정해진 강대국들의 세계 분할이 영구히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기존 국제 질서를 새로운 구도로 재분할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벌어져 자본주의하에서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닌은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하에서 일단 세력 균형이 변하면, 힘에 의한 것 외에 모순을 해결할 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는가?”

세계 질서 재편을 둘러싼 경쟁

불균등 발전과 지속적인 세계 질서 재편 압력에 대한 레닌의 통찰이야말로, 스탈린주의자들이 교조적으로 매달리는 몇 가지 지표들보다 오늘날 미국-러시아 간 갈등의 성격을 훨씬 더 잘 설명해 준다.

1991년 소련이 냉전에서 패배해 붕괴한 뒤 러시아의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하지만 2000년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푸틴의 러시아(2000년~현재)는 호재를 맞았다. 푸틴은 에너지 수출 수익으로 러시아 자본주의를 재건하고, 정치 권력을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푸틴은 그 수익을 군비 증강으로 돌릴 수 있었다.

소련 붕괴 후 10여 년간 나토와 유럽연합의 동진을 용인할 수밖에 없었던 러시아의 처지가 2000년대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수렁에 빠진 것도 러시아에 운신의 폭을 넓혀 줬다.

2008년 러시아는 나토와 가까워지려고 하는 조지아를 침공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굴복시키고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더는 미국의 동진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사건들이었다.

어떤 좌파들은 러시아의 전쟁이 미국의 패권에 맞선 자기방어적 성격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모든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의 전쟁 행위를 정당방위로 포장한다. 이는 기존 열강의 영향력을 위협하며 등장한 후발 제국주의 경쟁자들도 마찬가지다.(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량 학살하고 있는 시온주의자들도 자기네가 정당방위 전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941년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일본은 미국·영국 등 서구 열강의 아시아 지배를 비난했다. “지난 200년 이상 동아시아 국가들은 제국주의적 착취를 하는 영국과 미국의 번영을 위해 희생됐다. 이는 세계의 모든 국가가 각자 본연의 자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본의 근본적인 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과연 당대 일본 제국주의가 아시아에서 서방 열강과 충돌했다고 해서 일본의 태평양 전쟁이 자기방어적이거나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러시아가 서방 제국주의와 충돌한다는 사실 자체는 아무런 진보성도 입증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충돌의 본질은 제국주의간 경쟁이다.

강대국간 힘의 관계 변화는, 레닌이 지적했듯이, 오직 “힘에 의한 모순의 해결”로, 즉 더 많은 불안정과 전쟁 위험으로 이어지므로 평화주의는 공상이고 오히려 사회주의 혁명이 의제에 올라 있다는 것이 레닌의 《제국주의론》에 담긴 진정한 함의이다.

한편, 일부 스탈린주의 좌파들은 러시아가 제국주의 국가가 아님을 주장하기 위해 러시아 경제의 취약성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이는 핵심을 비켜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열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다른 세계적 강대국들과 정치적·군사적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가령 제1차세계대전의 한 축이었던 제정 러시아는 극히 일부 대도시에서만 산업이 발전했을 뿐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지주제 농업이 위주였던 후진적 사회였다. 또,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의 경제력은 미국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이 처한 특정 국면과 구체적 조건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약한 강대국이 더 강한 강대국의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 지역적 규모에서는 특히 그럴 수 있다.

러시아의 거대한 핵무기들. 제국주의자 푸틴의 손아귀에는 핵무기가 5580기 이상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오늘날 러시아는 미국보다 약하지만, 나름의 강점이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천연가스와 두 번째로 많은 석탄 자원, 여덟 번째로 많은 석유 자원을 갖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런 에너지에 대한 통제력을 통해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할까 봐 우려해 왔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핵무기 보유 국가다. 많은 부분 옛 소련 시절의 유산인 이런 군사력은 다른 서방 국가들의 군사력과 달리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동맹 바깥에서 구축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에 더욱 위협이 된다.

강력한 군사력 덕분에 푸틴은 러시아에 협력하는 부패하고 억압적인 해외 정권들을 보호하고, 중동(특히 시리아 혁명에 수반된 내전에서 아사드 독재 정권을 지원했다)과 아프리카 등지에 개입할 수 있(었)다.

진영논리는 제국주의를 끝내지 못한다

계급적이고 국제주의적인 제국주의론에 기초하지 않으면 국민국가들 사이의 쟁투만이 눈에 보일 것이고 진영논리에 이끌리기 쉽다.

그러나 진영논리는 제국주의 전쟁을 끝내지 못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그다음은 동부 유럽을 향한 러시아 제국주의의 확장과, 제국주의 간의 더 첨예한 갈등일 것이다.(물론 그 반대로 서방 측의 승리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무엇보다 진영논리는 반대 진영의 노동계급이나 피억압자들이 자국 정부에 맞서 벌이는 투쟁을 지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예컨대 스탈린주의자들은 2019년 중국 정부에 맞서 벌어진 홍콩 민주화 항쟁이나 2020년 벨라루스에서 친러시아 독재 정권에 맞선 항쟁이 미국 제국주의에만 득이 된다고 보면서 지지하지 않았다.

레닌은 제국주의에 관한 또 다른 저서 《사회주의와 전쟁》에서 전쟁에 대한 사회주의적 전술을 제시했다. 그것은 제국주의간 전쟁을 계급 전쟁(내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와 같은 정신으로, 독일의 혁명가 카를 리프크네히트는 1914년 제1차세계대전 때 독일 국가의 전쟁에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주적은 국내에 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노동계급이 자국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투쟁하는 동안, 그들과 함께 [독일 제국주의에 맞선] 정치적 싸움을 계속 벌여야 한다.”

1917년 4월 프랑스 병사들은 서부전선으로 복귀하라는 자국 정부의 명령을 거부했고, 뒤이어 이탈리아 병사 5만 명은 반란을 일으켰다. 러시아에서도 세계 여성의 날 시위에 노동자 4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차르 타도’와 ‘전쟁 반대’를 외쳤다.

이 사건들은 러시아 혁명으로, 그리고 독일 혁명으로 이어져 결국 제1차세계대전을 끝냈다.

국제 노동계급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울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 각자가 자국 정부의 전쟁 노력을 반대해야 한다. 친서방적 한국에서 활동하는 혁명가들은 서방 정부들과 한국 정부의 전쟁 노력에 반대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중국·러시아 등 서방과 경쟁하는 국가들에 대한 환상을 폭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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