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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위기 — 주요 자본주의 정부 경제정책 실패의 일부

올 초만 해도 올해에는 물가가 하락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여러 차례 금리를 올렸으니 올해에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달간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소폭 반등했다. 올해 6월에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그런 기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은 상황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성장률을 2.1퍼센트에서 2.7퍼센트로 0.6퍼센트포인트 올렸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자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고 개입을 강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주고 있다. 그런 지원을 받는 기업 부문의 투자가 늘어 경제 성장에 플러스 효과를 냈다. 여기에 석유와 가스 수출이 증가한 것도 미국 성장률을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의 상태를 낙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이윤율은 낮고, 이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부문의 투자율은 낮다. 고금리 속에 좀비 기업들의 파산이 늘고 있고, 올해 1분기 사무실 공실률은 20퍼센트로 역대 최대 수치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금융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 다른 나라들이 경기 침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상대적 호조는 세계적인 강달러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고물가, 고금리에 더해 고환율까지 겪고 있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5.1퍼센트, 2023년 3.6퍼센트를 기록한 데 이어, 여전히 3퍼센트가 넘는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는 2퍼센트대로 낮아질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물가가 치솟은 2022년에는 세계적인 공급 차질,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중간재와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계속된 “끈적한 인플레이션”은 정부와 기업들이 원가 상승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며 물가를 올려 왔기 때문이다.

공공요금 인상하며 물가 상승 부추기는 정부. 2023년 3월 25일 윤석열 심판 민중행동의 날 ⓒ조승진

지난해 물가 상승에서 큰 몫을 차지한 것은 공공요금 인상이다. 정부가 전기, 가스, 지하철 같은 부문에 지원을 늘리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비용 상승 부담을 떠넘겼다.

상품 가격을 인상할 힘이 있는 대기업들도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떠넘겨 왔다. 최근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러 기업이 또다시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농심, 삼양, CJ 등 대기업들은 식료품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기후 위기, 전쟁 같은 자본주의 체제의 복합 위기가 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몇 달간 과일 가격이 전년보다 40퍼센트 오르고, 야채 가격은 10퍼센트 이상 오른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이상 기후였다. 최근 중동 전쟁이 확전될 위험이 커지자 유가도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강달러로 환율까지 치솟으니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이다.

계속되는 고금리는 많은 사람들을 빚더미에 짓눌리게 할 뿐 아니라 금융 위기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권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부동산 PF 연체액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9.23퍼센트로, 2022년보다 무려 7.11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상황은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다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 준다. 이 정책은 계속되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총체적 위기를 불러왔을 뿐이다.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자 정부와 기업들은 고통을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떠넘기려 한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재정 건전성을 들먹이며 긴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주류 언론들이 쏟아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PF 시장을 위해 85조 원의 금융 지원책을 신속히 쓰겠다고 하면서도, 민생을 위해 1인당 25만 원씩 지원하자는 민주당의 안에는 극구 반대하고 있다. 우파들은 이런 지원이 물가를 올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업들에는 감세와 막대한 지원을 하니 명백한 이중잣대다.

민주노총은 1인당 25만 원 민생지원금 지지해야

최근 민주노총은 1인당 25만 원 지원을 “초유의 고물가 시대에 그 후과를 고려치 않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은 입장이다.

몇 년간 평범한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했는데도 물가가 오른 것에서 보듯, 소득 증대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민주노총은 민생지원금 대신 최저임금 인상, 공공요금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계급 투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민생지원금과 다른 과제들은 대치될 요구들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총선 전에 각 당에 복지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노동계급의 생계비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노동자 등 서민층의 삶을 지키려면 재정 건전성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임금 인상을 포함해 다수 대중의 소득을 올릴 방안을 우선하며 기업과 부자들이 그 비용을 대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