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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엔 무기 지원하며 러시아인 난민 배척하는 윤석열
한국산 폭탄 맞고 죽으라는 건가

우크라이나 전쟁 징집을 피해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러시아인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보내려고까지 하는 윤석열 정부는 이들을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2일에서야 한 러시아인이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 1심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례가 처음 나왔다.

2021년에 한국에서 난민을 신청하는 러시아인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러시아인의 난민 신청이 1038건으로 4위, 지난해에는 5750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 난민 신청 건수의 31퍼센트에 해당하며, 두 번째로 많이 신청한 우즈베키스탄인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또한 1994년부터 2020년까지 러시아인의 누적 난민 신청 건수 6878건에 거의 맞먹는 수치다.

올해 1~5월에도 러시아인의 난민 신청이 2083건에 달해, 같은 기간 총 난민 신청 건수의 약 26퍼센트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이 신청한 중국인(922건)과의 격차도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인의 난민 신청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은 이들이 대부분 징집을 피하려는 사람들임을 시사한다.

확전에 일조할 무기 지원 2023년 4월 서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반대 집회 ⓒ조승진

윤석열 정부는 ‘병역 기피’가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그야말로 양국 청년들에게는 ‘도살장’이 된 지 오래다. 특히 러시아 청년들의 경우, 불의한 전쟁에서 헛되이 목숨을 잃지 않으려는 평범한 사람들이 난민을 신청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백분 이해되고 공감되는 일이다.

게다가 이 불의한 전쟁에는 윤석열 정부 자신의 몫도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러시아 모두 자신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더 확대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동유럽 국가들과 미국으로 무기 수출에 열을 올려 왔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 사실상 군사 동맹 관계를 맺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보내려고도 한다. 러시아인 난민들이 징집을 피하지 못하면 바로 그 무기에 희생될 수 있다.

민주주의 가치 동맹?

윤석열 정부는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들에 협력해 이득을 얻으려 하면서도, 그 희생자인 러시아인 난민의 유입은 정치적·경제적 부담으로 여기며 억누르려 한다.

법무부는 러시아인 난민들의 입국을 막으며 “향후 징집을 피해 난민 신청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한국행을 고려하는 난민들에게 한국으로 오지 말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인 난민의 입국은 전혀 줄지 않았다. 유럽연합의 국경 단속으로 해마다 수많은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이 지중해에 빠져 목숨을 잃듯이, 난민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지속되는 한 국경 통제 강화는 난민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1년 6개월째 구금돼 있는 러시아인 난민 T 씨는 한국으로 온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인권이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으며 정보기관이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시민들을 박해하지 않는 민주국가로서의 이 나라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가치 동맹” 운운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을 편들어 온 윤석열 정부는, 정작 푸틴의 억압으로 고통받는 러시아인 청년들을 냉혹하게 외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확전을 낳을 한국 정부의 전쟁 지원 노력에 반대해야 한다. 인천공항에 수개월간 억류돼 있다가 겨우 입국한 러시아인 난민 A 씨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형제 국가인데 서로 총을 겨눠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연합뉴스〉 6월 19일 자)

동시에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러시아인 난민을 환영해야 한다.

한국에서 러시아인 난민의 고통: 쫓겨나거나 나쁘거나

징집을 피하려는 러시아인 청년들은 급하게 러시아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와서 난민 신청을 하기도 하고, 전쟁 발발 전부터 한국에 머물다가 귀국하면 징집될 것을 우려해 난민 신청을 한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 한국 정부의 국경 통제로 한국에 입국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2022년 10월 총 5척의 러시아발 요트가 포항과 속초 등에 입국을 시도하는 일이 있었다. 요트에는 모두 합쳐 26명의 러시아인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징집 회피 목적의 입국 시도가 의심된다며 단 6명만 입국을 허가했다. 6명은 40~50대로 징집 대상보다 연령이 높은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해 12월에는 러시아인 난민 5명이 한국 정부의 입국 거부로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다는 사실이 MBC 보도로 알려졌다.

문전박대 2022년 12월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는 러시아인 난민 ⓒ출처 〈MBC 뉴스데스크〉

당시 석 달째 억류 중인 사람도 있었다. 공익 변호사 단체 ‘어필’ 등 난민 지원 단체들의 도움으로 소송을 벌인 끝에, 이들 중 3명만이 지난해 6월 입국해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 명은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쫓겨난 경우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힘겹게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어도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다. 법무부는 여태 이들의 난민 심사 면접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중 한 명인 A 씨는 6개월간 일자리 없이 지내다가 현재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몸에 이상이 생겼지만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비싼 치료비를 내야 하고, 신분을 증명할 서류가 마땅치 않아 휴대전화 개설도 어려운 상황이다.(〈연합뉴스〉 6월 19일 자)

소환장

이런 어려움은 한국에 머물던 중 난민 신청을 한 러시아인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들은 징집 소환장 등 징집을 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얻기도 어려워, 까다로운 난민 심사를 통과하기가 더욱 요원하다.

또, 출국을 거부하며 외국인보호소에 장기 구금돼 있는 러시아인 난민들도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은 현재 러시아인 난민 3명을 면회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 1년 넘게 구금돼 있는 사람도 있는데, 무허가 어업을 했던 것 때문에 러시아로 돌아가면 감옥에 가거나 징집되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금과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귀국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러시아인 난민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