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이스라엘의 레바논 테러를 규탄하며 10월 6일 전국 동원을 호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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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 주최로 제52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레바논 민간인들을 노린 이스라엘의 대규모 암살 공격이 공분을 자아내는 시점에 열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 호출기와 무전기 수천 대에 심어둔 폭발물을 터뜨렸다. 최소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고, 3000여 명이 사지가 잘리고 눈이 머는 중상을 입었다.
이런 천인공노할 테러 공격은, 1년 가까이 인종 학살을 지속하고도 저항에 직면해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처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쟁을 중동 전역으로 확대해 돌파구를 내겠다는 인면수심의 계산법인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런 무도함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역시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건설·확대돼 왔다.
이번 집회는 바로 그 글로벌 운동의 일부임이 돋보였다. 가자 전쟁 발발 직후인 10월 11일에 시작돼 네 계절을 거쳐 함께 운동을 건설해 온 사람들이 모였다.
여러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모임을 꾸린 학생들이 새 학기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참가했다. 국적도 한국뿐 아니라 독일, 중국, 덴마크,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다양했다. 그중 다수는 각자의 나라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하고 그 운동을 건설해 왔던 학생들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수도권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방글라데시인들, 이집트인들 등 이주민들도 자리를 지켰다. 출신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를 반기고 함께 팻말을 흔드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 운동 건설에 함께해 온 외국인 참가자들이 연휴를 맞아 한국을 방문한 가족들을 데리고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호주 출신 참가자 셀린 씨는 고향 멜버른에서 온 남동생 아킨 씨와 함께 참가했다. 멜버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열성적으로 건설해 왔다는 아킨 씨는 이렇게 전했다. “호주 바깥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한 것은 처음인데, 이 운동이 글로벌 운동이라는 것이 실감 나네요.
“이번 주 일요일 멜버른 집회에는 못 가게 됐지만, 서울에서 함께 행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그간 팔연사 집회에 꾸준히 함께해 온 팔레스타인계 영국인 엠마 씨는 온 가족을 이끌고 집회에 참가했다. “지난 1년 동안, 헤브론 출신인 저희 아버지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저는 서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에 참여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함께 행진한, 개인적으로 정말 특별한 날이에요.”
이런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는 “여러분이 우리 모두의 앞길을 비추는 희망의 등대”라고 찬사를 보내며 첫 발언을 시작했다.
나리만 씨는 ‘국제 사회’를 맹렬히 규탄하며 저항만이 진정한 희망임을 강조했다.
“[9월 18일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점령 종식에 투표하기를 거부한 나라들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바란다고 주장하는 독일·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팔레스타인의 대의가 공문구에 불과하다는 듯 표결에서 발을 빼 버렸습니다.
“미국 같은 국가는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독립국을 건설할 능력이 없다며 대놓고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기 위한 노력 모두를 훼방 놓으려 갖은 애를 쓰면서 말입니다.
“진정한 희망은, 1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거리에 나와 폭압을 규탄하고 자유와 정의의 깃발을 든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 외치는 구호 하나하나가 불의와 점령의 심장을 찌르는 무기입니다.
“저들은 우리의 능력과 의지를 부정하지만 ⋯ 인류애의 투사인 우리들은 굴복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나리만 씨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대열에서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나리만 씨와 참가자들은 연이어 구호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고무했다.
글로벌 운동을 대학과 지역에서 건설하다
연세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김태양 씨가 나리만 씨에 이어 마이크를 잡고 새 학기 캠퍼스의 활력을 전했다. 김태양 씨는 학내 홍보전에서 준비해 간 리플릿이 순식간에 바닥나고 팔레스타인 연대 야외 간담회가 성황리에 열린 경험을 공유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글로벌 학생 저항의 일부로서, 인종 학살에 맞서 더 크게, 더 단단히 뭉칠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것입니다.
”연세대에서 새로 꾸려진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 학생들은 9월 25일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대학생 공동행동’의 기획자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사회자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활력을 더한 대학생들의 기여를 강조하며, 9월 25일 오후 6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열릴 ‘대학생 공동행동’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대학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를 넓히고자 애쓰는 활동가들이 있다. 방글라데시인 에스케이 씨는 추석 연휴에 열린 무슬림 행사에 모인 4000명 넘는 방글라데시인들에게 팔레스타인 연대를 호소한 경험을 공유했다. “수많은 방글라데시인들이 유인물을 받아 가고 ⋯ 저희와 함께 팔레스타인 국기와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모스크의 이맘은 [캠페인에 참가한] 한국인들의 인류애에 깊은 감사를 전했습니다.”
에스케이 씨의 발언을 끝으로 참가자들은 힘찬 구호와 함께 행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테러리스트!” “이스라엘은 전쟁 확대 시도 말라!”
대열은 광화문 네거리와 인사동 거리를 거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더위가 꺾인 날씨에 도심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자 그들에게 리플릿과 팻말을 건네는 자원 봉사자들의 손길도 분주해졌다. 주최 측이 준비한 리플릿 수백 부가 금세 동났다.
행진을 마무리하며 참가자들은 10월 5~6일 가자 학살 1년 팔레스타인 연대 주말 행동에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참가할 것을 다짐했다. 10월 5일 토요일 서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이, 10월 6일 일요일 오후 2시에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가자 학살 1년 국제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린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굳건히 다지고 더 확산시키기 위해 본지 독자들 모두가 최선을 다하자. 제53차 ‘팔연사’ 집회는 9월 28일(토)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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