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행동의 날’ 참가 호소 ③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루미:
“팔레스타인 문제는 인류 전체가 통과해야 할 시험입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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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서울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국제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린다. 이 집회는 1월 20일 트럼프의 취임식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항의 행동의 일부이다. 이에 ‘국제 행동의 날’ 참가를 호소하는 여러 목소리를 전하려 한다. 다음은 팔레스타인 유학생인 나리만 루미 씨의 호소다.
어릴 때부터 저는 “죽고 싶다, 더는 못 견디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때로는 제가 그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목격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저에게도 배어든 것이죠.
어린 시절, 어른들은 제게 ‘삶이란 신이 내린 시험이니 인내하고 인내해야 천국에 가서 영원히 행복해진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어린 저는 궁금해 했습니다. ‘왜 본 적도 없는 곳에 가려고 그 고통을 견뎌야 하나? 왜 이런 고통을 강요받는 걸까? 부당한 일 아닌가?’
어느 날 할아버지는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은 인류가 받는 시험일 뿐이란다. 우리는 끈질긴 민족이야. 가장 먼저 시험받는 민족이지.” 저는 할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는 제게 당부하셨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더 큰 불행이 오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알함두릴라”(하나님께 찬미를!) 하고 말하라고요.
나중에 저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자지구의 어린이 80만 명이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전쟁의 희생자가 되어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요.
실로 그 아이들은 인류의 가혹한 시험대 위에 태어났습니다. “알함두릴라.”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인내심을 다잡고, 신과 인류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 삶을 이어가며 인내하고,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1년 반이 넘도록 저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전쟁을 정당화하는 변명들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왔습니다. “그들이 자초한 일이다!” “모조리 죽여라. 모두가 똑같다. 무고한 사람은 없다.”
가자지구 사람들이 자초한 일이라고요? 가자지구 사람들이 1년 반이 넘도록 강인함을 보여 줬다고 해서 그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원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 말고는 별 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해방된 팔레스타인을 꿈꿉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 손 놓고 그저 꿈만 꾸고 있어야 할까요? 스스로 떨쳐나서서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수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팔레스타인인들은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전쟁과 식민 지배를 막는다며 세워진 국제 기구들과 나라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그들은 왜 이 불의에 맞서지 않습니까?
저는 나이를 먹으면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단지 팔레스타인인들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통과해야 할 시험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가자지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단지 거기 사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인간성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도와달라고 부르짖는데 어떻게 평안을 찾고 침묵할 수 있습니까?
침묵은 범죄입니다. 침묵은 우리의 집단적 공모를 반영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손발과 친구와 학교, 장난감마저 빼앗기고도 “알함두릴라” 하는 것을 보고 어찌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까?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여러분의 삶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무슨 변화를 성취하고자 합니까? 여러분도 고난이 닥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바라지 않겠습니까? 억압받는 사람들을 지지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저 그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성의 반영이자 우리 자신의 영혼을 시험하는 것입니다.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지 신앙이 아니라 인류를 시험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의 목숨은 다른 사람보다 덜 중하다고 여기는 자들은 결국 패배할 것입니다. 언젠가 그들은 깨달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무시하는 자는 결국 아무에게도 손을 내밀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그러니 우리의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억압과 인종 학살에 맞서 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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