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공수처 압수수색:
자신의 쿠데타 연루 축소·은폐 위한 시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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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월 2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측이 공수처장 등을 고발한 지 1주일 만이다. 윤석열 측은 공수처가 국민의힘 의원 주진우의 질의에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적 없다”고 답변한 것을 허위 공문서 작성이라며 고발했다.
검찰의 이런 신속한 움직임은 경찰의 대통령경호처 차장 구속영장 신청을 세 차례나 반려하고,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특히 국가안보실)에 대한 수사가 석 달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것과 완전히 대조적이다.
검찰이 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세 차례나 반려하자, 경찰은 서울고검에 영장심의를 신청했는데, 영장심의위원회는 6일 구속영장 청구가 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장심의위원회가 역대 16건 중 단 한 건만 경찰의 손을 들어줬던(이번이 두번째) 것을 고려하면 검찰의 영장 신청 반려가 얼마나 억지스러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윤석열 측의 목적은 분명하다. 지엽말단적인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케 하려는 것이다. 또한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그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형사재판에서도 불리한 판결을 피하려는 것이다.
윤석열은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계속 문제 삼아 왔다.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서부지법에 다시 청구하는 “영장 쇼핑”을 했다는 것이다. “좌파” 판사들이 서부지법을 장악하고 있다며 서부지법에 대한 극우의 폭동을 사실상 고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수처의 영장 신청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 점은 서울중앙지법도 인정한 바 있다(윤석열에 대한 구속적부심 기각 결정). 서울중앙지법은 공수처가 체포 영장을 신청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물론 공수처는 윤석열에 대한 통신 영장과 압수수색 영장 등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가 기각된 바 있다. 당시에 중앙지법은 내란죄 혐의 수사기관이 통일돼 있지 않아 영장 청구가 중복되는 문제 등이 있으므로 통일해서 제출하라며 기각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영장 청구의 정당성이나 필요성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은 것이다. 법률상으로도 공수처는 서울중앙지법 이외의 다른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윤석열 측의 고발을 이유로 공수처를 압수수색했다. 공수처장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수처가 윤석열 수사를 검찰로 이첩하면서 기록 일부를 누락했다는 혐의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의 이런 행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검찰은 쿠데타 가담자들의 통화 기록이 담긴 비화폰 서버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막고 있다.
검찰 자신에 대한 수사도 막고 있다.
방첩사 대령 송아무개는 계엄 당시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러 나가면서 방첩사 1처장으로부터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송 대령은 대검찰청 박아무개 과장과 12월 4일 새벽과 5일 오후에 걸쳐 네 차례 통화했고, 같은 시기에 국정원 관계자와도 세 차례 통화한 사실도 검찰에 진술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은 영장에 "검찰"이 아니라 “수사기관”이라고 고쳐 써 검찰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슬쩍 덮어 버렸다.
쿠데타 공모 또는 방조 혐의를 받는 최상목 내각은 이런 검찰을 대신할 특검법안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탄핵 판결에 필요하다며 요청한 최상목 등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검찰과 최상목 내각이 서로를 보호하는 양상이다.
공수처는 불가피하게 능력과 의지 모두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최근 거론돼 왔다.
경찰은 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계속 반려되자 공수처로 이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공수처는 검찰의 쿠데타 연루 혐의를 수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기도 하다. 검찰의 공수처 압수수색은 어쩌면 있을 수도 있는 이런 시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윤석열이 파면되더라도 검찰의 쿠데타 연루 축소·은폐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탄핵이 기각된다면 공수처를 향한 검찰의 칼끝은 친민주주의 대중 운동으로도 향할 것이다.
쿠데타 가담·옹호 세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고 계속 친민주주의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
3월 7일 일부 내용을 증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