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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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최근 회담은 두 달 전 파국으로 끝난 백악관 집무실 접견보다 더 극적인 곳에서 이뤄졌다. 로마의 장엄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두 대통령이 구부정하게 앉아 얘기하는 모습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4월 26일, 토요일)에서 가장 세간의 이목을 끄는 장면이 됐다.

이후 트럼프는 “아름다운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징은 현실의 세력 관계를 바꿀 수 없다. 옛 로마가 익히 경험한 바다. 1527년 5월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의 군대가 로마에서 자행한 약탈이 교황 권위의 약화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지난 토요일의 만남은 또 다른 제국간 전쟁이 막을 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지 모른다. 이제는 〈뉴욕 타임스〉마저도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가 벌이는 오랜 대리전의 역사를 잇는 리턴매치였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숨은 역사”라는 긴 기사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 기사는 미국 국방부(와 영국 군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를 상세하게 보도한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군대에 물자만 댄 것이 아니라 지휘에도 참여했다. “유럽의 한 안보기구 수장은 나토 안보기구가 우크라이나 작전에 얼마나 깊숙이 얽혀 있는지 알고는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들은 킬체인의 일부입니다’ 하고 그는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과 러시아 간 대리전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항변한다. 이는 진실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대단한 용기와 수완, 의지를 발휘해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특히, 침공 초기 몇 주에 빛을 발했다. 그러나 나토가 제공한 온갖 무기 체계와 정보, 조언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은 동남부 지역에서 러시아를 밀어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한때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급습해서 장악했지만 이제 그 지역에서 거의 격퇴당했고 여기에 북한군이 일조했다.[이번 호 관련 기사: ‘[정정 보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 인정과 관련해’ — 본지 편집팀]
우크라이나 국토 전체(블라디미르 푸틴이 2014년에 장악한 크림 반도까지 포함)를 수복하려면 서방이 핵전쟁 위험을 감수하고 강도 높게 개입해야 할 것이다. 전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전쟁을 그저 지속하는 것에 만족했는데, 그럼으로써 러시아가 약화되고 고립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런 제한된 목표조차 좌절됐다.
트럼프는 예의 그 거칠고 무자비하고 미숙한 방식으로 불가피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는 피스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는 지난주 이렇게 말했다. “이분은 전쟁이나 무장 충돌을 일으키겠다는 공약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그런 대통령이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이 계속되는 것을 기꺼이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란과의 핵협상이 무산되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원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땐 내가 대오를 이끌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략적·경제적 이유에서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건하고 싶어한다. 루비오는 미국의 진정한 도전자인 중국에서 러시아를 떼어놓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밝힌 바 있다. 거의 100퍼센트 희망 사항에 불과할 듯 하지만 말이다.
1953년 한국전쟁을 끝낸 방식이 우크라이나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전쟁은 중국이 개입해 미국의 북한 점령을 막은 후 교착상태에 빠졌다. 당시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전장의 세력 균형을 반영하는 정전협정 합의문을 승인했다. 트럼프의 휴전안은 러시아가 현재 장악한 지역(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에 해당한다)을 대부분, 어쩌면 전부 차지하도록 허용하는 것일 듯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난점이 있다. 첫째, 젤렌스키가 그런 분단안을 받아들이고도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둘째, 한국전쟁의 경우 미국은 휴전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군사력을 동원해야 했다. 미국은 지금도 남한에 상당한 군대를 배치해 두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와 루비오는 우크라이나를 떠받치는 책임을 유럽에 떠넘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가 온갖 요란스러운 회의를 주선하더라도 영국과 유럽연합은 그럴 군사적 역량이 안 된다는 현실을 가리지 못한다.
어쨌든 우크라이나에는 평화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안정하고 쓰라린 평화일 것이고, 이를 중재한 제국들은 세계적 수준에서 계속 충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