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 힘의 한계를 보여 주는 트럼프의 중동 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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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대표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 대통령을 자처하지만 세계 나머지 지역들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는 온갖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그 노력은 특히 그가 최근에 방문한 중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예멘의 후티 지도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미국의 부질없는 예멘 공습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가자 휴전을 하마스와 협상 중이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무는 동안 잠시 시간을 내어 아흐메드 알샤라아(알카에다 출신의 시리아 대통령)를 만나 시리아 제재 해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잠재적으로 매우 중요한 변화일 수 있는 것으로서, 트럼프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 핵 협상을 시작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도 있는데, 이것도 지금까지는 중동에서 이뤄졌다.
이처럼 트럼프가 어수선하게 일을 벌이는 것은 그의 유명한 “거래적” 스타일 때문인 면이 있다. 이전 미국 정부들은 “연계”(헨리 키신저가 애호했던 말을 빌리면)를 강조했다. 즉, 서로 다른 쟁점들을 연결시켜 한 곳에서 양보를 하면 다른 곳에서는 이득을 취하려 했던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방식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 러시아와 관계를 좁히려 한다. 그러나 알샤라아에게 제재를 풀어 주는 것은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트럼프의 방식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의 안보 보좌관이었던 필립 고든은 씁쓸해하며 이렇게 인정했다. “트럼프는 정치적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서 전통적 교리에 도전하는 능력이 있다.” 이것의 눈에 띄는 한 사례는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빼놓고 걸프 연안 국가들만 방문한 것이다. 이를 전하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헤드라인은 “트럼프 중동 순방의 구경꾼으로 전략한 베냐민 네타냐후”였다.
이는 경제 균형과 세력 균형의 변화를 반영하는 면이 있다. 얼마 전 트럼프는 미국이 “크고 아름다운 상점”이라고 했다. “모두가 여기에 와서 쇼핑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는 미국 국민들을 대표해서 이 가게를 소유하고, 가격을 책정하고, ‘여기서 쇼핑하려면 이만큼을 지불하시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는 그 가게로 돈이 흘러 들어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걸프 지역은 이제 세계 자본주의의 주요 중심지 중 한 곳이 됐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투자할 1조 달러가 없다. 그러나 사우디인들과 카타르인들은 있다.” 전 주미 이스라엘 대사인 마이클 오랜이 〈파이낸셜 타임스〉에 한 말이다.
오늘날 걸프 연안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전보다 강경하게 관철시키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 제재 동참을 거부했다. 트럼프 1기 때 걸프 연안 국가들과 네타냐후는 트럼프가 (전임자 오바마가 맺은) 이란과의 핵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도록 로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중동의 강력한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이제 중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변화된 현실 하나는 이제 중국이 걸프 연안국에서 생산된 에너지의 최대 소비자가 됐다는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종 학살도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켰다. 중동 순방 내내 트럼프는 자신에게 아양 떠는 사람들에 둘러싸였다. 카타르는 그에게 대통령 전용기를 교체하라고 4억 달러[약 5600억 원]짜리 호화 여객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야드를 방문한 트럼프는 몇몇 걸프 연안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하면서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에 사우디아라비아도 합류하라고 요구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듣지 못했다.
변하고 있는 국제 세력 균형은 종국에 트럼프를 좌절시킬 수 있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어떤 거래도 결실을 맺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대선 기간에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안에 끝낼 수 있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은 완전한 종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휴전에 합의하는 것조차 마다하고 있다. 또한 네타냐후는 바이든하에서 그랬듯이 가자지구에서 휴전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스티브 위트코프(트럼프의 부동산 측근에서 특별 협상관으로 변신한 인물이다)는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의 협상을 완전히 파탄낼 요구다.
물론 이것은 협상 책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벌이는 협상에 실제로 진지한 듯하다. 그는 미군 중부사령관과 국가안보 보좌관 마이크 월츠의 조언을 거슬렀는데, 그 둘은 후티와의 장기전을 바랐다. 트럼프는 또한 월츠를 해임했는데, 월츠는 공화당 내 전통적인 “대(對)이란 매파”였다. 그리고 푸틴은 미국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으로서 우크라이나 협상 타결이 득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패권의 한계에 관한 교훈을 고통스럽게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