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극우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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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자신의 젊음을 내세우지만, 늙은 김문수 못지 않게 극우 본색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준석은 극우의 친미·반중주의에 공감한다. 이준석은 지난 2차례의 TV 토론회에서 시종일관 이재명을 ‘친중’으로 몰며 공격했다. 심지어 이재명의 재생 에너지 확대 공약조차 “중국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이준석은 통일부 폐지와 흡수 통일 주창자다(이번 10대 공약에도 통일부 폐지가 포함됐다).핵잠수함과 핵잠재력 개발을 공약했다. 1차 대선 후보 토론에서는 “양안 관계가 발생하면 개입한다는 거냐, 안 한다는 거냐”며 이재명을 몰아세웠다. 여느 극우와 같은 호전성이다.

이준석은 자신이 계엄에 반대했다며 극우 김문수와 다른, 합리적 보수인 양한다.
하지만 이재명이 지적한 바 있듯이, 이준석은 계엄 당일 강남의 술자리에서 소식을 듣고 “집[동탄]에 가서 샤워하고, 택시 타고” 느지막이 국회로 와서는 의사당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한 영상에서 이준석은 “다른 의원들처럼 담 넘어 들어가면 된다”고 충고하는 시민에게 “시끄러 인마” 하고 윽박질렀다[이준석은 보좌관에게 한 말이고, 이미 계엄 해제 표결이 끝난 상황이라고 나중에 변명했다].
이준석은 탄핵을 찬성했다고 하지만, 탄핵 찬성 집회에 나온 적도 없고 그 집회를 지지한 적도 없다.
탄핵이 인용될지 아닐지 불안함과 우여곡절이 있던 국면에도 이준석은 한결같이 젯밥(본인이 대통령 출마가 가능한 시점까지 헌재 판결이 지연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헌재 판결 지연 상황에서 정신적 고통을 받고, 또 밤샘 농성을 하며 마음을 졸였던가.
이준석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1등 공신이었으면서도,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미수 후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준석은 제시한 개헌 공약에서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을 포함시켰다. “윤 대통령이 의회 해산권이라는 옵션이 있었으면 해산했을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참패했겠지만 군대를 동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만큼이나 반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초록동색
이준석은 김문수에 대해 분명하게 차이점을 긋고 있지 않다. 둘은 초록동색이다. 김문수가 이준석을 끌어안으려 하고, 그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준석은 계급 질서를 유지하려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속죄양 삼는 데 앞장서 온 “비호감 1위”의 정치인이다. 이준석은 이들의 저항에 대해 단호한 법질서 통치를 주장한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과 동덕여대 학생들의 민주주의 투쟁에 대해 그랬다.
차별받는 사람들을 공격하며 그들을 이간·분열시키는 것은 트럼프와 미국 극우들의 문화전쟁 수법과 똑같다.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이준석이 뿜어낸 교활함과 자아도취는 역겹기 짝이 없다.
이준석은 승자독식 자본주의 체제와 계급 불평등(차별)을 철저하게 옹호하고 특권층을 대변한다. 일반 청년들의 박탈감을 이용만 할 뿐, 그 고통을 해결하는 데는 사실 관심이 없다.
그의 (정치적) 고향은 “4호선 종점 상계역”이 아니라 특권층 출신이자 쫓겨난 두 전직 대통령 박근혜·윤석열의 당이다.
이준석은 10대 공약에서 기업을 위해 “압도적 규제 혁파”를 내세운 반면, 최저임금은 차등 적용을 하자고 내세웠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배제가 ILO 협약 위반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현대판 노예제”라 불렸던 산업연수생 제도를 사례로 들며 옹호했다.
이준석은 쉬운 해고와 영리 병원 도입을 옹호했다. “능력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고도 했다(《공정한 경쟁》(이준석, 2019)).
이것이 이준석이 말하는 “공정”이다. 이준석의 “공정”으로는 기업주들이 벌이는 온갖 불법·편법·특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복지 혐오
이 같은 이준석의 시장만능주의는 복지(와 약자) 혐오로 드러난다.
이준석은 선거 운동 기간에 코로나19 전담병원이자 이재명의 대표적 개혁 성과물인 성남시의료원(과 이재명의 공공병원 확대 공약)을 공격했다. 또, 보장성을 찔끔 높인 ‘문재인 케어’도 건강보험 재정 적자의 원인이라며 공격했다.
외래 진료가 120일 초과하면 본인부담을 90퍼센트로 올리겠다는 “의료 쇼핑 방지”도 내놨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은 죽으라는 말인가? 잔인하고 파렴치하다. 기업주 등 부자들의 세금만 안 깎아 줘도 그 몇 곱절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준석은 노인들을 짐짝 취급한다. 노인무임승차제도도 반대했었다. 보수적인 대한노인회조차 “패륜아”라며 반발했다.
이준석이 이번에 거의 유일하게 내세운 복지 공약은 국민연금을 신·구연금으로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연금 수급액을 찔끔 올린 것이 청년들에게 손해가 됐다며, 아예 노인들을 국민연금 제도에서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세대 분열이 목적일 뿐이다. 분리된 구연금의 재정은 악화될 게 뻔하다. 한편, 신연금은 소득 재분배 기능을 없애 서민 청년들의 연금은 더 나빠지게 된다. 게다가 노인 연금 약화는 서민 청년들에게 부모 부양 부담을 늘리게 되므로 이중의 손해다.
청년 대표인 양하는 이준석의 청년 공약은 사회 진출할 때 5,000만 원을 고정금리로 ‘빌려’주겠다는 게 전부다. 선거 운동 일환으로 학식(학생 식당 음식) 먹으러 돌아다니는 이준석을 향해 인하대의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대학생 공약도 없는데 학식은 왜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