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가 이란과 핵협상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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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대표다.
지금 중동에 드리운 주요 불확실성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와 베냐민 네타냐후가 서로 얼마나 공조하느냐 아니면 반목하느냐이다. 가자지구와 관련해 실로 그렇다. 이스라엘 전 총리 에후드 올메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은 단 한 사람, 도널드 트럼프에게 달렸다.” 현재 중동의 세력 균형상, 휴전은 트럼프가 네타냐후를 압박할 때만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둘의 대립이 뚜렷한 문제 하나는 이란과의 핵합의다. 지난주 수요일[5월 28일 — 역자] 트럼프는 네타냐후에게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지금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문제 해결에 매우 근접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말한 해결은 오만의 중재 아래 미국과 이란이 진행 중인 핵협상을 가리킨다.

얼핏 보면 기이한 일이다. 트럼프는 2015년 버락 오바마와 주요 유럽 열강이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를 파기하라는 네타냐후의 로비를 받아들인 인물이다. 그런데 왜 트럼프는 이제 와서 생각을 바꾼 것일까? 그저 노벨평화상을 받으려는 노력의 일환일까?
트럼프의 의사 결정에서 경솔과 변덕이 하는 구실을 고려하면 그런 동기도 일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더 중요한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오늘날 중동 세력균형 변화라는 요인과 관련 있다. 2015년 이란 핵합의를 파기시키기 위한 로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연안 국가들도 관여했다. 사우디 왕가는 무슬림 세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정권을 주요한 맞수로 본다.
그러나 이제 걸프 연안 국가들의 처지가 바뀌었다. 2019년 9월 이란에서 날린 것으로 알려진 순항 미사일과 드론은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석유 시설을 타격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을 일시적으로 반토막 냈다. 미국이 이런 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주리라 기대했던 걸프 연안 국가 지배자들은 분개했다. 이는 이란과의 화해를 추진하는 계기의 하나가 됐고 의미심장하게도 중국이 이를 중재하고 나섰다. 그 결과 2023년 3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둘째 요인도 중동의 세력균형 변화와 관련 있다. 지난가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맹공하고, 그 공격으로 특히 헤즈볼라의 대중 운동 지도부가 제거돼 이란이 이끄는 이른바 ‘저항의 축’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란은 지난해 이스라엘의 거센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두 차례 받았다.
이처럼 이란은 더 취약해졌다. 하지만 이것은 이란 지배자들을 두 가지 선택으로 몰 수 있다. 하나는 핵개발 속도를 높이고 핵무기를 빨리 개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외견상 아무런 제재 없이 중동 전역에서 제멋대로 날뛰는 광경은 그런 선택을 할 강력한 동기가 된다. 물론 이스라엘은 자체 핵무기를 100기 넘게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여전히 핵 우위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각종 미사일을 개발한 이란이 [이스라엘의 최대 도시 — 역자] 텔아비브에 핵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갖게 되면 네타냐후조차 멈칫하게 될지 모른다.
이란이 이런 선택을 추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몇몇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2~5월 사이에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50퍼센트 늘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란 지배자들은 걸프 연안 국가의 새 친구들로부터 핵합의를 체결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에게 영향을 주는 셋째 요인은 그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의 핵심 동맹 구실을 하며 러시아에 미사일과 드론을 공급해 왔다. 이란 핵합의는 미국이 중국에 집중할 수 있게 할 대합의를 체결하려는 트럼프의 바람과 부합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튀르키예 등의 국가들이 십중팔구 참여할 중동 핵무기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이후 전망은 실로 오싹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과 핵합의를 성사시킬 만큼 양보할 의사가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하지만 이란은 이를 “레드 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는 협상이 실패하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가세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전쟁의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것이다. 트럼프의 노벨평화상은 물 건너갈 테지만, 그건 별 위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