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집회:
임금·인력 옥죄는 총인건비제 개선하고, 고속철도 통합 약속 지켜라
〈노동자 연대〉 구독

6월 28일 철도의 날을 맞아 서울역 인근에서 철도노조의 전국 집중 집회가 열렸다. 4,000명이 참가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처음 열린 철도 노동자들의 대규모 집회였는데, 30대로 보이는 청년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노동자들의 표정은 밝았고, 집회는 활기찬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윤석열이 파면되고 “노동 존중”을 표방하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원하는 기대가 느껴졌다. 철도 기관사 출신의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철도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삭감과 인력 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어 왔다.
특히 ‘총인건비제’는 역대 정부들이 노동자들의 임금과 인력을 옥죄는 족쇄가 돼 왔다. 총인건비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부가 일정 한도로 제한하는 정책이다. 이 때문에 철도 노동자들은 연차 보상 이월이 강요되는 등의 문제를 겪어 왔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났는데, 철도 노동자들은 이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가 총인건비를 증액하지 않아 사실상 판결을 무력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통상임금 판결에 따르면 인건비가 1,000억 원 증액돼야 합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 돈을 추가로 주지 않으면서 총인건비 안에서 해결하라고 합니다. 줄 돈이 없다며 우리가 받아야 할 기본급 인상도 못 하겠다고 하고, 안전 인력도 못 뽑겠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미 판결이 나와서 법원에서도 주라고 하는데, 기재부 지침 때문에 못 준다고 하는 것입니다. 총인건비제는 우리 철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하는 족쇄입니다.”
인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이다. 집회 연단에서 정주회 구로승무지부지부장은 인력 부족 현실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연차를 주지 않기 위해 연차 장부를 내주지 않는 회사, 게시판에 어떤 날은 연차 사용 금지를 붙여 놓는 회사, 연차 신청했더니 출근하라고 연차 반려 문자 날아드는 회사, 한국 사람들 다 안다는 코레일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병가가 잘려서 토할 봉투 챙겨서 한 정거장마다 토를 하며 운전을 하고, 인대가 끊어진 기관사[를] 출근시켜서 다리를 절뚝이는 채로 사다리에 오르게 하고,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신고했더니 사람 구할 때까지 못 간다며 붙잡아 두는 회사. 아마 요새는 소설을 써도 이렇게 쓰면 말도 안 된다고 핀잔을 들을 겁니다.”
지난해 12월 초 파업의 성과로 4조 2교대제를 정식 시행하기로 했지만 인력 부족 때문에 적잖은 노동자들은 여전히 4조 2교대제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조경범 정읍고속시설지부장은 “지금도 인력 부족으로 3조 2교대제에 묶여 있다”며 발언했다.
조 지부장은 4조 2교대를 위해 4개 시설 지부가 선전전 등 공동 투쟁에 들어갔는데, 한 조합원이 “아직도 이런 데가 있어 불쌍하다는 듯 안타까운 눈빛으로 지나갔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올해 임단협에서 “4조 2교대를 기필코 쟁취하겠다” 하고 말했다.
또 철도노조는 올해 코레일과 SR을 통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철도 민영화의 사전 작업으로 수서발 고속철도 SR을 분리하고 코레일의 적자가 늘어나자, 이를 이유로 요금 인상, 서비스 질 저하, 노동조건 공격 등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두 차례 철도노조에게 코레일과 SR을 통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고속철도 통합, 총인건비제 전면 개편, 통상임금 판결 이행, 인력 충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9월이 지나도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철도 노동자의 힘으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해 나가겠다” 하고 말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이 “잘해 주면 좋겠다”면서도, 과거 민주당 정부도 “고속철도 통합 약속 지키지 않고, 총액인건비제도 그대로 유지됐다”며 “우리는 입 벌리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하고 말했다. “올해 반드시 잘못된 정책 바꿔내고 임금 인상까지 이뤄냅시다.”
집회를 마치고 노동자들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