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내로남불:
트럼프 정부의 한국인 구금 비판하더니 울산 공장에서 이주노동자 대량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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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울산의 자동차 부품회사 M사에서 일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50여 명을 수갑을 채워 단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조지아주 공장 습격 사태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말하고 김민석 총리는 미국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미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는데, 같은 시기 한국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다름없이 인종차별적인 단속을 벌인 것이다.
울산이주민센터와 금속노조가 밝힌 바에 따르면, 16일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 M사 입구에서 사복 경찰이 대기하고 있다가 이주노동자들을 집단 체포했다고 한다. 사진으로 후송되는 모습이 확인되는 이주노동자만 약 50여 명이다.
경찰은 이주노동자들의 성별을 불문하고 서로 수갑으로 결박했다. 조지아주에서 미국 ICE 요원들이 노동자들의 손목·허리·발목 등을 쇠사슬로 묶어서 구금 시설로 끌고 간 것과 다르지 않은 행태다.

M사는 현대자동차의 부품업체들이 모여 있는 모듈화단지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대규모 이주노동자 단속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정부는 올해 8월 12일부터 9월 12일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 단속을 실시해 4,671명을 단속했다고 밝혔다. 그중 제조업체에서 단속된 노동자가 3,635명이다. M사 단속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을 것이다.
이것은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강화 기조를 그대로 이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부터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세워 매년 두세 차례씩 정부합동단속을 시행해 왔다.
그 결과 2023년 10월 43만 명이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올해 9월 현재 36만 명으로 약 7만 명이 줄었다. 전체 이주민에서 미등록 이주민이 차지하는 비율도 16.9퍼센트에서 13.6퍼센트로 감소했다.
그만큼 많은 단속이 벌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목 절단, 유산,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끔찍한 인권 침해가 빈번했다.
단속된 이주민들이 구금되는 외국인보호소도 열악한 환경과 보호소 직원들의 인권 침해로 악명 높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미국에서 매우 열악한 구금 시설로 끌려갔던 것처럼 말이다.
올해 5월 단속돼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는 한 이주민은,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과 발목을 심하게 다쳤으나 8월에서야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추가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의 이런 ‘내로남불’ 행태는 극우들이 공략하며 파고들기 좋은 지점이다. 정부의 이주민 단속으로 극우의 주장들이 정상적인 주장으로 보이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4월 2일 치러진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전광훈이 이끄는 극우 자유통일당 후보 이강산은 “외국인 불법체류자 완전 추방”을 핵심 공약의 하나로 내세워 32퍼센트를 득표한 바 있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지난 8~9월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하며 “서민 일자리 잠식 및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분야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떠벌이는 이민자 단속 명분과도 다르지 않은 이런 주장은,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노동자 등 서민들을 고통에 빠트리는 기업주와 정치인들의 책임을 이주민들에게 돌리려는 것일 뿐이다.
인종차별적인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