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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아펙 “성공적 개최” 명목의 단속이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다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의 자동자 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25세 베트남인 여성 이주노동자 부두안 씨가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피하려다 사망했다. 해당 공장에서 일한 지 불과 2주 만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아펙(APEC)을 기해 벌이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 단속이 낳은 비극이다.

부두안 씨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대구의 한 대학을 졸업한 후 구직 비자(D-10)를 받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당 비자는 원칙적으로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를 이주민들에게는 막아 놓은 것이다.

부두안 씨는 공장에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깜짝 놀라 공장 2층 에어컨 실외기 사이 틈으로 급히 몸을 숨겼다. 단속은 오후 3시경부터 6시를 넘겨서까지 무려 3시간 넘게 이어졌다. 그 사이 부두안 씨는 함께 일하던 동료 수십 명이 비명을 지르며 잡혀가는 상황을 숨죽여 지켜봐야 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단속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단속반이 공장 주변을 에워쌌고, 모두가 겁에 질려 뛰어다녔다. 잡히면 추방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들 공포에 떨었다.”

단속반은 그날 해당 공장에서 30~40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을 잡아갔다.

부두안 씨가 이런 상황에서 느꼈을 공포는 극심했을 것이다. 부두안 씨는 몸을 숨긴 채 동료에게 전화로 “숨쉬기 힘들다”고 말한 뒤 통화가 끊겼다고 한다. 또, 친구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극심한 공포와 고통, 어지러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오후 6시 26분경 단속반의 버스가 공장을 벗어났다는 친구의 메시지를 확인한 것이 부두안 씨의 마지막 통신이었다. 그로부터 약 15분 후 부두안 씨는 바닥에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숨어 있던 곳에서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칠곡 왜관에 거주하는 부모가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왔으나, 이미 숨진 딸의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해 했다고 한다.

미등록자 단속 중단과 합법화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 ⓒ조승진

부두안 씨 사망의 책임은 이재명 정부에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미등록 이주민 정부합동단속을 벌이고 있었다. 법무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3개 부처가 나서며 경찰청·해양경찰청이 동원된다.

특히 ‘아펙(APEC) 성공적 개최 지원’을 명분으로 경주 지역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대구 성서공단은 경주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곳이다.

트럼프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체포·구금을 비판하더니, 트럼프 맞이를 위해 트럼프와 똑같이 인종차별적인 이주민 단속을 한국에서 벌인 것이다.

미중 갈등을 격화시켜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지원하고, 베네수엘라 침공을 위협하고, 세계 도처와 한국의 극우를 고무하고 있는 트럼프에게는 황금으로 도배한 훈장과 왕관까지 선물하면서, 가장 열악한 곳에서 일하며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젊은 이주노동자는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뿐 아니라 트럼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정당한 항의 행동을 억누르려고 일련의 조치를 취해 왔다. 집회와 시위 등 민주적 권리를 제한했고, 최근 한 우즈베키스탄인 난민을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 하마스에 모금한 돈을 송금했다는 혐의로 구속해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 강화도 그런 수단의 하나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명분으로 법무부의 단속 요원과 경찰 들이 합동으로 지역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은 지역 사회에 위축 효과를 낼 것이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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