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토론회:
세계 각국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의 경험을 공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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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의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이 이스라엘의 인종청소에 맞서 노동자들의 집단적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공유하고, 국제적으로 조율되는 행동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온라인 토론회(“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 막아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국제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토론회”)가 열렸다.
영국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학 노동자들’(UCW4P)이 11월 27일(한국 시간) 주최한 이 토론회는 다가오는 11월 29일 국제 공동 행동을 건설하자는 호소에 대한 응답으로 열린 것이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아일랜드, 나이지리아, 이집트, 한국, 영국, 노르웨이의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 15명과 그보다 더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 100여 명이 이 토론회에 참가했다.
여러 발표자들은 이번 토론회가 11월 29일 국제 공동 행동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여러 나라의 노동자들이 손발을 맞추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첫 발표자인 팔레스타인 비르제이트대학 교직원 노조의 마흐무드 알라우네흐와 ‘팔레스타인 교육권 운동’의 순도스 하마드 간사는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승인된 트럼프 구상의 실체와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격을 폭로했다.
두 팔레스타인인 발표자들은 이스라엘과 제국주의에 맞서 노동자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발표자들과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청중의 호응이 뜨거웠다.
이탈리아 ‘기층 노조’의 하나인 시코바스의 파비오 산토로 활동가는 지난 9월 말과 10월 초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의 교훈에 관해 얘기했다.(관련 기사: 본지 560호,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 어떻게 건설됐나’)
극우 멜로니 정부하에서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만만찮은 상황에 있었지만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은 돌파구가 됐다. 노동자들은 그 파업을 통해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에 반대할 뿐 아니라, 자국 정부의 군국주의적 경제 개편과 군비 증강, 복지 삭감, 노동 조건 악화에도 맞서 싸웠다. 산토로 활동가는 이탈리아 총파업의 경험이 “경제 투쟁과 정치 투쟁이 단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강조했다.
파비오 씨는 또한 이렇게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경험은 투쟁을 일으키고,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을 시도하고, 정부의 불허 조처에 맞서 시위를 벌인 소수가 더 큰 대중운동으로 나아가는 길을 닦을 수 있음을 보여 줬습니다. 국제적 수준에서도 행동을 조직하기 위해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경험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스에서는 10월 10일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이 있었는데 원래는 그 날을 전후해 노동시간 연장 등에 맞선 두 총파업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10월 3일 이탈리아에서 총파업이 일어나자 기층의 활동가들이 그 사례를 이용해 일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노조 상층 관료를 압박해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12월 17일 또 다른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고, 막대한 부자 감세와 군비 증강 등이 포함된 정부 예산안에 반대하는 총파업이다. 그리스에서도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팔레스타인 연대가 결합되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에서는 11월 27일 주로 지역 노조들이 주도력을 발휘해 오슬로 등 3대 도시에서 2시간 파업이 벌어졌다. 이것은 지난 5월 노르웨이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기층의 활동가들이 노동조합 지도부의 반대를 거스르고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 철회 등의 요구를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의 후속 행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하고 다음 파업을 전국적 파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하고 노르웨이의 수잔 루덴 활동가는 말했다.
그 외에도 팔레스타인 연대를 위한 다른 나라들의 파업이나, 파업에는 미치지 못해도 노동자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의 조수진 교사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의 경험을 공유해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이집트 연대 운동’의 호쌈 엘하말라위 활동가는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에 공모하는 이집트 엘시시 정권의 혹독한 탄압 때문에 당장 이집트에서 서구에서처럼 행동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가 여전히 이집트인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고, 팔레스타인의 해방이 이집트의 해방과 직결돼 있는 만큼 이집트 내 저항의 소식에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이번 토론회는 국가의 탄압에 맞선 투쟁도 각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예컨대 이탈리아에서는 한 이집트인 이맘이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고 추방 위협을 받고 있다. 이집트 독재 정권에 반대해 온 그 이맘은 이집트로 추방되면 곧바로 탄압과 살해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이유로 추방 위기에 처한 영국의 이집트인 대학생 우사마 가넴 씨도 발표자의 한 명이었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학생인 가넴 씨 또한 이집트 정권의 탄압을 피해 온 난민 가족 출신으로, 이집트로 추방되면 탄압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킹스칼리지 대학노조 지부는 그를 방어하는 집회를 열고, 팔레스타인 지지를 억누르는 대학 당국에 맞서는 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발표자들의 발표 외에도 채팅창에서도 참가자들이 각자의 노력을 활발하게 공유했다. 공유된 경험들을 보며 자기가 속한 노조에서 행동을 건설하고 연관을 맺기 위해 연락처를 주고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노동자들도 이러한 노력들에서 영감을 얻고 팔레스타인 연대를 위해 계급적 힘을 행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