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마가(MAGA)’ 내홍 속에서 극우의 급진화가 추동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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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우 운동 ‘마가(MAGA)’의 내홍이 지난주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계기는 〈폭스 뉴스〉 앵커 출신이자 마가의 주요 선동가 터커 칼슨이 나치 닉 푸엔테스와 한 대담이었다.
푸엔테스는 유대인 혐오자이자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로, 지난 9월 죽은 극우 찰리 커크가 생전에 이스라엘을 지지한 것이 “[유대인 혐오라는] 원칙을 거스르는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칼슨과의 대담으로 1,750만 명이 시청하는 전국적 발언대를 얻은 푸엔테스는, 트럼프 정부의 이스라엘 지지를 문제 삼았다. 물론 이스라엘이 인종학살을 자행하는 식민 지배 국가라서는 아니었다. 푸엔테스는 미국이 유대인의 세계 지배를 위한 ‘끝없는 전쟁’에 끌려 들어가선 안 된다는 유대인 혐오적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대담이 방영되자 마가의 유력 인사들은 격분했다. 트럼프의 부통령 J D 밴스와, 대표적 마가 선동가인 벤 샤피로는 푸엔테스와 칼슨이 이스라엘 지지를 문제 삼는 것을 두고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물론 그들이 인종차별에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격분의 한 배경은 대담 공개 직후 유대인 혐오 선동이 공화당 청년위원회의 단체 메신저 대화방을 휩쓸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이를 폭로하는 보도를 하며, 공화당 내 유대인 혐오 선동이 3~4년 전보다 훨씬 거세졌고 “이번에는 공화당 지도부가 이를 거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마가 운동이 사분오열하며 지리멸렬해지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다.
물론, 트럼프는 역대 재선 대통령을 통틀어 지지율이 두 번째로 낮다. 핵심 이유는 트럼프 또한 전임자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서민 생활고 심화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11월 선거에서 패배했다.(관련 기사: 본지 564호, ‘트럼프의 엡스틴 문건 공개는 무엇을 반영하는가’)
지리멸렬?
그러나 그런 관측들에 깔린 가정은 극우가 추악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자충수일 따름이고 거기서 ‘상식적’ 정치 세력(중도)이 득을 볼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관측들은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놓친다.
첫째, 트럼프 정부하에서 극우가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홍은 마가가 반(反)극우 대중운동의 압력으로 분쇄되고 있어서가 아니라,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 벌어지는 것이다.
올해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이민 통제에 항의하는 전투적 저항이 분출했다. 그 덕분에 트럼프는 군대 투입으로 노리던 스펙터클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반트럼프 저항 역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을 동원한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단속은 계속되고 있고, 이는 다종다양한 극우에 힘을 주고 있다. ‘프라우드 보이스’ 같은 극우 단체들은 ICE의 일을 하청받아 수행하며 조직을 재건하고 있다(프린스턴대학교 분열극복연구소).
이런 상황에서 칼슨은 트럼프 정부가 “이민자 6,500만 명 추방이라는 제1 목표”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는 국수주의적 입장에 힘을 더하려고 푸엔테스를 띄운 것이다. 이전에도 칼슨은 그런 입장에서 트럼프의 이란 공격과 베네수엘라 지상 침공을 반대했다.
미국 인구의 20퍼센트가 넘는 6,500만 명을 추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이를 내세우는 것은 생활고 심화의 책임을 이민자들에게 돌리는 희생양 삼기로 득을 보기 위해서다(그래서 그들은 트럼프가 농업 자본가들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농산물 가공업 부문을 이주노동자 단속에서 제외한 것에 격분했다).
이 전술을 둘러싼 극우의 분열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애초부터 마가는 국수주의 극우, 전통적 공화당 정치인들, 극렬 자유지상주의자들, 기독교 우파, 우파적 빅테크 자본가들 등 계급적 기반과 목표가 상이한 여러 파벌이 트럼프를 축으로 삼아 공존하는 우산 운동이다.
극우의 내홍이 꼭 극우의 약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1920년대 히틀러의 나치당이 부상할 때도 수많은 극우 정당들과 우익 군사 조직들이 난립하고 있었지만, 그 난립이 히틀러의 집권을 막지는 못했다. 당시 극우 내 갈등은 히틀러 집권 후에 유혈 숙청(‘장검의 밤’)을 거쳐 정리됐다.
더 근래의 사례는 2010년대 중반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내홍이다. AfD 내의 우익 포퓰리스트(“국민적 보수주의”) 분파와 파시스트(“국민적 혁명”) 분파 간의 투쟁은 파시스트들이 당권을 잡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는 독일에서 극우가 유력한 정치 대안으로 제시되는 상황에서, 비교적 강경하고 철저한 파시스트들이 다른 극우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극우 운동 전체를 급진화시켰기 때문이었다.
유대인 혐오
이는 이번 마가 내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둘째 사실과 이어져 있다. 파시스트들의 유대인 혐오가 중심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유대인 혐오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정당한 주장과 전혀 다른 역겨운 인종차별로, 극우의 사상이다. 그 이데올로기에 따라 나치당은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관련 기사: 본지 277호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유대인 증오는 극우 이데올로기다’)
유대인 혐오는 파시즘만의 특징이 아니다. 파시스트가 아닌 다른 극우들(예컨대 일론 머스크 같은 자들)도 유대인 혐오적이지만, 그들은 이스라엘을 서방 제국주의의 중동 경비견이라고 보기 때문에 유대인 혐오와 이스라엘 지지를 대립시키지 않는다.
파시스트들이 그들보다 ‘철저하게’ 유대인 혐오를 추구하는 것은, 그들이 사이비 반자본주의자 행세를 하며 대중운동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파시스트들에게 유대인 혐오적 음모론은 전 사회적인 위기를 그럴싸하게 설명하는 데에 유용한 이데올로기다. 이를 이용해 파시스트들은 체제의 위기 속에서 고유의 반혁명적 대중운동을 건설한다(트럼프의 아웃사이더 행세는 이 수법을 모방한 것이다).
이번에 푸엔테스의 유대인 혐오 선동이 내홍의 중심 쟁점이 되고 공화당 내에서 즉각 반향을 얻은 것은,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과 그가 구축한 극우 운동이 진짜 파시스트들이 자라날 토양이 되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
아직 미국에는 그런 대중적 파시즘 운동이 구축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극우가 급진화하며 서로를 우경화시키다가 자멸할 것이라고 방심하면 그 운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여기서 히틀러는 고전적인 사례다. 히틀러는 집권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선거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강력한 대중운동이 그들을 분쇄하지 않았기에 득표와 상관없이 나치가 우경적 급진화를 추동하고 노동계급과 좌파의 저항을 분쇄할 수 있었다.
극우를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위험 신호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마가의 우경적 급진화는 마가가 구축해 놓은 국제 극우 연계를 타고 빠르게 다른 나라들로 수출될 수 있다.
극우에 맞선 대중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시급하고 사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