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이란인 영화감독 코메일 소헤일리 인터뷰: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인들의 민주주의 운동을 납치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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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사흘째 되던 날, 재한 이란인이자 영화감독인 코메일 소헤일리 씨를 만나 이란의 상황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들었다.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은 인터뷰 직전 주한 미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규탄 행동’에 참가해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본지 574호, ‘재한 이란인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이 말한다: “폭탄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없습니다” 참고)
이란에 계신 가족 분들은 무탈하신지요?
전쟁 발발 한 달 전 시위대 학살로 이란이 많이 변했다는 것부터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은 평상시에 겪지 못한 일이었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배신감, 슬픔,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민중과 정부 사이에 골이 매우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저항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달라진 장례식 문화도 그것을 보여 줍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수천 가족이 최근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장례식에서 검은 상의를 입고 눈물을 흘리지만 이번에는 흰옷을 입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췄습니다. 이것은 민중이 만들어 낸 새로운 저항 방식입니다.
이번 전쟁에 대한 견해가 다양하게 엇갈리는 현실을 이해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언제나 “하지만”이라는 단서가 뒤에 붙습니다. 그리고는 많은 사람들이 어째서인지 전쟁을 정당화합니다. 그들이 너무 지쳤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와 제 친구들처럼 이란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이든, 이스라엘 정부가 이란인들을 살해하는 전쟁이든, 그 형태를 막론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트럼프가 예측할 수 없는 대통령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뭔가 일이 터지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이 전쟁은 당연히 불법입니다. 국제법으로도 불법이지만 미국 국내법에 의해서도 불법입니다. 의회 동의도 없었고 사전 논의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정글의 법칙이 국제법을 대신하게 됐습니다. 누구나 명분도 이유도 없이 제멋대로 폭격할 수 있으니까요. 제 생각에 국제 질서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오늘도 민간인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병원 두 곳이 폭격당했고, 테헤란 북부의 주거 지역도 폭격당했습니다. 그 지역은 제가 친구들과 종종 어울리던 카페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쟁이 시작되면서 인터넷이 다시 끊긴 탓에 저는 가족과 친구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이 부디 무사하기를, 그리고 이 전쟁과 독재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이란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하는데요.
이란의 민주화 운동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시작됐다고 보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수많은 이란인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란의 민주화 운동은 1905년 입헌 혁명 이래로 한 세기 넘게 이어지는 하나의 지속적인 운동이라고 봐야 하고, 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1905년에 많은 사람들이 왕의 권력을 빼앗아 민중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가 개입해 이란 국회의사당에 포격을 가했습니다. 첫 번째 외세 개입이었습니다.
1953년에 또 다른 외세가 개입했습니다. 미군과 영국군이 선거로 뽑힌 이란 총리 모하마드 모사데크를 [군사 쿠데타로] 끌어내린 것입니다.
이란의 민주화 운동은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습니다. 동시에 매번 정권의 탄압이나 외세 개입으로 납치됐습니다.
이슬람 혁명 후에도 민주화 운동이 무수히 벌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2009년] 녹색 운동,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운동 그리고 지금의 시위가 있습니다.
이번에 민주주의를 쟁취하지 못해도 새로운 운동이 분출할 것입니다. 역사를 보면 한 운동에서 다음번 운동까지의 간격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할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인들이 민주주의를 이루기 더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1953년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나, 오랫동안 동안 서방이 이란을 위선적으로 제재하면서 저처럼 평범한 이란인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든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에 머물던 수많은 이란인들을 이란으로 송환해 버렸습니다. 그들이 이란에 도착하면 어떤 처우에 놓일지 고려하지 않고 말입니다. 트럼프는 그들의 목숨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수많은 어린이들을 살해한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트럼프와 이스라엘 둘 다 전쟁 범죄자들입니다. 그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역사는 저에게 그들을 믿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언론을 보면 하메네이 살해 소식에 이란인들이 기뻐하고 있다, 슬퍼하고 있다 등 온갖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 이란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메네이가 죽어서 기뻐하는 사람도, 그가 죽었다고 애도하는 사람도 모두 미래의 이란에서 정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 자신은 하메네이를 독재자로 여기고 그가 죽었다는 소식에 기뻤습니다. 물론 저는 그가 법정에 섰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맞이한 최후는 저와 많은 이들이 바랐던 것이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하메네이를 따르는 사람들도 많고, 그들도 미래의 이란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들을 인정하고, 우리가 다른 견해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 방법을 찾기를 바랍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하시면서, 이란인들의 대의도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저와 여러분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폭정과 억압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도 100년 넘도록 독재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매번 외세의 개입이나 정권의 억압에 꺾이면서도 말입니다.
그런 만큼 폭정과 억압에 맞서 목숨을 바친 수많은 이들과 연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일부 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주화 운동을 납치하려고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맥락과 역사를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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