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제국주의와 동아시아의 불안정
〈노동자 연대〉 구독
이 글은 2013년 1월에 씌어진 글이지만, 몇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동아시아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글의 축약판을 보려면
최근 동중국해 댜오위다오
지난 2~3년 동안 동아시아는 긴장과 갈등이 증대해 왔다. 2012년에도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한반도 주변에서 이런 추세가 발전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남중국해: 중국과 필리핀이 2012년 4월 초 남중국해 난사군도
서해: 한
동중국해: 가장 두드러진 충돌은 2012년 여름부터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 변화
동아시아에서 왜 긴장과 갈등이 증대하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적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장기적인
20세기 초에 레닌은 세계경제의 불균등성과 모순을 강조했고, 자본주의의 역동적 발전 과정 자체가 이러한 불균등성의 분포를 바꿔서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끊임없이 바꿔 놓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카우츠키와 달리, 지배적 열강 간의 안정적 동맹 구축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세계경제의 불균등성과 모순 그리고 불균등성의 분포 변화가 지닌 정치적 함의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레닌 시대에 최강의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이 독일과 미국의 부상에 직면했다면, 오늘날 국가 간 세력균형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반면,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8~10퍼센트라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고, 특히 1990년대 말부터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의 세계 패권에 대한 잠재적 도전자로 떠올랐다. 1978년에서 2009년 사이에 중국의 국내총생산

중국은 2005년에 경제 규모 세계 5위로 올라섰고, 2007년 독일을 추월해 세계 3위가 된 지 불과 3년 만인 2010년에 일본을 젖히고 세계 2위가 됐다. 일본은 42년 만에 2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특히 동아시아에서 빠르게 높아졌다. 동아시아는 세계 자본주의의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중국이 광대한 수출 시장을 제공하면서 역내 무역과 생산의 구심이 되자 동아시아 경제들 간 상호의존도는 매우 높아졌다.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역내 무역은 빠르게 성장했다. 1992~2007년 동아시아 역내 무역이 지역의 총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퍼센트에서 52.23퍼센트로 증가했다. 동아시아 역내 무역은 중간재가 주요 대상인데, 이는 동아시아 경제의 분업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일본의 핵심 부품이 중국, 한국, 아세안 5개국
중국은 2008년을 기점으로 한국과 일본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됐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0년에 9.39퍼센트였던 것이 2005년에 18.43퍼센트, 2010년에 21.13퍼센트로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미국 무역의존도는 정반대로 2000년 20.09퍼센트에서 2010년 10.12퍼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그림2는 대중국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 대미 수출을 가뿐히 따돌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무역의존도도 비슷한 변화를 보인다. 일본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0년에 9.95퍼센트에서 2005년에 16.97퍼센트, 2010년에 21.02퍼센트로 빠르게 증가했고, 같은 기간 대미 무역의존도는 2000년 24.99퍼센트에서 2010년 12.92퍼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뤄 온 한국과 일본에게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전통적으로 일본 경제의 주요 파트너였던 동남아시아 경제들도 최근 중국과의 교역이 급속히 증대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들 사이의 교역은 1990년대 이후 연평균 약 20퍼센트씩 증가했다. 그 결과 2006년에는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과의 교역과 거의 같아졌고, 2007년부터 중국이 아세안의 제1위 교역국이 됐다. 아세안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1993년 1.4퍼센트에서 2000년 5.6퍼센트, 2006년 13퍼센트로 9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일본 무역의존도는 20.6퍼센트에서 18.4퍼센트, 15.1퍼센트로 감소했다.
세계 경제 구조 변화의 지정학적 영향
이와 같은 중국의 경제 성장은 지정학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첫째,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해 미국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있는 기존 국제질서에 점차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이 중남미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막대한 원료를 수입해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이 국가들을 미국의 영향권에서 떼어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2012년 4월 미주기구
또,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아시아
중국의 부상은 러시아의 운신의 폭도 넓혀 줬다. 중국과 러시아는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협력하고 있는데, 이 기구는 2005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등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견제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12년 6월에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는 첫 포괄적 계획을 내놓아 동맹 강화를 과시했고, 정상회의 이후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잘 드러난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교역이 급속하게 증대하고 흑자를 기록하자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03년 APEC에서 중국의 환율 정책을 비판하도록 아시아 정부들을 설득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방위 협력 증강도 이루지 못했다. 2006년 미국의 맹방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우너 외무장관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경고하고 그것과 선을 그었다.주3 이는 중국으로 천연 자원을 수출함으로써 호황을 누리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처지를 잘 드러낸 것이었다.
2009년 취임한 일본 민주당 소속 하토야마 총리가
중국을 중시하는 변화는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2004년 17대 국회에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라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다루기가 전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 협력이 모순 없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을 증대시키면서도 중국의 경제적
둘째, 중국의 경제 성장은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동안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방비 예산은 매년 12.9퍼센트씩 증가했다. 실제 국방비는 더 많을 것으로 평가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중국은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군대 현대화와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해군력 증강에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것은 중국 지배계급의 처지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왜냐하면 엄청난 양의 원유를 빨아들이는 중국 경제에 안전한 원유 수송로 확보가 필수적이고, 대외 무역이 많은 중국 경제에 안전한 해상교통로 확보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에게는 인도양과 말라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를 지나 중국 본토로 이어지는 에너지 해상교통로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 원유 수입의 80퍼센트 이상이 이 길을 통과한다.
그래서 중국은 2000년대 들어 많은 투자와 지원을 통해 인도양 연안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른바
또, 중국은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줄곧 태평양에서 주름을 잡고 있는 상황을 불만스럽게 여기며, 중국 근해에서 미군을 태평양의 훨씬 동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 중국은 제1도련선

그래서 중국은 해군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는데, 2012년 첫 항공모함 랴오닝 호가 취역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열 번째 항공모함 보유국이 됐고, 항공모함을 4척 더 건조하고 있다. 또,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핵추진 잠수함 10척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의 경우 4세대 스텔스기인 젠-20을 개발해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최대 사거리 3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대함 탄도미사일인
물론 중국이 특별히 호전적인 태세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당분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평화로운 주변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중국 정부는 2011년에 발표한 《중국 평화발전 백서》를 통해서
무엇보다, 중국의 해군력 확장은 중국이 의도했든 아니든 그동안 인도양과 태평양을 지배해 온 미국의 패권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미국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남중국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이어주는 중요한 해양 통로인 동시에,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거점을 이어 주고 유지시키는 생명선이다. 또,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중요한 곳이다. 일본과 한국 무역의 80퍼센트가 남중국해 항로에 의존하며, 동북아 국가로 향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80~90퍼센트가 남중국해를 통과한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의 해양 패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만약 미군이 태평양의 훨씬 동쪽으로 밀려난다면 이 지역의 동맹국들을 붙잡아두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근해 방어 전략과 진주목걸이 전략을
미국과 중국의 관계 속에 담긴 모순들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추세는 최근 두 가지 사건과 맞물려 더욱 가속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이
첫째,
둘째, 2008년에 시작된 경제 위기는 미국의 패권을 더욱 약화시켰다. 미국은 경제 위기의 진원지였고, 세계 경제를 끌어내렸다. 반면, 중국은 경제 위기에서 빨리 탈출하면서 다른 나라 경기도 함께 회복시켰다.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세계 1위 수출국, 세계 1위 외환보유국이 됐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1년 12월 현재 약 3조 2천억 달러이고, 이 가운데 달러 비중은 60퍼센트가 넘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을 지나치게 과장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곧 새로운 초강대국이 될 것이고 미국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우파의
냉전 종식 이후의 세계에서 미국이 여전히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IMF의 2010년 통계를 보면 미국의 GDP는 14조 6천2백41억 달러로 2위인 중국의 5조 7천4백51억 달러보다 3배 가까이 크다. 2012년에도 미국과 중국의 GDP 격차는


중국의 부상을 일면적으로 과장한다면 오늘의 세계 질서의 핵심 특징 중 하나로 미국과 나머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 여전히 현격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헤게모니 하에 다른 선진국들이 사실상 종속돼 있다는 식으로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도 잘못이다. 리오 패니치와 샘 긴딘 등이 이런 시각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는데, 이런 주장은 지정학적 경쟁이 과거지사라는 결론으로 나아가게 된다.주5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 사이에는 현격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동시에, 상당한 이해관계 갈등도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강대국들 사이의 긴장과 잠재적 적대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상호의존 관계를 발전시켜 온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가 최근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무역과 환율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벌이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퍼센트나 된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즉, 자국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조정 비용을 중국에 전가시키려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1970~80년대 서독과 일본에서처럼 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두 열강 사이의 이와 같은 경제적 갈등은 지정학적 영향력을 놓고 우위를 차지하려는 움직임과 결합되고 있다. 물론 당장은 아닐지라도, 장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강대국 사이의 이해관계 갈등은 주요 지정학적 충돌을 낳을 수도 있다.
미국의 대응과 그로 말미암아 더욱 불안정해지는 동아시아 지역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그런데 미국이 10년 넘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수렁에 빠져 있어서는 경제적
바로 이것이
그러나 아시아가 중요하다는 것은 미국에게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미국은 늘 아시아
말하자면, 오바마의
그러나 크리스 하먼이 맑시즘 2009
첫째, 경제적
미국이 TPP 추진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약화된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중국이 ASEAN+3을 통해 추진하는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
물론 미국이 TPP를 추진하는 데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 오바마는 2010년부터 5년 동안 수출을 곱절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담은 국가수출구상
오바마는 지금도 TPP 참여국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재선 이후 2012년 11월 동남아를 순방하면서 타이의 TPP 협상 참가 약속을 얻어 내기도 했다. 같은 때 일본 노다 당시 총리도 TPP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를 위한 사전 교섭에 속도를 내기로 오바마와 합의했다. 미국이 한국에 TPP 참가를 공식 요청했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이 아세안지역포럼
둘째, 지정학적
요컨대 미국은 중국이 자국의 근해로부터 미군을 제1도련, 더 나아가 제2도련 바깥으로 밀어내려는 것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즉, 아시아
미국 국방부는
동아시아에서 먼 거리에 위치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이 지역 국가들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미군의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협정, 해외기지 건설 및 성능의 향상, 역내 국가들과의 연합 훈련 등이 없이는 미국의 전략을 달성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 구축 노력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지적하듯이
일본은 동맹국들로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전략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이 지역적 위상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즉, 지역 차원에서 안보 분담을 확대하라는 것인데, 여기에는 국방비를 감축해야 하는 미국의 처지도 일부 반영돼 있다. 최근에 이런 방향은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2012년 4월 3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중국이 아시아
이런 조치는 한때 아시아에서 잔혹한 식민 통치를 했던 일본에 군사대국화의 날개를 달아 주고 있다. 최근 1년 동안에만 일본은 무기 수출 3원칙을 완화했고
이 모든 것이 일본 민주당 정권 하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2012년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제1당이 되면서 이런 추세가 한층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신임 총리 아베 신조는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고, 그 자신이 20세기 전반기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 지배와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 우익이다. 아베 신조는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인정, 자위대의 국방군 격상과 교전규칙 제정 등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 내각 출범 첫 날 그는 일본 헌법 해석상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밝혔다. 헌법 해석을 바꿔서라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이 직접 적의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도 동맹국이 군사 공격을 받으면 무력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리를 말한다. 그동안 일본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금하고, 전수 방위 개념의 자위대만을 보유해 왔다.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중요한 미국의 동맹은 한국이다. 오바마는 2010년 6월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 군사 협력을 맺기를 바란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 관계를 증진시켜 한
이와 관련해 미국의 북한
한국 지배계급은 미국의 충실한 동맹이 됨으로써 정치
미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계와 우려를 파고들어 보호막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미국 당시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 그리고 대통령 오바마까지 뻔질나게 아시아를 드나들며 한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 결과 우선, 미국은 2012년 필리핀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고, 6월에 필리핀 정부의 허가를 얻어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주둔기지였던 수빅만 해군기지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수빅만 해군기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핵심 전략 기지였다. 2012년 4월 스카보러 섬에서 중국과 대치한 필리핀은 미국에 지원을 호소했고, 그 대가로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내놓은 셈이다. 이 기지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국은 아시아에서 활동 공간을 크게 넓히고 대중국 포위망을 더 촘촘히 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미국은 2011년 9월 베트남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베트남은 시사군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분쟁이 벌어지자 2009년부터 미 해군의 항구 방문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 8월에는 베트남전쟁 종식 38년 만에 미 해군 함정이 캄란만 해군기지를 방문하도록 허용했다. 2012년 캄람만 기지를 방문한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는
또, 미국은 타이의 우타파오 해군 기지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타이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우파타오 해군 기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B-52 폭격기 이착륙 기지였다. 그림7에서 보듯이, 미국은 중국 주변국의 군사적 요충지들에 접근하고 있다.

그밖에도 2012년 6월 싱가포르에 미 해군의 최신형 연안전투함을 배치하기로 싱가포르 정부와 합의했다. 또, 2011년 오바마의 오스트레일리아 방문을 계기로 다윈에 미 해병대 2천5백 명을 배치하기로 했고, 틴덜 공군기지에 전투기, 스털링 기지에 잠수함과 핵무기 탑재 함정을 배치하기로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윈 기지는 인도양과 말라카해협 그리고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중국 해상로를 감시하는 배후 전력이 될 것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뿐 아니라 인도양에서도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2년 6월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
미국이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곳 가운데는 미국과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들도 있다. 중국의 전통적 우호국들인 버마
이처럼 촘촘해지는 미국의 포위에 대해 물론 중국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뿐 아니라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고, 미국 및 그 동맹들로부터 중국의
맺음말
중국의 부상과 그것을 견제하고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으로 동아시아의 불안정이 점점 증대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동맹들의 군사적 역할 증대를 부추기고, 중국도 이에 맞서면서 동아시아는 화약고가 돼 가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필연은 아니지만 우리가 매우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이 지정학적 충돌을 막아 줄 것이라고 믿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이 경고하듯이 무역과 투자가 평화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제1차세계대전 전에 독일과 영국은 긴밀한 경제적 교류를 했고, 제2차세계대전 전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영토분쟁, 한반도 분단 등 동아시아에 산재해 있는 불안정화 요인들을 고려하면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급격하게 고조될 수 있다.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사회주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확장과 그것을 지원함으로써 국제적 지위를 높이려는 아시아 각국 정부의 노력에 일절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 제국주의에 대해서도 착각하고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결코 인류를 위한 더 나은 모델을 제공할 수 없다.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에서 어느 한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반제국주의 운동에 의존해야 한다. 제국주의는 일부 호전적인 지배자들이 막무가내로 추구하는 일련의 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 동역학에서 비롯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최근 국면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에 일관되게 반대하려면 결국 자본주의에도 반대해야 하고,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 운동이 이렇게 반자본주의적으로 발전하도록 애써야 한다.
주1.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글로벌 트렌드 2025》, 예문 2009, 37~39쪽.
주2. 〈한겨레〉 2012. 4. 17.
주3. 김재철, 《중국의 외교전략과 국제질서》, 폴리테이아 2007, 165쪽.
주4. 〈조선일보〉 2012. 11. 16.
주5. 현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관한 현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시각에 대해서는 알렉스 캘리니코스,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책갈피 2011, 36~38쪽을 참고하시오.
주6.
주7. 알렉스 캘리니코스,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책갈피 2011, 3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