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민주노총 압수수색:
노동운동과 반제국주의 운동을 위축·분열시키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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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월 18일(수) 오전부터 민주노총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노조 간부 3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파업 중인 철도노조 위원장을 연행하겠다며 경찰 수백 명이 폭력적으로(수십 명 연행)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한 적은 있지만,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수사를 이유로 민주노총 중앙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노총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국정원의 압수수색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서울 영등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공장 조합원 자택 등에서 이뤄졌다. 해당 노조 소속 특정 간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증거 확보가 이유였다. 민주노총은 이밖에도 제주도 세월호 참사 관련 기억관 대표도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경찰은 압수수색 대상 간부를 서대문역에서 붙잡아 신체 압수수색을 벌이는 한편, 수십 명이 기습적으로 경향신문사 건물 13층 민주노총 사무실로 올라와 그 간부 자리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했다.
한 시간 넘는 대치 끝에 압수수색이 시작됐지만, 책상 하나 압수수색하겠다고 경찰 700여 명을 동원해 경향신문사 건물을 에워싸 민주노총 관련자들의 출입을 막고 사다리차와 에어매트를 건물 앞에 배치했다. 공안 사건 조작에 흔히 등장하는 ‘정치 쇼’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경찰이 민주노총 간부 1명 압수수색을 위해 수백 명이나 움직였다. 이 자체가 윤석열의 ‘공권력’ 사용 우선순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국정원과 경찰은 윤석열의 정치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을 택한 듯하다. 박근혜도 애용하던 수법인데, 박근혜 해외 순방 중에 ‘RO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고, 그다음 순방 때 통합진보당 해산이 전격 청구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UAE)을 ‘세일즈 외교’ 방문해 대중의 관심사를 돌리려 했다. 이런 점들을 봐도, 윤석열이 지금 자신감이 넘쳐서 공안 수사에 나선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우파 언론들은 오전부터 일제히 “서울 간첩단” 운운하며 국정원발 기사들을 내보냈다. 《월간 조선》 2월 호는 (틀림없이 국정원을 통해 확보했을) 제주도 ‘ㅎㄱㅎ’, 경남 창원 ‘자주통일민중전위’의 “대남 지령문”을 보도했다. 진위 여부조차 불분명한 이 보도는,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사드 배치 반대, “반윤석열·반보수 투쟁” 등을 모두 북한의 지령을 받은 특정 개인들의 침투에 따른 것으로 둔갑시켰다.
이 목록만 봐도, 윤석열의 탄압이 실제로는 정권의 핵심 기조들을 반대하는 운동들을 겨냥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윤석열은 북한 위협을 핑계 삼아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반대하는 저항과 “반정부 투쟁”을 약화시키고 분열시키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북측 인사 접촉을 문제 삼지만, 운동 내 누군가가 북한 당국 측 인사와 회합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평화적인 정치 활동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역대 남한 정부들은 북한과의 ‘회합·통신’ 문제에서 언제나 이중잣대를 들이대 왔다.
미·중의 제국주의 간 갈등의 고조 속에서 미국이 한·미·일 군사 공조를 강화하려는 것에 윤석열이 협조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해 평범한 사람들을 위험과 고통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위험천만한 정책을 집행하려는 윤석열을 반대하는 운동이 정의의 편이고, 이 운동을 북한 지령 운운하며 비난하는 정부와 우파 언론이야말로 불의를 대변한다. 평화 운동과 반정부 투쟁은 정당하고 더 커져야 한다.
윤석열의 탄압에 반대해야 하고, 북한을 핑계로 한 저들의 분열 공작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