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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적인 코인 투기꾼 김남국

민주당 소속이던 김남국 의원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서 투기를 해 온 일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김 의원은 5월 14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수년간 수억 원을 여러 코인에 투자해, 지난해 초에는 코인을 수십억 원어치나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상임위 회의 도중에도 코인 거래를 하는 등 3년간의 국회의원 재직 기간에 코인을 수천 번 사고 팔며 재산 증식에 몰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비판처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부업 정도로 여기고 코인 업자처럼 사적 영리 활동에 매진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김남국 의원의 행태는 특권층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 ⓒ출처 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논란이 불거지자 김 의원은 문제가 없는 투명한 거래라는 데 “정치 생명과 전 재산을 걸겠다”고 반발했다.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고 항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김 의원은 2022년 초에 60억 원에서 100억 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보유했지만, 공직자 재산 등록에 가상자산은 포함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빼고 고작 13억 원만 신고했다. 또, 2023년 1월까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해, 스스로도 혜택을 입는 법안 제정에 나서기도 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 제정은 이해충돌 방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말이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실컷 돈벌이를 하고는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고 정당화하는 모습이 여느 특권층 정치인들과 조금치도 다를 바 없는 행태다. 이번 사건이 ‘제2의 조국 사태’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그러나 위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김 의원의 주장도 아직 충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김 의원은 30억 원이라는 거금을 발행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클레이페이’라는 ‘잡코인’에 투자했다. 김 의원이 발행 업체로부터 고급 정보를 획득했거나, 발행 업체와 연계해 코인 가격을 띄운 뒤 시세 차익을 노리려고 큰돈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만하다.

김 의원이 주로 거래한 코인들이 한국의 주요 게임업체들이 발행한 것이라는 점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게임과 가상자산을 연계한 사업을 확대하려고, 수년 전부터 규제 완화를 위한 입법 로비를 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의원이 투자해 수십억 원을 번 위믹스 코인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코인으로 악명 높다. 발행 업체인 위메이드가 지난해 1월 공시도 없이 엄청난 양의 위믹스를 시중에 판매해 가격이 떨어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손실을 봤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으로 번 돈이 없다며 관련 업체들과의 연계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자신이 제때에 팔지 못해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이 업체들과의 연계가 없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또, 김 의원은 “국민의힘 이준석이 하면 자랑이 되고, 민주당 김남국이 하면 문제가 되느냐”면서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것이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김 의원의 반발처럼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 쟁점으로 민주당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국민의힘 당대표까지 지낸 이준석은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떠벌리고 다녔지만 이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김 의원이 비판해 온 것처럼 김건희는 “주가 조작 에이스”라 할 만하고,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은 “실제로는 뇌물일 것”이다. 이 사건들이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국민의힘을 비판할 때 사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민층 투자자들이 수백만~수천만 원씩 잃은 코인 투기판에서 수십억 원을 굴리며 돈벌이에 힘쓰면서도,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나오는 모양이다. 5월 14일에 열린 민주당의 ‘쇄신 의원총회’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왔고, 친민주당 언론인인 김어준도 이런 주장을 퍼트리고 있다.

자신들도 국민의힘처럼 기득권의 이익을 누리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러니 민주당이 서민층과 청년 세대에게 배신감과 분노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미온적 대처는 민주당의 한계를 보여 준다.

민주당은 뒤늦게 진상 조사에 나섰을 뿐 아니라 김남국 의원이 전격 탈당해 당의 조사를 무력화했는데도 탈당을 막지 않았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부랴부랴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을 뿐이다.

이런 대응은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을 보호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그러나 주류와 기득권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서민층의 호감을 사 온 이재명 대표가 기존 기득권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김남국 의원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개혁을 기대하며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들에겐 실망을 주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실망과 냉소의 부메랑이 민주당에게 돌아갈 것이고, 대중적 환멸을 이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우파 세력, 정부·여당에게 유리해질 것이다.


기성 양당이 방치해 온 코인 투기 광풍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사건은 가상자산 시장이 거대한 투기판이라는 사실을 밝히 보여 줬다.

이는 이미 서민층 수백만 명이 비싼 대가를 치르고 깨달은 바이기도 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조사를 보면, 2022년 말 현재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약 627만 명이나 된다. 국내 보유 가상자산의 시가 총액이 2021년 말 55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9조 4000억 원으로 폭락한 것을 보면, 상당수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코인 시장은 기성 양당이 방치해 온 거대한 도박판 ⓒ이미진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루나·테라 폭락 사태, 거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벌어진 납치·살해 사건 등도 가상자산 시장에서 시세 조종과 다단계 사기, 자금 세탁 등 각종 불법이 들끓고 있음을 보여 줬다.

물론 자산 시장의 거품과 투기가 코인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최근 터진 주가 조작 사건이나 갭투자를 이용한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 사건도 자산 거품 시기에는 온갖 형태의 사기가 횡행하고, 거품이 꺼질 무렵 이런 사기의 행각이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 줬다.

이처럼 경제 체제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금융 투기와 사기의 만연은 단지 금융부문의 문제로 돌릴 수 없다. 산업 부문의 자본가들도 투기를 하고, 투기꾼들도 생산에 투자를 한다. 기업주들 전부가 이윤을 좇아 어디에든 달려들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무계획적 경쟁이 서민층을 유혹하고 결국 고통에 빠뜨리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몇몇 지배자들은 이런 투기 광풍을 우려의 눈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2017년에 코인 광풍이 불었을 때 정부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정부가 시행한 규제책은 뚜렷한 게 없었다. 오히려 국민의힘과 민주당 가릴 것 없이, 규제를 완화해 ‘코인 투자 시장’이라는 신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바로 이런 규제 공백을 비집고 김남국 같은 큰손들이 한몫 잡으려 투기판에 뛰어들어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것이다.

서민 생활의 불안정성을 더욱 키우는 금융 규제 완화에 반대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불안정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대중의 삶을 고통으로 빠뜨리는 이윤 시스템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