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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세계·한국 경제 전망

이 글 중 세계경제 전망은 정선영이, 한국 경제 전망은 강동훈이 작성했다.

세계경제: 중첩된 위기로 불안정성 증폭

세계경제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와 함께 큰 침체를 겪은 이후 2021년에 부분적으로 반등했지만, 2022년 들어 성장률이 떨어지며 다시 침체로 접어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3.1퍼센트, 2021년 6.1퍼센트를 기록한 세계경제 성장률이 2022년에는 3.2퍼센트, 2023년에는 2.7퍼센트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7퍼센트 성장률은 최근 20여 년 중 2009년 미국발 금융 공황과 2020년 코로나발 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이다.

물론 이는 심각한 금융 공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전망한 것이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부실 문제가 터지며 세계적 금융 공황으로 발전하면 2023년에 훨씬 심각한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은 자본주의에서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해 온 것을 근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공황을 통해 수익성이 떨어진 기업들을 정리하며 새로운 호황의 동력을 만들어 왔지만, 최근에는 망하기에는 너무 커져 버린 대기업들이 경제를 주도하면서 회복의 역학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왔다.

대신 공황이 벌어지면 기업들을 살리려고 국가와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개입해 왔다. 2008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은 저금리로 경기를 부양했고, 2020년에 팬데믹과 함께 경제가 급락하자 금리를 더욱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 때문에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또 각국 정부들은 전쟁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로 경제에 개입하며 경제를 지탱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부채 수준은 급등했고, 수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들은 살아남았다.

그런데 2022년 들어 이런 위기 관리 시스템이 큰 한계에 부딪혔다.

2008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를 하며 시중에 자금을 풀었지만 물가 상승률은 낮았다. 이윤율이 낮아 저금리에도 기업들의 투자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에 물가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물가 상승과 생계비 위기

2022년 9월 G20 국가의 평균 소비자물가는 2021년 같은 달보다 9.5퍼센트 치솟았다. 신흥국의 평균 소비자물가는 2분기 10.1퍼센트, 3분기 11.0퍼센트 상승했다. 일본과 중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퍼센트대로 낮은 편이지만,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 달러 대비 화폐 가치가 떨어지며 물가가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세계적인 물가 급등은 2021년에 경제가 회복하면서 시작됐다. 코로나 봉쇄로 위축됐던 수요는 봉쇄가 풀리며 회복됐지만, 세계 공급망은 그만큼 빨리 회복되지 못하며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에너지와 식량 등의 공급 차질이 벌어지며 물가는 더욱 치솟았다. 중국의 가뭄으로 세계적인 공급 차질이 벌어진 것에서 보듯 기후 위기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소였다. 또 금융 투기와 가격을 계속 올리려는 석유·가스 기업과 산유국들의 시도로 에너지 가격은 더욱 올랐다. 물가가 상승하자 기업들은 이윤을 지키려고 상품 가격을 인상해 원료비 인상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겼다.

이처럼 경기 반등 국면의 공급난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낳은 제국주의 갈등, 기후 위기 같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서로 상승작용을 하고, 이윤 논리가 사태를 악화시키며 물가가 상승한 것이다.

그리고 물가 상승은 세계적인 생계비 위기를 낳고 있다.

데이터 분석 업체 ECA 인터내셔널의 조사를 보면, 2022년에 세계적으로 실질임금은 3.8퍼센트 하락했다. 유럽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5.9퍼센트, 미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4퍼센트 하락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물가 인상으로 기아가 심각해지고 있다. 옥스팜은 2022년 상반기 식량 가격 인상 탓에 2억 63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매 33시간마다 100만 명이 극빈층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반면,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관련 산업의 억만장자들은 재산이 이틀마다 10억 달러[1조 3000억 원]씩 늘었다. 식량 위기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62명이 식량 부문에서 새로이 억만장자가 됐다. 물가 상승 속에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더욱 커진 것이다.

2022년 하반기 들어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자 에너지·원자재 가격 등이 하향 추세에 접어들기는 했다. 2022년 상반기에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가 넘었지만 최근 80달러가량으로 하락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2022년 8월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하락했다. 그럼에도 에너지, 원자재, 곡물 가격 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세계 공급망 압력지수(공급망의 혼란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는 과거 거의 0에 가까웠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급등해 2021년 12월 4.3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했지만 2022년 9월에도 1.05로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가격을 높이기 위한 산유국들의 감산 시도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 등에 따라 가격은 불안정하게 등락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밀, 옥수수, 대두 등 곡물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급등했다가 2022년 7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에 합의하면서 급락했다. 그런데 10월 말 곡물 수출 협정이 깨질 위기가 벌어지며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가 협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며 다시 안정세로 돌아선 바 있다. 또 기후 위기로 인한 미국, 아르헨티나 등의 가뭄으로 2023년 작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물가는 정점을 지나 하락 추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금리 인상과 부채 위기

물가 상승에 직면해 미국을 위시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는 2022년 초에 0.25퍼센트였지만 최근 4.5퍼센트로 올랐다.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7퍼센트대로 떨어지자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2023년 미국 기준금리는 5퍼센트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미국 달러의 가치가 상승했고, 미국으로 자금이 쏠리는 일이 벌어졌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국 연준을 따라 금리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연준은 경제를 침체에 빠뜨려서라도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임금과 물가가 연쇄 상승하는 악순환을 막겠다며 임금을 낮추고 실업률을 높이겠다는 방향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와 이 체제의 수호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보다는 이윤을 우선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는 매우 안정적인 가치척도 기능을 하는 화폐가 필요하다고 쓴 바 있다. 이 때문에 사회 전체가 피해를 입더라도 말이다.

“금리 인상은 그릇된 화폐 이론에 바탕을 두고 화폐 대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 다소 극단으로까지 추진될 수 있다. … 신용화폐의 가치 하락은 기존의 모든 관계를 흔들 것이다. 따라서 상품의 가치는 이 가치의 환상적·자립적 존재 형태인 화폐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된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연준은 실물 경제에 상당한 희생을 치르면서도 물가 상승률을 잡으며 화폐 가치를 수호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경제 침체를 낳을 뿐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장기 불황 속에 기업들을 지탱해 온 위기 관리 시스템을 근본에서 뒤흔드는 일이다.

이에 따라 부채 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지속된 저금리로 부풀어 있던 자산시장 거품은 꺼지고 있다. 특히 실물적 기반이 전혀 없어 사실상 돈 놓고 돈 먹기 투기판에 불과한 가상화폐 시장이 가장 먼저 추락했다. 최근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미국 FTX 파산은 세계적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가상화폐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라고 한다면 세계적 부동산 가격은 경제 전체에 파급력이 상당히 큰 문제이다.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관련 기업과 여기에 돈을 댄 금융 기업들의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듯 말이다.

특히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위기는 중국에서 도드라지고 있다. 2021년 중국 2위의 부동산 기업 헝다가 부도 위기에 처한 이후 2022년 1~9월 중국 100대 부동산 업체의 신규 주택 판매 금액은 2021년보다 45.4퍼센트나 줄었다. 중국 전체 GDP의 25퍼센트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코로나 봉쇄 여파가 겹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은 2021년 8.1퍼센트에서 2022년 3퍼센트가량으로 급락할 전망이다.

IMF 조사를 보면, 중국 부동산 기업의 45퍼센트가 빚을 감당하기 힘든 위기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기업 파산 우려 때문에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 기업들의 대출 상환을 1년 연기해 주며 기업 파산을 막고 경기를 부양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폭은 제한적이다. 또 중국 정부의 부양책으로 부동산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막는다고 하더라도 부실화된 기업들이 살아남으며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은 막지 못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 침체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빈국과 신흥국들의 부채 위기는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신흥국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아 왔다. 현재 총 156개국 중 94개국이 IMF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원 받는 나라의 숫자가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52개국), 2008년 금융 위기(66개국)보다 많은 역대 최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고, 외화 표시 부채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IMF 등은 채무 위기로 신흥국의 연쇄 부도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채 위기는 신흥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좀비 기업은 세계경제 전체에 퍼져 있고, 정부·가계 부채 등도 치솟아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전 총리 트러스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해 영국의 재정 위기 우려가 커지자 영국 국채 가격이 폭락하며 영국 연기금이 자산의 90퍼센트를 잃을 뻔했다. 이 사건은 선진국도 부채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 9월 말에 영국 중앙은행이 국채를 대량 매입하며 신속히 개입하지 않았다면 영국의 국채 위기는 미국 금융 시장 위기로까지 확산돼, 2008년 금융 공황을 촉발한 리먼 브러더스 파산 같은 효과를 냈을 수도 있다.

터닝 포인트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고 심각한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상황에서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려는 지배자들의 공세는 강화되고 있다.

저금리와 경기부양책을 쓰며 기업 이윤을 부양하던 정책은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공격으로 전환되고 있다.

각국의 정부들은 부채 위기의 고통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며 복지와 임금 등을 삭감하는 재정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미국도 2023년 예산을 2022년보다 3.5퍼센트 삭감한 긴축 예산을 내놨다. 특히 사회 통제를 위한 경찰 예산과 국방비는 대폭 늘리면서도 복지 예산을 삭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발표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메타(페이스북)는 직원의 13퍼센트인 1만 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했고, 트위터는 직원의 절반가량을 해고했다.

영국도 총리 트러스가 물러난 이후 증세와 함께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긴축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부채 위기가 심화하는 신흥국들에서도 이런 공격이 강화되고 있다.

2008년 세계적 금융 위기가 벌어진 후 늘어난 재정 적자를 줄이려고 각국에서 긴축 공격이 가해진 바 있다. 당시 긴축 공격은 그리스에서 가장 심하게 벌어졌는데, 그리스 노동자들은 임금이 30~40퍼센트 깎이고 연금과 복지가 무려 70퍼센트나 삭감됐다.

이런 공격이 세계 곳곳에서 강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가가 대규모로 개입해 경기를 부양하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가 끝났다는 주장들도 나왔었지만 최근 상황은 사태가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님을 보여 준다.

물론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정부들도 경제 위기가 닥치면 기업들을 구제하려고 경제에 대규모로 개입해 왔다. 이번에도 파괴적인 위기가 닥치면 주요국 정부들은 또다시 기업 지원을 위해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재정 지출 같은 조처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책을 선회해도 일시적인 완화책일 뿐 국가가 기업과 은행을 구제하려고 쓴 비용을 노동계급에게 떠넘겨야 할 필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특히 향후 수년 내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두고 군사적 충돌을 벌일 가능성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과 대만을 두고 분쟁이 벌어졌을 때 천문학적인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유럽에 경고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대비해야 했던 것처럼 대만을 둘러싸고 중국과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충돌을 대비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중국을 배제하는 생산망 구축에 동참하고, 미국 내 투자를 늘리라며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만약 미중의 군사적 갈등이 본격화되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큰 경제적 타격이 있을 것이다. 또 공급망 차질로 인해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고는 매우 커질 것이다.

현 상황은 자본주의의 누적된 위기가 표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에서 비롯한 문제이고,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보여 준다.

심각한 위기 속에서 정치적 상황도 급변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영국발 금융 혼란을 낳은 총리 트러스가 최단기간 만에 사퇴했고, 재정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스트가 총리가 되기도 했다.

반면 올해 생계비 위기에 맞서 스리랑카에서는 대중 봉기가 일어나 대통령을 퇴진시켰고, 파키스탄에서도 물가 상승과 경제 위기로 총리가 의회에서 탄핵 당했다.

생계비 위기 속에 각국에서 임금 인상을 위한 노동자들의 시위가 증가하고, 청년들의 고통이 심화되며 투쟁이 휘발성 있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위기와 가능성,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혁명가들은 현재 자본주의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며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선 투쟁이 전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심각한 위기 속에 모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자본주의를 극복할 대안이 있음을 주장하며 혁명적 조직을 성장시켜 가야 한다.

한국 경제: 치솟는 금리에 점점 커지는 금융·외환 위기 가능성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한국 정부는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 2.6퍼센트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이들의 예측대로 내년 성장률이 1퍼센트대로 내려가면,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5.1퍼센트),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0.8퍼센트),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0.9퍼센트) 등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간 경제 마찰에 따른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년 성장률을 1퍼센트대로 예측하는 것조차 최근 드러난 금융·외환 위기 가능성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세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값싼 신용에 기대어 부채를 쌓아 가며 성장률을 끌어올려 왔다. 이렇게 쌓인 부채는 최근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사업에 투자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연쇄적으로 부실해져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레고랜드의 PF 대출 부도와 흥국생명의 채무불이행으로 촉발된 금융 시장의 자금 경색 위기가 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과 기업들을 강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총이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52.7퍼센트가 현 경제 상황이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봤다. 국민의힘 유승민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IMF 때와 비슷하다’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10월 29일 ‘금융 위기의 유령이 한국 경제를 휩싸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블룸버그〉는 1997년 말 외환 위기 직전에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고가 2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해 ‘위기의 방아쇠’를 당겼던 언론사다.

부동산 시장 급락과 건설사 위기

올해에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 가격은 떨어지고 주택 거래가 급감했다. 올 9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량은 41만 77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가량이다. 서울의 아파트가 179만 가구나 되는데 9월 매매 건수가 594건에 불과할 정도로 사상 최저다. 집값 하락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도 최고점 대비 30퍼센트가량 하락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분양 물량도 급증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 7217가구로 지난해 9월 미분양 주택 1만 4075가구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게다가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은폐하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실제 미분양 주택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금리 상승과 주택 가격 하락이 내년에도 지속될 공산이 커, 공식 집계되는 미분양 주택 수만 올 연말에 7만 가구, 내년 상반기 중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 증가는 건설회사를 부실하게 만들고 부동산 시장 추가 냉각을 야기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 PF 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건설 현장 중 13.3퍼센트는 사업이 중단됐거나 지연되고 있다.

미분양과 사업 중단에 따른 건설회사들의 자금 경색 문제는 중소업체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KR)는 지난 9월 ‘건설사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롯데건설과 태영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PF ‘우발채무’ 규모가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발채무는 장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채무를 뜻한다.

가령 롯데건설은 지난 한 달 새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세 곳에서 9000억 원을 빌렸고, 2000억 원의 유상증자도 했다. 계열사에서 지원받은 금액이 무려 1조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대출 상환을 위해 내년 말까지는 6조 7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빌리기 힘든 만큼 계열사들이 추가 지원을 해야 할 수 있고, 이는 롯데 계열사 상당수를 부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제2금융권 연쇄 부실

부동산발 위기의 먹구름은 금융권으로도 몰려가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에도 ‘미분양 급증 → 건설사 자금난 → 건설사와 저축은행 파산’으로 이어진 바 있다. 당시 집값이 급락하면서 미분양 주택이 16만 5000여 가구까지 급증했다. 자금 회수가 되지 않아 저축은행 30여 곳이 문을 닫았고, 100대 건설사 중 45사가 자금난으로 부도나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바 있다.

아직까지 미분양 주택 수가 2010년보다 적지만, 금융 시장에 미치는 위험은 현재가 더 클 수 있다.

2008년 전체 부동산 PF 대출 76조 5000억 원 중에서 제2금융권은 24조 원 정도였지만, 올해 6월 말에는 전체 PF 대출 112조 2000억 원 가운데 83조 9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정부 규제가 강한 은행권의 PF 대출은 감소했지만, 저축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 전반에서 PF 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은행보다 취약해지기 쉬운 제2금융권의 PF 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금융 불안정성은 더욱 커졌고, 거품 붕괴의 여파는 2010년보다 더 클 수 있다. 게다가 금융 위기 때보다 PF 대출을 채권으로 만들어 판매한 수준이 높고, 상당수 PF 대출은 단기성 자금을 끌어온 게 많아 부실의 파급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저축은행과 증권사 부동산 PF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11월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 79곳 중 일부의 PF 연체율이 10~20퍼센트대로 올라섰다.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도 2019년 1.9퍼센트에서 올해 3월 말 4.7퍼센트로 올랐다. 이 때문에 중소형 증권사뿐 아니라 메리츠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같은 대형 증권사도 PF 관련 대출 때문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PF 대출 잔액은 43조 3000억 원으로, 제2금융권 중 가장 많았다. 보험사들은 제2금융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지만 그만큼 PF 대출도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에도 자본 확충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5억 달러어치 외화 채권의 조기 상환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보험사들이 자금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한국 기업들이 발행한 해외채권 가격이 급락해(금리 인상), 돈을 빌리려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보험사들과 대형 증권사들은 보유한 채권을 내다팔고,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자금을 빌려서 PF 관련 대출을 메우고 있다. 개인에 비유하면 은행 빚을 막기 위해 카드대출을 늘리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내다팔수록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금리 인상), 이는 다시 금융회사들이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별 효과 없는 정부 대책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 시장이 얼어붙자 윤석열 정부와 한국은행은 부랴부랴 금융 시장에 50조 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 발표 뒤에도 금융 불안정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7~8퍼센트대로 치솟았어도 채권 발행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대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까닭은 정부나 한국은행이 금융 시장에 직접 돈을 투입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은 산업은행과 시중 은행, 주택도시보증공사처럼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이용해 회사채나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한 PF 등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정부의 압박으로 5대 시중 은행은 연말까지 95조 원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중 은행을 동원한 정부 대책은 큰 효과를 못 내고 있다. 당장 은행의 지원이 필요한 기업들은 은행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 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기업의 채권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인데 은행들이 신용도가 높은 기업 채권만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 은행 대출이 시급히 필요한 중소기업들에도 은행 대출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시중 은행도 무작정 대출을 늘리고 채권 매입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정부는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은행 채권 발행이나 예금 금리 인상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결국 정부가 은행에게 금융 시장에 돈을 투입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은행의 돈줄은 죄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대출을 늘리면 은행 자체의 안정성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게다가 지방은행은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라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지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JB금융(전북은행, 광주은행)의 경우 PF 대출이 전체 대출 중 11.6퍼센트나 되고, DGB금융(대구은행)은 7.2퍼센트, BNK금융(부산은행, 경남은행)은 6.9퍼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시중 은행이 평균 2퍼센트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지방 은행들은 수도권보다 지방 건설 사업에 대출한 경우가 많아 더 쉽게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11월 10일에는 정부가 미분양 증대를 막아 보려고 주택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과 경기 4곳(과천, 성남 분당·수정, 하남, 광명)만 남기고, 경기도 전역과 인천, 세종 등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다. 규제가 풀린 지역에서는 15억 원 이상 주택에도 담보대출이 허용되고,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50퍼센트로 완화된다. 다시 말해,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도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7퍼센트를 넘었고 앞으로 더 높아질 공산이 큰 상황에서 아무리 빚을 내 집을 사라고 한들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정부 대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자 기업들은 더 적극적인 정부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주택을 공공주택으로 매입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고, 금융기관들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직접 자금을 투입해 자금 경색을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도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자신들이 나서서 자금을 공급하면 한국의 금융 불안정을 시인하는 게 돼 버려 진짜로 외환 위기를 부를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시장에 유동성[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으면 외국에서는 사태를 심각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배계급 내에서도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흥국생명이 외화 채권 상환 유예 전에 정부 당국과 협의한 것을 두고, “경제팀이 레고랜드 사태에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걸 보여 줬다”며 질타했다. 앞으로 심각한 위기가 오면 지배자들 사이의 갈등도 더 커질 수 있다.

확산되는 기업 부채 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건설사와 제2금융권에서 시작된 자금 경색으로 금융 시장 전체가 얼어붙으면서 일반 기업들의 자금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LG·SK 같은 대기업 집단들도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자금 경색에 대처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자금 부족이 심화해 투자도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조 원 이상을 투자해 청주에 신설하려던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했고, 현대자동차는 올해 9조 2000억 원이던 투자 규모를 내년 8조 9000억 원으로 낮췄다. 대기업들의 투자 감축은 수요를 떨어뜨려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대기업들이 그럭저럭 자금을 모으고 있다면, 중소기업들은 자금난 때문에 부도에 내몰리고 있다. 올해 9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87퍼센트로, 2014년 1월(4.88퍼센트)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부도 위기가 코앞에 닥친 것이다.

그나마 은행 대출로 자금을 구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부의 압박으로 은행들은 기업 대출을 늘리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대기업 대출이고 중소기업들은 그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아예 중단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한계기업 수는 3111곳에서 2021년 3572곳으로 14.8퍼센트 증가했다.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치는 기업을 말한다. 지난해 말 전체 기업 가운데 14.9퍼센트가 여기에 해당했다. 중소기업은 100곳당 16곳, 대기업은 12곳꼴로 각각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다. 올해 말까지 금리 인상이 계속됐으므로 한계기업은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 이런 한계기업들의 부도는 가뜩이나 부실해지고 있는 금융기관들에 타격을 줘 금융 시장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이 의존해 온 수출마저 감소하면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KDI가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은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라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10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10월 우리 나라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7퍼센트 감소한 524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이 감소한 건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0월 이후 24개월 만이다.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 수출이 17.4퍼센트나 감소한 것이 수출 부진의 주된 이유이다. 내년에도 반도체 수출이 4.5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다.

고금리에 허리가 휘는 서민층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빚) 잔액은 1869조 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중도 세계 1위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35개 국가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GDP를 웃돌았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국면에서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조정이 맞물리면서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취약 계층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 나라는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유독 취약하다.

올해 6월 기준 월 소득의 40퍼센트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취약 차주 비중은 전체 대출자의 18퍼센트나 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금리가 1퍼센트포인트 상승하면 취약 차주 비중은 20.2퍼센트로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집값이 대폭 오를 때 무주택자였던 103만 6000명이 주택을 사들였다고 한다. 주택 가격이 지난해 말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정점 부근에서 주택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백만 명이 집값 하락과 대출 이자 급등으로 큰 부담을 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조금만 더 올려도 가계대출 금리는 8퍼센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현재의 절반 수준인 4퍼센트였던 지난해 4억 원을 30년 만기로 빌린 가계가 매월 갚아야 했던 원리금은 191만 원이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퍼센트로 상승하면 매월 갚아야 하는 돈은 294만 원으로 100만 원 이상 늘어난다. 9퍼센트로 높아지면 322만 원까지 불어난다. 그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으로 취약 차주가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 경착륙과 함께 가계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금융기관도 부실화할 공산이 크다.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급증하면서 민간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수십만 명은 고율의 이자를 주고도 빚을 내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대부업체들마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수십만 원의 급전조차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수백만 원의 급전이 필요한 약 40만 명이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해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결론

앞서 본 것처럼 한국 경제도 저금리 시대에 쌓여 온 부채 문제가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이 위기는 단지 부동산 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과 가계 부채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 즈음에는 기업의 연쇄 부도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해외 금융 시장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직접 금융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 그러나 위기가 폭발하면 결국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기업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금융 위기가 외환 위기와 정부 재정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고 노동계급에 대한 공세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다급히 연금 개악, 노동 개악, 공공부문 효율화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이미 중소 증권사·건설사들에서는 구조조정과 해고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와 기업 부채 위기가 심화할수록 이런 공격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이윤 보호를 위한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벌어진 생계비 위기와 구조조정·해고에 맞서, 금리 인하와 부채 탕감, 일자리·임금 방어를 위한 저항이 일어나야 한다. 이런 저항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퇴진 운동과 만난다면 퇴진 운동 확대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부를 압박해 임금·복지·일자리를 지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투쟁이 확대될 수 있도록 사회주의자들이 분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