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대(對)러시아 대리전에 또 포탄 제공하려는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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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이 보유한 105밀리미터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간접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한국의 105밀리미터 포탄이 우크라이나를 구할까?’)
CSIS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로부터 105밀리미터 포탄을 받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나중에 한국 정부에 155밀리미터 포탄으로 교환해 주자고 주장했다.
한국군은 미국이 과거 한국에서 전시 비축용으로 보관했다가 넘겨 준 105밀리미터 포탄 340만 발을 보유하고 있다.
CSIS의 제안은 미국 등이 155밀리미터 포탄 물량을 마련할 동안 한국이 보유한 105밀리미터 포탄을 제공받아 급한 불을 끄자는 것이다.
CSIS는 윤석열 정부가 포탄 교환에 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좋은 소식은 한국이 흔쾌히 협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포탄 교환을 제안하기에 앞서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하다.
CSIS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155밀리미터 포탄을 지원했다는 것도 언급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독일 매체 〈메르쿠어〉의 보도를 보면, 한국이 유럽보다 더 많은 양의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간접 지원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보도들에 침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밀실에서 155밀리미터 포탄을 간접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이토록 중대한 사안을 소수의 권력자들이 은밀하게 결정하는 것이 윤석열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실체다.)
한편, 2월 26일 유리 김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지지뿐 아니라 실질적 방어 지원을 제공했으며, 우리는 그런 물자 지원을 더 보고 싶다.”
그 이틀 뒤인 2월 28일 외교부장관 조태열이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과 회담했다. 조태열은 “북한, 우크라이나, 중동 문제 등에 대해 한·미가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며 회담 결과를 전했다.
그래서 블링컨이 3월 17일 방한했을 때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소모전
미국 등 나토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대리전을 계속 치르려 한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실패했지만, 미국 등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쥐여 주면서 소모전을 치르게 해 러시아의 힘을 약화시키고 싶어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의 병사들과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대표 논설가 마틴 울프의 잔인한 말은 나토 지도자들의 머릿속을 보여 주는 듯하다. “목숨이 위험한 것은 서방 군인이 아니다.”
그런데 소모전을 지속하려면 탄약이 필요하다. CSIS는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전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에 7만 5000발의 포탄이 필요하고, 또 다른 대규모 공세를 위해서는 그 두 배 이상의 포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러시아는 매달 약 30만 발을 발사하고 있다. 월 25만 발 정도를 생산하고 북한에서 수입해 이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미국, 영국, 이탈리아에서 포탄을 지원받고 있는데, 전쟁 장기화 속에서 나토 회원국들의 포탄 재고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미국 정부는 155밀리미터 포탄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대량 생산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전장에 공급할 포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포탄을 부족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로 보내기로 했던 155밀리미터 포탄 수만 발을 이스라엘에 보내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은 나토에 더 많은 무기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3월 29일 젤렌스키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무기를 지원해 주지 않으면 러시아의 비행장, 에너지 시설, 전략적 목표물을 공격할 것이다.”
미국이 유가 인상을 우려해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에 반대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155밀리미터 포탄에 이어 105밀리미터 포탄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면 나토의 대러시아 전략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2월 23일에도 지뢰 제거 장비와 긴급 후송 차량 등이 포함된 23억 달러(3조700억 원)어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렇게 미국의 전략에 적극 협력해 한국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한편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윤석열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은 전쟁 장기화로 삶이 무너진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과 유혈 낭자한 전투를 계속 치러야 하는 양측 병사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또한, 확전 위험 고조에 일조하고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불안정을 키우는 일이 될 것이다.
남한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동안 북한도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며 더 밀착하고 있다.
어느 한 제국주의 국가를 지지하는 것은 평화를 염원하는 한반도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와 러시아(와 중국) 제국주의 모두에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