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선한 하마스와 파타의 ‘화해’:
팔레스타인인들의 독립 투쟁에 도움이 될까
〈노동자 연대〉 구독
7월 24일 미국 권력자들은 학살자 네타냐후를 불러 의회 연단에 세우고 그를 향해 박수를 쳤다. 이스라엘군이 칸 유니스, 누세이라트 등 가자 전역에서 폭격을 확대하며 학살을 벌이는 와중에 말이다.
네타냐후의 미국 의회 연설은 서방 정부들이 강조하는 민주주의, 인권, 국제법 수호가 얼마나 엉터리이고 위선적인지를 명백히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네타냐후의 방미에 앞서, 중국은 미국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행보를 했다. 7월 23일 하마스와 파타 등 팔레스타인 14개 정당의 대표자들을 베이징으로 불러서 화해를 중재한 것이다. 그래서 하마스와 파타 등은 ‘베이징 선언’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서 팔레스타인 정당들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팔레스타인 민중의 유일한 합법 대표임을 확인하고, “임시 민족 화해 정부”(즉, 연립 정부)를 조직해 가자지구 재건을 전개하며, 선거법에 따라 조속히 선거를 치르자고 약속했다.
이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전후 구상’과는 다른 것이다. 미국은 하마스를 배제하고 고분고분한 팔레스타인 세력을 통해 가자지구의 운명을 미국, 이스라엘, 이들에 협력하는 아랍 정권들의 손에서 결정하고 싶어 한다. 네타냐후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제거하고 그곳을 재점령하려고 한다.
중국이 주선한 자리에서 팔레스타인 정당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구상과는 어긋난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외무장관인 이스라엘 카츠는 이번 합의가 이행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마스의 통치는 무너질 것이고, [팔레스타인 당국(PA) 수반] 압바스는 가자지구를 멀리서 지켜보게 될 것이다.”
중동 내 입지를 굳히려는 중국
중국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공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사이에 평화 중재자로서 이미지를 굳히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높이려고 한다.
중국의 중동 정책을 연구하는 라잔 샤와메레는 이렇게 지적했다. “중국의 주요 목표는 자국이 미국에 견줘 도덕적으로 우월한 구실을 하는 책임 있는 국가임을 중동 지역 국가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미들 이스트 아이〉, 2024년 7월 23일)
이런 행보를 보며,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등 민족 해방 투쟁의 친구가 아니다. 중국이 자국에서 신장 위구르인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틈타 중동 질서를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자국과 이스라엘이 맺어 온 오랜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중동 자본주의의 질서를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이 제시하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기초는 ‘두 국가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이 신기루를 좇게 만드는 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진정한 국가를 허용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두 국가 방안’의 논리와 그에 따른 외교적 중재 과정은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두 국가 방안’은 주변 아랍 정권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알리바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중국은 하마스 지도자들을 외교 무대의 진지한 대화 상대로 대우해 줬으나, 그만큼 하마스는 정치적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하마스와 파타 등의 합의는 그 자체로 매우 취약하다. 사실 하마스와 파타가 이런 합의를 처음 한 게 아니다. 2007년 이래 이들 사이에 협상이 진행되고 합의가 도출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서방과 이스라엘에 재정을 의지하는 파타와, 이스라엘에 맞서 저항하는 하마스 사이의 합의는 긴장이 많았고 안정적이기 어려웠다.
지금 PLO를 주도하는 파타는 서안지구에서 증대하는 대중적 불만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9개월 넘게 이스라엘의 학살이 벌어지는 데다가, 올해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지난 20년 동안 빼앗아 온 것보다 더 많은 땅을 강탈했다. 그에 따른 불만을 의식해 파타는 민족적 단결에 나선다는 제스처라도 취해야 한다.
그러나 파타와 PA의 리더인 마흐무드 압바스는 하마스와의 합의를 실행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합의대로라면 하마스가 PLO에 들어와야 하지만, 압바스는 그렇게 PLO의 주도권을 하마스와 나누고 싶지 않다.
설사 이번 합의가 일부 이행되더라도, 파타는 하마스가 저항을 포기하게끔 ‘국제 사회’의 압력을 전달하는 구실을 할 것이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게릴라 전쟁을 가열차게 벌여 이스라엘군을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휴전 협상을 벌이고 국제적으로 정치적 압력을 높여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에서 철수시키고자 한다.
이번 베이징 선언에서 보듯이, 그 정치적 압력을 형성하기 위한 외교 무대에서 카타르, 이집트, 그리고 중국 같은 “중재자들”은 하마스가 기성 국제 질서에 타협하고 정치적으로 후퇴하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하마스는 이스라엘 점령의 부역자 구실을 하는 PA와 파타와도 ‘화해’를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화해’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독립을 쟁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관련 기사
미국에 간 네타냐후, 학살 지속과 서방 제국주의 이익 수호 공언
—
10만 시위대, “학살 전범 네타냐후 규탄“
네타냐후는 가자지구를 재점령하고 싶어 한다
립서비스로 그치는 중국 정부의 ‘팔레스타인 지지’
하마스를 분쇄하지 못하자 헤즈볼라에 전쟁 위협을 가하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당국(PA)은 이스라엘 점령의 부역자다
하마스의 무기 지원 호소와 저항의 정치
—
아랍 통치자들은 팔레스타인의 친구가 아니다
기획 연재
팔레스타인, 저항, 혁명 ─ 해방을 향한 투쟁 ④:
가자지구: 하마스의 부상
7월 27일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카멀라 해리스도 인종 학살 공범이라고 비판하다
7월 28일 의정부와 울산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중동 확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레바논·예멘 폭격 …:
미국의 경비견 이스라엘은 중동 확전의 여건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제보 / 질문 / 의견
〈노동자 연대〉는 정부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들 편에서 보도합니다.
활동과 투쟁 소식을 보내 주세요. 간단한 질문이나 의견도 좋습니다. 맥락을 간략히 밝혀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내용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편지란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
앱과 알림 설치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