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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서울):
휴전 운운하며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을 규탄하다

8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49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8월 2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49차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주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집회 시작 전 예기치 못한 비가 쏟아졌지만, 일찍부터 모인 다국적 자원봉사단 ‘팔봉이’들과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우의를 나눠 주고 입혀 주며 집회를 준비했다. 이번에 처음 ‘팔봉이’에 동참한 여러 국적의 자원자들도 있었는데, 모두 분주히 움직이며 집회 참가자와 행인들에게 손팻말과 구호지, 그리고 ‘가자 전쟁 1년,10월 6일 전국 집중 행동의 날’ 홍보물을 나눠 줬다.

한국을 여행 중인 모로코계 덴마크인 부부도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손때 묻은 쿠피예와 팔레스타인 연대 배지, 스티커로 가득한 이들의 카메라와 가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덴마크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꾸준히 참가했다는 이 부부는, 비를 맞으며 집회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는 그림의 스티커를 참가자들에게 나눠 줬다.

참가자들은 이제 만국 공통 구호가 된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을 힘차게 외치면서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사회자는 가자지구뿐 아니라 서안지구와 레바논까지 공격하는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하는 척 눈속임을 하지만 실상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인종 학살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8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49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서 팔레스타인계 영국인 엠마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첫 발언자인 팔레스타인계 영국인 엠마 씨는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만행을 지원하는 서방 정부들을 비판했다. 특히, 영국 국적자로서 자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온갖 야만에도 서방 정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917년 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가 팔레스타인 땅을 시온주의자들에게 넘긴 죄과를 영국 정부는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결코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도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초에 영국 외무부 서기관 마크 스미스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폭로하며 사임했습니다. 사임 전 스미스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행위와 국제법 위반을 목격하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해된 4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그리고 의학 전문지 《랜싯》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18만 명이 넘는다는 전쟁의 희생자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힌드, 야잔, 시드라, 아이살, 아세르 등 수많은 아이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학교, 병원, 모스크, 교회 등 안전 구역으로 지정됐다던 곳에서 폭격으로 살해된 희생자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유와 자결권을 얻게 될 때까지, 이 전쟁 범죄에 책임 있는 자들이 대가를 치르는 그날까지 계속 싸울 것입니다. 프리 팔레스타인!”

8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49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서 의사이자 보건의료단체연합 운영위원장이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자문위원장인 우석균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이어서, 의사이자 보건의료단체연합 운영위원장이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자문위원장인 우석균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 위원장은 이스라엘이 “방어권”이라는 미명하에 자행하는 인종 학살이 참극을 낳고 있다고 폭로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우 위원장의 발언은 천천히 이어졌지만, 그 눈빛과 어조만큼은 준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올해 7월 소아마비 유행이 우려된다고 경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자지구에서 생후 10개월 아기가 소아마비에 확진됐습니다.

“한국에서 어린아이가 소아마비에 걸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이스라엘에서도 마지막으로 소아마비 환자가 나온 것이 자그마치 25년 전입니다.

“이는 한 아이의 불행 이상의 일입니다. 이 아이는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없었기에 소아마비에 걸렸습니다. 이는, 이제 가자지구 어린아이들이 소아마비, 파상풍, 백일해, 디프테리아, A·B형 간염, 홍역, 풍진 등 수많은 질병에 감염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소아마비 소식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그들이 휴전을 했을까요? 가자지구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즉시, 가자지구에 침공한 이스라엘군 전 장병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이것이 이스라엘이 말하는 소위 ‘방어권’입니다.”

우 위원장은 휴전 운운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충실히 지원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도 규탄했다.

“8월 18일에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이스라엘로 가는 220억 달러어치 무기 공급을 승인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라고 다를까요? 해리스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해리스는 휴전을 들먹이지만 이는 바이든이 했던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말입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가 ‘인종학살자 바이든, 영아 살해자 해리스’를 규탄한 이유입니다. 옳은 말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당장 어린이 살해를, 인종 학살을 멈춰야 합니다!”

사회자도 우 위원장의 발언을 이어받았다. “학살 공범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곳곳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해리스의 위선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인종 학살과 학살 지원에 맞서 글로벌 저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8월 24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8월 24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를 마무리한 참가자들은 행진에 나섰다. 거리는 비가 그친 뒤 습기로 찜통처럼 후끈했지만 참가자들의 열정은 더위를 태워 버릴 듯 뜨거웠다. “Joe Biden you will see, Palestine will be free(바이든 너는 보게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대열은 명동 거리를 거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힘차게 행진했다. 명동 거리에서 행진 대열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시위대에 합류하는 내·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필리핀에서 왔다는 한 여성 관광객은 일행을 모두 이끌고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함께 행진했다.

집회와 행진을 마치며 참가자들은 다음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릴 제50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또, 가자 전쟁 1년이 되는 10월 6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자고 결의를 다졌다.

인종 학살자 이스라엘과 그 공범인 미국 등 서방의 휴전 운운에는 털끝만치의 진심도 없다. 인종 학살에 진정으로 맞서는 세력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다. 한국에서도 그 일부로서 저항을 지속·확대해야 한다.

8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49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8월 24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8월 24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8월 24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8월 24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8월 24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8월 24 오후 서울 도심을 행진한 참가자들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 도착해 이스라엘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