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피로 전선을 지키려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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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AP통신은 바이든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을 기존 25세에서 18세로 낮추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동원을 채근하는 것은 전선 상황과 관련 있다. 모든 주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크게 밀리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청년들을 전선에 밀어넣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으라고 하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독일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 하향을 요구한다고 보도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는 동원 가능한 연령인 18세~49세 남성의 5퍼센트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11월 20일 갤럽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52퍼센트가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년 전 조사 때의 27퍼센트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다.
그럼에도 서방 정부들은 우크라이나 청년들이 전선에서 아무리 많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냉혹한 태도다.
바이든뿐 아니라 많은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대리전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끝날 경우 미칠 파장을 우려해서다. 그래서 승리가 요원해도 러시아의 진을 최대한 빼 놓으려는 것이다.
11월 24일 프랑스 외무장관 장-노엘 바로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군이 1킬로미터 전진할 때마다 유럽에 대한 위협도 1킬로미터 가까워진다.”
29일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 리처드 무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면 중국·북한·이란이 “대담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드는 비용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원하지 않을 경우에 치를 대가가 훨씬 클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전쟁은 확대돼 왔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사용 제한을 풀어 주자마자 우크라이나가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것이다. 러시아는 맞대응으로 11월 21일 신형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를 공격했다.
28일 푸틴은 미사일 공격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방부와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우크라이나 영토 내 표적을 선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시설, 방위 산업 시설 또는 키예프의 의사 결정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의 지도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동·서 제국주의간 쟁투가 갈수록 더 위험해지고 있다.
군국주의를 부추긴 우크라이나 전쟁
전쟁이 3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동·서 제국주의 양쪽에서 군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12월 1일 푸틴은 13조 5000억 루블(약 174조 원) 규모의 국방비가 포함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승인했다. 러시아 국방예산은 올해 대비 25퍼센트 이상 증가했고, 이런 국방비 지출 증대를 위해 사회보장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서유럽 국가들도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다. 올해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군비 지출은 전년 대비 18.8퍼센트나 늘었다(국제금융센터의 10월 보고서).
지난 10월 영국과 독일은 ‘트리니티 하우스 협정’이라는 첫 군사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으로 양국은 장거리 정밀 타격 미사일, 드론 등의 무기를 공동 개발한다. 또한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이 영국에 새 대포 포신 공장을 세운다. 이 협정을 맺으며 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는 군수 산업 재편이 “현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군수산업의 기술과 생산력 제고를 위해 애쓰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트럼프의 특사 지명이 뜻하는 바
11월 28일 트럼프는 군부에서 잔뼈가 굵은 키스 켈로그(80세)를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했다. 이후 그가 종전 협상을 책임질 것이다.
켈로그는 지난 4월 ‘미국우선주의연구소’에서 종전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공저했다. 거기서 그는 러시아와 대치하는 전선에서 그대로 전쟁을 멈추는 방안을 주장한 바 있다. 동시에 그는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장 지원 등 안전 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미국 안보 전문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푸틴이 협상을 거부하면 바이든 시절에 무기 제공에 부과한 제약을 해제하고 크림반도와 러시아 내부를 공격할 장거리 무기를 포함해 승리에 필요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다.” 이 주장은 지금 바이든이 벌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켈로그 지명은 트럼프가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선 서방의 전초기지로는 남아 있기를 바란다는 점을 보여 준다. 협상이 순탄치 않으면 트럼프 정부는 위험을 부추길 수 있다.
물론 러시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11월 26일 러시아 대외정보국 국장 세르게이 나리시킨은 전쟁의 주도권이 러시아에 있기에 서방이 분쟁 동결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2월 2일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우크라이나가 재무장할 숨통을 틔우기 위한 서방의 대화 제안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양보부터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무기 지원을 강행할 수도 있다
11월 27일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만난 윤석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여부를 확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재선으로 윤석열 정부가 무기 지원에 전보다 신중해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같은 우파 언론도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살상 무기 지원에 신중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무기 지원을 강행할 가능성을 계속 경계해야 한다.
미국 지배계급이 여전히 한국의 무기 지원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11월 28일 유럽의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한국의 입장 선회”를 촉구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무장에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러 간 군사 협력이 계속 진전되고 있어, 윤석열 정부로서는 이를 견제할 필요를 더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해 윤석열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낼 수 있다.
트럼프와 윤석열이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엇박자”라고만 보는 것은 일면적인 관찰이다. 앞서 말했듯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서방의 전초기지로 남겨 두기를 바라고, 그래서 향후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를 위해 한국의 역할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당선 직후 트럼프가 윤석열에게 미국 군함 수리·정비에 대한 한국의 협조를 요청한 데서 확인되듯이, 그도 한미동맹의 성격과 안정성, 미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