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은 정말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전투 중인가?
〈노동자 연대〉 구독
11월 2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은 북한군 1만 1000명 이상이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됐고, 그중 일부가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해 사상자를 냈다고 주장했다.
그에 앞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언론은 우크라이나군이 20일에 영국제 스톰섀도 미사일로 쿠르스크를 공격해 북한 군인 50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CNN도 쿠르스크뿐 아니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와 마리우폴에서 북한군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들만 보면, 북한군 전투병들이 쿠르스크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충돌을 빚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내 주류 언론들도 이를 받아쓰기에 바빴다. 그러나 정작 이런 주장들을 뒷받침할 진정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25일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 사브리나 싱조차 북한군 사상자나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이동’ 모두 “확인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북한군은 (“교전할 준비”가 돼 있지만 아직) 전투 참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우크라이나 정부와 한국 국정원 등이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했다고 떠든 것은 대체 무엇인가? 앞서 11월 13일 국정원은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참여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다 근거 없는 전시 프로파간다였던 것이다.
12월 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북한군 병사들이 전투 도중 사망하거나 부상했다고 또다시 주장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왜 여태껏 북한군 시신 한 구, 포로 한 명 공개하지 못하고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1만 명이 넘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주장이 지난 10월부터 넘쳐났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앞장서서 첩보를 내놓고 윤석열 정부가 바로 정보로 가공해 맞장구를 치는 식이었다. 미국과 나토는 시차를 두고 이를 확인시켜 줬다.
그렇지만 이들이 ‘전투’의 증거로 내놓은 것 중에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 그 사이에 SNS와 주류 언론에서는 온갖 가짜뉴스가 난무했다.
가령 10월 19일 CNN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을 통해 받은 한글 설문지 사본을 보도하며, 러시아군이 북한 군인들의 피복 보급을 위해 만든 문서라고 주장했다. 그 문서에는 “러시아씩 모자 크기”라고 적혀 있는데, 정작 북한에서는 러시아를 “로씨야”라고 표기한다.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된 “누렁이 개고기”라고 적힌 통조림 영상도 있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개고기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단고기”라고 부른다.
텔레그램 채널들을 통해 쿠르스크에 펄럭이는 북한 국기 사진도 유포됐는데, 〈조선일보〉(10월 23일 자 6면) 등 국내 언론들이 이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사진의 진위 여부는 검증되지 않았다.
10월 31일 많은 국내 언론들이 부상당한 북한 군인이 나온 영상을 크게 보도했다. 이 인물은 얼굴에 붕대를 감싼 채 병상에 누워 “러시아군에 속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1월 8일 〈뉴스타파〉는 그 영상을 분석한 뒤, “생성형 AI로 조작한 영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상의 음성 파형을 분석해 보니 소리 편집 작업을 한 것이 의심되고, 화면도 임의로 편집된 듯하다는 것이다.
“다 조작”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군 파병에 관해 SNS와 민간 단체가 공개한 정보는 “다 조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진과 영상을 유포하는 민간 단체는 모두 “우크라이나 정부의 심리전 부대이거나 지원을 받는 곳”이라고 지적했다.(〈세계일보〉 11월 4일 자)
물론 북한이 러시아에 모종의 인력을 파견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에 대해 일부러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북한과 러시아 군사 당국 간 교류와 협력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렇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군인들을 실제로 파견했는지 여부, 그리고 그들의 구체적인 규모와 역할에 대해 밝혀진 것은 전혀 없다. 당연히 전투 목적의 파병인지는 더더욱 증거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정부, 윤석열 정부, 미국과 나토 등도 북한군 파병을 기정사실화해 왔다. 이는 그들 나름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젤렌스키는 북한군 파병설을 유포해 서방과 한국의 무기 지원을 이끌어 내고 싶어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못마땅해 이를 견제하려고 한다.
바이든 정부는 이 문제를 부풀려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
이처럼 전쟁에서는 거짓말과 진실 은폐가 횡행한다. 대중을 속이고 전쟁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서방과 윤석열 정부의 거짓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북한군 파병설을 빌미로 한 윤석열 정부의 무기 지원 계획에 반대해야 한다.
북한군 파병(설) 규탄하는 민주당
11월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너무 깊이 끼는 것은 바보짓”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무기 지원 계획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서방 제국주의 지원) 문제에서 민주당은 못 미더운 정당이다. 앞서 10월 29일 이재명, 김영배, 정동영, 박지원 등 중량급 민주당 의원들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냈다.
결의안에는 윤석열 정부의 무기 지원에 반대하고, 한국이 ‘국제사회’와 공조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결국 민주당도 북한군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끊도록 노력”(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