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노동당 정부는 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공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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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런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공격은 탄압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음을 보여 준다.
행진은 가로막혔고, 77명이 연행됐으며, 시위 지도부 중 2명(수석 조직자 크리스 나인햄과 팔레스타인연대캠페인 의장 벤 자말)은 중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왜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대중적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는 이미 16개월 전에 시작됐는데 말이다.
런던 경찰청은 여러 시온주의 단체들로부터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을 막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시온주의 단체들은 2023년 10월 이래로 같은 요구를 해 왔지만 이전까지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말해, 시온주의 로비에 지나치게 큰 중요성을 부여하다 보면 사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영국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정치 상황이 바뀌었다. 가자 전쟁 개전 당시 보수당 정부의 내무장관이던 수얼라 브레버먼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혐오 행진”이라고 비난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런던 경찰청이 시위를 막도록 하지는 못했다.
경찰이 그렇게 하지 않은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가 일부 있었다. 시위가 너무 컸던 것이다. 그런 규모의 시위대를 공격했다가는 만만찮은 소요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
브레버먼은 보수당 정부 내에서 고립되고 인기 없는 인물이었을 뿐 아니라 정부 자체가 거대한 대중적 반감에 직면해 선거 완패로 떠밀려가고 있었다.
키어 스타머 총리하의 현 노동당 정부도 여론 조사 성적이 형편없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의회에서 확고한 다수이고 2029년 8월 전까지는 총선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현 정부가 리시 수낙의 보수당 전 정부보다 더 안정적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점도 봐야 한다.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이 몰락한 직후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군사 자산을 파괴했을 때 영국 외무장관 데이비드 래미가 이스라엘의 공격이 “정당한 안보 우려”에 따른 것이라며 수준 이하의 논리로 옹호한 것을 보라.
1930년대 국민정부
더 넓게 보자면 서방 지배계급들은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이스라엘 지지를 더 강화해 왔다. 이런 태도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이란을 약화시키는 데에 성공하자 그에 고무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한 효과이기도 하다.
이런 태도는 전 세계 여론은 물론 서구에 사는 다수의 여론과도 동떨어져 있다. ‘민주주의’로 인정되던 것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다. 내무장관 이벳 쿠퍼는 런던 경찰청을 지지하는 글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리며,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을 허용했으면 행진 대열이 인근 유대교 회당에서 예배하던 유대인들에게 위협을 가했으리라는 거짓말을 반복했다.
런던 경찰청이 이런 정치적 신호를 감지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최근 런던 경찰청이 제러미 코빈과 존 맥도널을 신문했는데, 이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코빈과 맥도널은 2015~2020년에 영국 노동당을 사실상 지도한 인물들이다. 경찰이 스타머와 쿠퍼의 승인 없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여전히 거대하고 그간 영국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런던 시위의 규모는 줄었다. 그래서 경찰이 1월 18일과 같은 시위 진압 작전을 벌이기 수월해진 것이다.
지난 보수당 정부는 경찰의 탄압 권한을 크게 강화했고 노동당 정부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기후 위기 활동가들과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은 높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있다.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은 경찰의 거리 통제에 대한 도전이다. 그래서 런던 경찰청은 이를 탄압하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1930년대 국민정부 시절의 영국으로 시계를 되돌리고 싶어 한다. 당시 영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했지만, 경찰은 전국실업노동자운동(NUWM)이 주도한 기아 행진이나, 파시스트 오스왈드 모슬리에 맞선 반파시즘 시위를 혹독하게 공격했다. 1932년 후반에 벌어진 격렬한 거리 충돌로 NUWM의 지도자 왈 해닝턴과 시드 엘리아스는 각각 징역 3개월 형,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자유주의자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가하는 위협에 대해 많은 한탄을 늘어놓지만 자기 코앞인 영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눈감아 준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집회·시위의 권리라는 민주적 권리를 방어하고 운동 지도자 벤 자말과 크리스 나인햄의 재판을 막기 위해 더 광범한 운동을 벌여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자유는 대중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다. 그것을 지키는 것도 대중 투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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