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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지지를 받지 못하는 트럼프의 “내부로부터의 전쟁”

《5월의 7일간》이라는 오래된 스릴러 소설이 있다. 플레처 네벨과 찰스 W 베일리 2세가 쓰고 1962년에 출판된 이 소설은 1964년에 영화로도 각색됐다. 미국 대통령이 소련과 핵 협정을 체결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려고 장성들이 군사 쿠데타를 기도했다가 실패하는 내용이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터무니없는 “전쟁 장관” 피터 헤그세스에 의해 워싱턴 DC로 소집돼 그들의 장광설을 듣는 장성들 수백 명의 굳은 표정을 보건대, 《5월의 7일간》을 오늘날 리메이크하면 내용이 사뭇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문화주의적인 장성들이 러시아와 협정을 체결하려는 극우 대통령을 타도하려 한다는 내용이라든가….

물론 농담이다. 미국 군부는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가능케 한 무시무시한 제국주의 군사 기구다. 그럼에도 지난주 소집된 장성들의 회의는 미국 국가 내의 긴장 일부를 뚜렷이 보여 줬다.

트럼프는 거의 모든 미국 국가기관들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왔다. 의회는 거수기와 다름없어졌다. 연방대법원 판사의 3분의 2가 공화당 우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미국의 중앙은행)만이 트럼프의 뜻을 거슬러 왔지만, 결국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력에 굴복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와 장성들의 “공개 간담회”는 트럼프가 아직 굴복시키지 못하고 있는 한 국가기관을 다루는 데서 그가 그다지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 국가기관은 바로 세계 최강 군대인 미군이다. 모든 국가가 조직된 폭력을 통제하는 것에 기초하고 있는 만큼 이는 중요한 일이다.

트럼프가 지난 선거 때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대도시들에 병력을 투입해서 그곳을 장악하려 하고 있는 만큼 이는 특히 중요한 일이다. 현재까지 그 도시들을 압박하는 주된 방식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직업 군대의 구실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트럼프가 주로 동원한 병력은 주방위군이었는데, 주방위군은 보통 주정부가 통제하는 비정규 자원병들이다.

트럼프는 장성들에게 “내부로부터의 전쟁”에 임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우리는 국토 방위가 군대의 최우선 임무라는 근본 원칙을 재확립했다. … 근래 몇십 년 전부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치인들은 우리의 임무가 케냐나 소말리아 같은 변방의 치안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게 됐다. 미국이 내부로부터 침공당하고 있는 판국에 말이다. … 그 위험한 도시들의 일부를 우리 군대, 즉 주방위군의 훈련장으로 삼아야 한다.”

장성들에게는 분명 달갑잖은 소리였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관리하던 세계 제국의 “변방”에 있다가 트럼프의 부름으로 소환됐다.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다른 안보 기구들과 마찬가지로, 그 장성들은 미국의 대외 정책을 결정하는 데서 상당한 재량권을 누리는 데에 익숙하다.

그리고 그들은 공화당·민주당의 당파 싸움에 관여하지 않아 왔다. 두 당 모두 미국식 자유주의적 제국주의를 충실하게 지지해 왔다.

군 수뇌부는 국내 치안에 관여하기를 극도로 꺼린다. 한 사례로 그들은 트럼프가 2020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 진압에 군대를 투입하려는 것에 저항했다.

십중팔구 그때의 경험을 의식해 트펌프는 취임 직후 많은 수의 고위 장교를(그중 여럿이 여성·흑인이었다) 해임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직접 고른 합참의장 댄 케인은 헤그세스의 참모진이 작성중인 국가안보전략(NDS)에 반대하는 듯하다.

헤그세스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 “국토”, 더 넓게는 서반구를 지배하는 데에 주안점이 있다. 현재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가하고 있는 군사적 압박이 이런 전략에 부합한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케인은 중국을 억제하고 필요하면 패배시킬 수 있도록 군대를 준비시키는 것을 국가안보전략의 주안점으로 계속 유지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헤그세스의 전략은 이미 사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를 상대로 전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지원을 제공하는 일을 꾀죄죄한 유럽 동맹국들에 내맡기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를 중국에 넘겨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동아시아는 향후 자본주의 세계 패권을 누가 쥘지를 결정할 곳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재선 이래 대부분의 쟁투에서 승리해 왔다. 그러나 군부는 훨씬 더 만만찮은 상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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