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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 김문수의 부정선거 의혹 시사는 극우의 전투 구호
트럼프의 “Stop the Steal”(선거 탈취 중단) 기억하라

김문수는 사전투표 제도에 부정의 여지가 있다며 제도 자체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대선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불복 군불을 때는 것이다.

선출된 국회를 강제 해산하려 했던 쿠데타 옹호자가 선거의 민주성을 문제 삼는 꼴이 역겹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말처럼 사퇴해야 마땅한 자가 말이다.

김문수의 사전투표 폐지 주장은 거리 극우의 구호를 공식 정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김문수가 4월 24일에 사전투표 폐지를 처음 주장하기 바로 전 주말에 극우 단체 ‘자유대학’ 등은 윤석열 사저 인근에서 3,0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벌였는데, 그 집회의 두 주요 구호 중 하나가 사전투표 폐지였다(다른 하나는 혐중·반좌파).

극우 전광훈 당의 대표 노릇도 한 김문수가 집권당 대선 후보로 부상한 것 자체가 거리 우익과 기성 우익이 조응하며 벌어진 극우 주류화의 표현이다.

김문수는 세 차례의 국민의힘 예비경선 투표에서 모두 승리했고, 국힘 지도부의 꼴사나운 후보 교체 시도에도 큰 표차로 대선 후보 자리를 지켰다.

김문수의 사전투표 폐지 운운에는 더 큰 함의가 있다. 이는 음모론을 펴 기성 권력자들과 국가 기관에 대한 대중의 만연한 불신을 악용하고 조직화에 써먹는 국제 극우의 방식을 가져온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2020년 대선 패배 후 정확히 그렇게 극우를 강화해 재선에 성공했다.

“Stop the Steal(선거 탈취 중단)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증거가 명백한데도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우겼다.

임기 말 트럼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으로 위기에 빠지자 재선 패배가 부정선거의 결과일 것이라고 군불을 땠다. 그러다 실제로 낙선하자 “Stop the Steal(선거 탈취 중단)”을 전투 구호로 내걸고 극우 운동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2021년 1월 6일 워싱턴 DC 극우 시위를 직접 선동했다. “점거하라! 격렬하게 싸우라!” 이에 호응한 극우는 자신의 대의가 권력층의 농간으로 좌초됐다며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

경악한 미국 지배계급 주류는 트럼프를 ‘손절’했다. 그들은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가 중도 좌우파를 아우르고 체제의 신뢰를 회복해 트럼프와 극우를 과거지사로 만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대중의 고난을 방치하고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대놓고 지원해 광범한 환멸과 분노를 샀다.

반면 트럼프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이용해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과 극우 운동을 교활하게 엮었다.

트럼프는 부정선거로 미국(과 공화당)의 명운이 백척간두에 섰다고 떠들었다. 트럼프의 극우 선동을 경멸하는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도 트럼프의 득표력을 탐내 “Stop the Steal” 구호를 되뇌었다. 이는 다시 극우를 고무했고, 전체 정치 지형이 우경화하는 데 일조했다.

2022년 중간선거에 이르면 공화당 공직 후보 거의 전원이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하게 됐다. 이를 거부한 극소수, 예컨대 공화당 부통령 딕 체니의 딸이자 공화당 중진 하원의원 리즈 체니 등은 의원직을 잃고 당에서 쫓겨났다.

극우 강화와 정치 혼란 속에서 바이든 정부의 사법 공격도 실패했다. 바이든 정부는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입 주동자들에 대해 미 연방수사국(FBI)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를 벌였지만, 수사는 몇몇 단체의 지도자들 소수를 투옥하는 선에서 끝났다(그나마도 트럼프 재선 직후 대부분 사면 복권됐다).

외려 트럼프와 극우는 이 일을 유명세를 떨치는 장으로 이용했고, 극우 운동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을 중심으로 확대 재편됐다.

벤치마킹

한국의 극우는 이를 벤치마킹했다. 트럼프의 영문 구호 “Stop the Steal”을 그대로 채택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이미 한국 우익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애초에 윤석열 쿠데타의 핵심 명분 중 하나가 지난해 총선 부정 음모론이었다. 음모론 신봉이 쿠데타 옹호와 얽혀 있었다.

거리 우익은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과 체포영장 발부 이후 “Stop the Steal” 구호를 총선을 도둑맞았다는 원래 의미에 ‘윤석열 대통령직 탈취 중단’이라는 의미를 덧붙여 전투 구호로 삼았다.

1월 2~4일 한남동 우익 시위대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팻말 디자인까지 그대로 베낀 “Stop the Steal”을 대대적으로 들었다. 여기에는 차기 트럼프 정부와 교감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공수처와 경찰의 1차 체포 시도가 실패하면서 우익들의 사기가 올랐다.

바로 이때 차기 트럼프 정부 핵심 인물인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우익 시위대의 “Stop the Steal”을 띄워줬다. 이는 거리 우익의 위세를 높여 줬다. 뒤이어 1월 6일 국힘 정치인들마저 국회 탄핵 가결 이후 처음으로 윤석열 방어 행동을 벌였다.

1월 19일 극우의 서부지법 난입 폭동은 이렇듯 거리 극우와 기성 우익 정치인들이 갈마드는 추세가 윤석열 구속영장 발부를 계기로 폭발한 사건이었다. 국힘 정치인들은 폭도를 음양으로 비호했다.

이후에도 그런 갈마들기 추세는 계속돼, 3월 1일 광화문·여의도에서 열린 십수만 규모의 우익 도심 집회 연단에 국힘 의원단 40여 명이 섰다. 두 집회 모두에서 “Stop the Steal”이 중심 구호였다.

그리고 바로 같은 날, 지금도 사전투표 폐지 구호를 내걸고 거리 운동을 건설 중인 ‘자유대학’이 우익 수백 명을 모아 대학로에서 종각까지 도심 행진을 벌였다.

김문수의 선거 패배로 이런 추세가 중단되지 않을 것임을 트럼프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지금 극우가 쿠데타 미수, 윤석열 국회 탄핵, 체포·구속, 헌재 탄핵 등 연이은 좌절을 견뎌내며 대오를 유지해 국힘의 대선 후보 결정에 영향을 끼쳤음을 봐야 한다. 그들은 미국 극우를 본떠 대선 불복을 우익 결집의 기치로 삼을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응해 이재명의 민주당은 중도와 (온건)보수를 아우름으로써 집권하고 극우를 고립시킨다는, 바이든과 본질적으로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지귀연 판사 등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쿠데타 세력 색출 및 국가기관 숙정 등을 전면화하지 않고 머뭇거리다가 이제는 선거 이후로 미루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를 무력으로 유린하려 했던 자들이 대열을 정비할 여지를 주고 있다.

이런 자들을 물리치려면 적수들보다 더 단호한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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