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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스스로 익히는 마르크스주의 5:
우리는 가부장제 아래서 살고 있나?

“가부장제를 해체하라”는 구호는 육아와 저임금 노동 사이에서 쩔쩔매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불평등, 폭력, 모욕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구호가 됐다.

뿌리깊은 성차별주의 때문에 여성과 남성 모두 이분법적 젠더 역할, 사회적 기대 속에서 제한적 정체성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극우는 여성이 가정에 머물며 순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식의 낡은 관념을 재포장하고 무기화한다.

[미국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가 도널드 트럼프가 “가부장제라는 공룡”을 타고 백악관으로 다시 입성했다고 쓴 것이 놀랍지 않다.

여성을 폭행하고, 자신의 파트너를 두들겨 패고 강간하는 가해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그리고 사장과 판사, 경찰의 비호를 받는 것도 대부분 남성이다.

흔히 사람들은 이렇게 성차별적인 체제를 “가부장제”라는 용어로 약칭한다.

그러나 가부장제 이론은 모든 남성이 여성을 억압한다는 사상에 기초한다. 이는 자본주의에 맞서 단결된 투쟁을 벌이면서도 남성 권력을 뒤집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부장제 이론가들은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발전시켰다. 일부는 가부장제가 자본주의와 따로 존재하며 전적으로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학자인 줄리엣 미첼은 이렇게 썼다. “우리가 맞닥뜨린 것은 두 개의 독립적인 영역, 즉 자본주의라는 경제 양식과 가부장제라는 이데올로기 양식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성차별적 사상이 어디서 비롯하는지 혹은 그 사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가부장제가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한다는 견해는 한때 신뢰를 크게 잃었었다. 그러나 오늘날 트랜스젠더 혐오적 페미니스트들은 폭력이 남성의 생물학적 특징의 산물이라는 반동적 견해를 다시 되살리려 하고있다.

일부 가부장제 이론가들은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이전에도 여성은 차별받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를 분쇄한다고 성차별주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이전에도 여성 차별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다. 여성 차별은 [자본주의보다 더 역사가 오래된] 계급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계급사회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여성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성 차별은 사유재산과 국가가 등장할 때가 돼서야 함께 나타났다. [2023년 영어로 출간된] 앤절라 사이니의 책 《가부장들》은 남성지배가 생물학적 차이에서 필연적으로 비롯한 것이 아니었다는 엥겔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여성 차별은 가족이 조직되는 방식에 크게 좌우되고 각기 다른 사회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하이디 하트먼 같은 일부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은 가부장제의 물질적 기초가 여성이 행하는 노동에 대한 남성의 통제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노동계급 남성들이 자본가 계급 남성들과 동맹을 맺고 여성들을 노동시장에서 밀어냈다고 말한다.

19세기에 여성과 아동이 방직공장을 비롯한 다양한 공장에서 노동하기 시작하자 영아 사망률이 치솟았다. 참혹한 현실이 어찌나 극단적이었는지 지배계급은 노동력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해결책은 더 많은 여성들이 집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었다. 여성과 아동 노동에 대한 각종 보호 법안과 가족임금은 분명 자본주의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동계급 대중도 가족을 돌볼 시간과 자원이 더 늘길 원했다.

오늘날 여성 대부분이 가정 바깥에서 일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여전히 여성이 가정에서 행하는 무급 노동에 의존하며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삶을 크게 좌우한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여성이 성차별주의 때문에 경험하는 트라우마가 깊다는 것을 이해하며 이에 맞서 싸우길 원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부장제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성이 잘못된 사상이나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혹은 모든 남성이 여성을 통제하는데 이해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남성은 근본적으로 여성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흑인 남성, 식민지에 살아가는 남성, 동성애자 남성, 트랜스젠더 남성 또한 구조적 해악 속에서 살아간다. 또한 천대받는 이들 대다수는 또한 착취당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모든 여성이 성차별주의를 경험하지만 일부 여성은 자신이 누리는 부와 권력 때문에 이 체제를 수호한다.

여성은 노동계급과 모든 사회운동의 핵심적 일부다. 많은 이들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 사고를 거부한다.

성차별주의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지만 논쟁, 경험, 항의 행동을 통해 약화되기도 한다. 엄청난 다양성을 자랑하는 국제 노동계급은 썩어빠진 체제 전체를 뒤집어엎을 힘과 집단적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

번역: 이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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