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의 행진에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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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이 한국의 유엔 난민협약 가입일(12월 3일)을 앞둔 11월 30일(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와 행진을 개최한다. 이들은 한국 법무부와 사법부에 자신들의 난민 지위 인정과 난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이집트인 난민 29명은 지난 추석 연휴 직후부터 대통령실, 법무부, 국회 앞 등에서 여러 차례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의 실상을 알리며 즉각적인 난민 인정을 촉구해 왔다.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에도 참가해 자신들의 요구를 알리는 유인물을 반포하며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12월 3일은 이제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와 평범한 시민들이 이를 저지한 날로 생생히 기억되게 됐지만 이날은 33년 전인 1992년에 한국이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세계화의 흐름 속에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한국 정부는 이른바 ‘정상 국가’의 면모를 외교 무대에서 보여 줄 필요성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난민협약에 가입한 배경 중 하나였다.
2013년에는 난민법을 제정해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라고 자화자찬해 왔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고작 1퍼센트대에 그쳤다. 난민협약 가입국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한국 정부는 난민 쟁점을 자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선전 도구로 이용하면서, 실제로는 난민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난민협약에도 명시돼 있는 난민 보호와 지원 책임을 외면해 왔다.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이 난민 인정 등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2013년 군사 쿠데타와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 박해를 받고 2018년 한국으로 망명해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파면 결정문에서 계엄이 저지된 것은 “시민들의 저항” 덕분이라고 명시했는데,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은 이집트에서 바로 그런 저항을 했던 사람들이다.
이집트에서 2013년 쿠데타를 주도한 군장성 엘시시는 현재까지 대통령으로 1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이다. 난민들이 이집트에서 겪은 온갖 박해와 탄압, 귀국 시 직면할 위험을 입증하는 수많은 증거와 자료들을 제출했지만 한국 법무부는 7년이나 시간을 끌다 지난해 말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법무부의 심사 과정과 불인정 결정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도 법무부의 주장을 거의 ‘복사 붙여넣기’하며 최근 29명의 이집트인 난민들 상당수에게 난민 불인정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한국 체류 기간으로만 따지면 영주권 취득 요건인 5년을 훌쩍 넘겼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그 긴 기간 동안 일할 권리도,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강제 추방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임종을 앞둔 본국의 부모를 만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그런데도 법무부와 사법부는 이들을 ‘가짜 난민’ 취급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집트인 난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는 못 본 체하면서 최근 중동 순방길에 그 이집트인들을 박해한 독재자 엘시시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처럼 불안정하고 힘겨운 상황에서도 이집트인 난민들은 지난 두 달간 용기 있게 행동을 지속해 왔다. 이를 통해 낙담과 고립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결속을 다지고, 조금씩 한국인들의 연대를 넓혀 왔다.
이집트인 난민들의 행동은 한국에 거주하는 다른 난민들에게도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에 나설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지난 10월 26일 서울 도심 집회와 행진을 벌인 바 있는데, 이 소식을 접한 일부 예멘인 난민들이 11월 30일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집트인 난민들의 행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엉터리 심사로 ‘가짜 난민’ 낙인찍는 법무부
난민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난민 제도 운영에도 반영된다.
예컨대 난민법에 따른 자격 요건을 갖추고 난민 심사를 전담하는 난민심사관은 전국에 단 4명에 불과했다(2022년 기준). 그러다 보니 난민 인정 절차에서 중요한 1차 심사를 대부분 자격을 갖추지 못한 난민전담공무원들이 담당하는데, 그들도 90명뿐이었다. 2022~2024년 연평균 1만 6,000여 건의 난민 신청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비춰 보면 턱없이 부족한 심사 인력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1차 심사를 마치는 데 평균 1년 2개월이 걸렸고, 1차 심사 결과를 받기까지 무려 4년 5개월을 기다린 경우도 있었다.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결과를 받는 데 또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난민위원회는 지난해 고작 5번 열렸다. 난민위원회 위원 13명이 하루에 보통 500건 넘게 심사했고, 위원 11명이 800건 넘게 심사한 날도 있었다. 난민위원회에 난민 신청자가 직접 출석해 진술한 건 고작 5건이었다.(난민인권센터)
이러니 공정하고 제대로 된 심사가 이루어졌을 리 만무하다. 이집트인 난민들이 자신들의 난민 신청을 다시 검토해 즉각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다.
12월 3일 유엔 난민협약 가입일에 즈음한
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집회와 행진
난민 지위 즉각 인정하라
난민들의 안전·거주·일자리·교육·의료 보장하라!
차별 없이 모든 난민의 존엄성 존중하라
- 일시: 11월 30일(일) 오후 2시
- 장소: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주최: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
▷문의: [한국어] 010-3917-3416 | [아랍어] 010-5897-8455
egyptianrefugees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