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난민 인정 운동과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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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이 난민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10월 21일(화)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난민 지위 인정 촉구 행동 주간’에 돌입한다.
이 난민들은 민주주의 투사들, 정치 활동가들이다. 이집트에서 잔혹한 군부 독재에 맞서 투쟁하다 탄압받고 2018년경 한국으로 망명해 왔다.
이들은 왜 한국으로 온 걸까? 한 이집트인 난민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한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이 민주화 운동으로 군부 독재가 종식된 나라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독재에 맞서 싸우다 온 이집트인 난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고 6년여를 기다린 끝에 지난해 받은 대답은 난민 불인정이었다. 이에 불복해 소송에 나섰지만, 사법부도 최근 연달아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에게 불인정 판결을 내리고 있다.
쿠데타를 기도했던 윤석열이 파면되고 이재명 정부가 집권했지만, 난민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출입국 관리들의 멸시
한 이집트인 난민은 이렇게 성토했다. “우리는 이집트에서 3~5년 동안 박해받았지만 한국에서는 7~9년 동안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국에서 탄압받던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는 것입니다.”
한 이집트인 난민은 출입국·외국인청에서 멸시당해 온 경험을 얘기했다.
“한국에 와서 저희는 출입국의 태도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가 박해당했다는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서 납득할 수 없는 사유를 들며 난민 신청을 거절하는 그 태도 말입니다.
“인천출입국 직원들은 저희의 난민 신청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해 놓고 심사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증거를 제출해도 어떤 이야기를 해도 진지하게 보지도 듣지도 않습니다.”

모하메드 씨도 출입국·외국인청에서 겪은 일을 얘기했다.
“난민 신청을 하고 면접을 볼 때 출입국·외국인청 직원들은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 한국에 왜 있냐’ 따위 말들을 서슴없이 하곤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집트 정권의 박해를 피해서 한국에 온 저에게 이집트 정권이 억압적인 정권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요구합니다.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탱크와 장갑차로 수천 명을 학살한 [이집트의 현 엘시시] 독재 정권이 억압적이라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저희는 [30년간의 무바라크 독재 정권을 타도한] 2011년 이집트 혁명에 참여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미 그때부터 이집트 국가안보국은 혁명에 참가한 혁명가들, 활동가들, 정치인들의 명단과 모든 정보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3년에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죠. 바로 그 군부 정권이 이제는 정치 활동가들과 정치 난민들을 탄압하고, 추적하고, 체포하고, 고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50년 형, 60년 형을 선고받기까지 합니다.”
이집트인 정치 난민 알리 씨는 이집트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송환되면 저희와 저희 가족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이 명백합니다. 저희는 이집트에서 단순한 체포와 구금을 넘어 살해 협박과 고문까지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극심한 불안정
알리 씨는 난민 신청자의 삶의 고초를 이렇게 토로했다.
“난민 신청자라는 신분은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저희 동료들의 일부는 난민 신청자 지위조차 박탈당해서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난민 신청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정신적인 압박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난민 신청자는 너무나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건강보험도 적용 받지 못하고 정상적인 일자리도 구할 수 없습니다.”
6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한 이집트인 난민의 아들 오마르 군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다른 난민 어린이 친구들처럼 한국에서 적응하고 한국의 학교를 다니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저와 가족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은 혹독한 상황에서 그저 낙담하고 있지 않고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 스스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행동에 앞서 이들은 결의를 다지듯 ‘난민에게 정의를’ 문구가 쓰인 단체 티셔츠를 맞췄다.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은 행동 주간 내 오늘(21일)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앞 기자회견, 22일 수요일 과천 법무부 앞, 24일 금요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 기자회견을 연다.
인천공항이 있는 지역이라 난민 신청자가 많고, 심사를 하는 인천출입국청은 그만큼 난민들의 원성도 자자한 기관이다. 법무부는 난민 인정 여부를 다루는 난민 정책의 주무 부처로 산하에 출입국청도 법무부 소속이다. 민주화 ‘운동권’ 출신 의원도 적지 않은데, 이제는 국회도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26일(일) 오후 2시 서울 도심에서 집중 집회와 행진을 연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난민과 연대자들을 모으고, 한국 사회와 거리의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알릴 것이라며 참가를 호소했다.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의 쿠데타에 맞서기 위해 국회의사당 앞으로 달려갔던 사람들, 그 이후 윤석열 탄핵 광장에 나섰던 수많은 사람들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다.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행동에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