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무기 구매 ‘큰손’ 되는 것이 평화로 가는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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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한국을 미국산 무기 구매의 ‘큰손’으로 치켜세웠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해 1월에 낸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보면, 실제로 한국은 지난 10년간(2008~2017년) 미국산 무기를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수입한 국가다.(사우디아라비아, 호주가 1, 2위)
문재인은 향후 3년간의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을 트럼프에게 전했다고 한다. 2021년까지 40대를 인도받기로 한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 구입에 총 7조 4000억 원이 지출될 예정이다. 지난해 계약한 차기 해상 초계기 도입 사업에 쓸 1조 9000억 원 등 이미 집행이 예정된 액수만 총 10조 원 규모다.
그런데 국방부가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서 건조 계획한 경항공모함 탑재용으로 수직이착륙 기능의 스텔스기인 F-35B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듯하다. F-35는 초기보다 가격이 떨어진 지금도 한 대당 가격이 1000억 원을 넘나들고, 운영·유지비만도 20년 동안 한 대당 2500억 원을 써야 한다.
2028년까지 도입할 신형 이지스함에는 한 발 가격이 250억 원에 달하는 함대공미사일 SM-3를 배치하는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 정부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정찰기 J-START 등 수많은 무기를 미국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자주 국방
최근 북·미 대화가 재개할 조짐이 보이고 트럼프가 대북 강경파인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경질한 것 때문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주변 강대국들만이 아니라 한국의 군비 증강 추세를 봐도, 한반도의 평화와 군축이 여전히 요원함을 보여 준다.
일본 총리 아베가 군사대국화를 추구하고, 미국과 점점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군비도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 방공식별망을 침입한 군사 강국 러시아도 있다. 한국 국가도 이런 동북아 전체 군비 경쟁 심화의 한 주역이 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두 보수 정권 때보다 훨씬 가파르게 국방비를 증가시켰다. 올해 국방 예산 증가폭은 8.2퍼센트로 11년 만에 최고였다. 내년 국방 예산 증가폭도 7.4퍼센트에 이른다. 이로써 국방 예산안은 처음으로 50조 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2017년보다 약 10조 원 증가한 것이다. 그 전에는 그만큼 증가하는 데에 6년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군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그만큼 복지와 일자리에 쓸 돈은 더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가 내놓은 “2020~2024 국방중기계획”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7.1 퍼센트 국방 예산 증가를 상정한다. 이대로라면 국방 예산은 2023년에 60조 원대마저 돌파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북한도 문재인 정부가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하고 첨단 무기를 대거 도입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북한 방공망을 무력화할 F-35A는 유사시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 작전’이나 대북 선제 타격 계획의 핵심 무기이다. 북한은 F-35 도입에 반발하며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이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은 물론이고 주변 강대국들과의 긴장을 더 높이고, 이 때문에 국방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미국은 중국을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며 일본을 대(對)중국 견제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삼고 있다. 미국의 첨단 무기들 중에는 미국과 일본이 함께 개발한 것이 많다. F-35를 정비하려면 한국이 기체를 마음대로 뜯어봐서는 안 되고 일본에 있는 지정 정비창에 가야 한다. 신형 SM-3 요격미사일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친미 노선 하에서 군비를 증강하는 행보는 결국 한일군사협정(‘지소미아’) 종료 선언과도 모순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결국 막대한 군비 지출과 첨단 무기 도입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긴장과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