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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왜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지 않나

윤석열 정부는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만행을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 “하마스 규탄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즉시 휴전” 결의안에 기권했다.

11월 22일 런던에서 열린 한·영 정상회담의 합의문에서 윤석열과 영국 총리 리시 수낙은 ‘하마스 규탄’과 ‘인도적 재앙’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이스라엘에는 책임이 전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문제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무엇을 하고 있나?

전 세계가 이스라엘의 만행을 보며 충격에 빠진 지 50일이나 흘렀지만, 민주당은 이스라엘 규탄을 회피하고 있다. 오히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월 16일 “하마스 규탄” 입장을 밝혔다.

10월 3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호전적인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맥락에서였다. 이재명 대표는 “한미동맹으로 전쟁을 억제”해 온 기존 노선을 유지해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들자”고 했다. 가자 전쟁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회피하는 것이었다.

한편,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11월 7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보호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즉각 휴전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고, 11월 24일 방한한 왈리드 시암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사를 만났다.

그러나 김 의원의 그런 행보는 민주당 당론이 아니다. 그조차 분명한 이스라엘 규탄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에 애도를 표하고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양비론이다.

민주당이 팔레스타인 억압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이렇게 지적한다. 과거에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가자 침공과 구호선단 공격에 대한 유엔 진상조사단 결의안”이나 “[이스라엘] 점령지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기권해 왔다.”(〈한국과 이스라엘 관계 보고서〉)

김대중 정부 때인 2001~2002년 한국은 유엔 총회 의장국이었는데, 2002년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 행위에 관한 긴급 규탄 결의안에 기권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정규군 2만 여명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과 난민촌을 공격해 단 열흘 만에 팔레스타인인 52명 이상을 살해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이스라엘의 레바논·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에 관한 진상 조사 및 규탄 결의안에 기권했다.(이 사례들은 뒤에서 더 살펴본다.)

‘테러와의 전쟁’과 레바논 파병

한-이스라엘 수교 협상이 시작된 것은 일찍이 장면 총리의 민주당 정부 때였다. 이 협상은 1962년에 완료됐다.(1999년 장면 탄신 100주년 기념 때 당시 대통령 김대중은 명시적으로 장면과 동일시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오일 쇼크 속에서 한국이 중동 산유국들의 눈치를 보면서 이스라엘과 관계가 멀어져 1978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폐쇄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1992년 재개설됐고 이후 20년 동안 양국간 교역량은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1993년 오슬로 협정이 타결되고 아랍 국가들이 이를 지지하자 한국도 정치적 부담을 덜고 이스라엘과 가까워진 것이다.

1995년에는 한-이스라엘 방산군수협력 합의도 체결됐다. 2003년이 되자 이스라엘이 수출하는 무기의 12퍼센트를 한국이 구입했다. 2011년 이스라엘의 한국 수출 물량 중 대부분이 국방 분야 거래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그런 변화 과정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두 정부는 미국이 중동에서 벌인 새로운 전쟁들에 미국을 지지하며 참전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는 2001년 9·11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이용해 “테러와의 전쟁”을 천명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2003년에는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를 침공했다. 중동의 석유를 통제해 경쟁 열강에 미국의 패권을 확인시키려고 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 파병했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두 민주당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마지못해 응한 게 아니라 능동적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그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한국 지배계급의 중론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레바논 기반 이슬람 정당 헤즈볼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패퇴했다.

그러자 부시 정부는 “미국을 파괴하려는 이슬람 파시스트들과의 전쟁”을 위해 유엔 다국적군을 서둘러 결성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에 보조를 맞춰 2007년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레바논 평화유지단”의 일원으로 동명부대를 파병했다.

그리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민간인 살상, 집속탄과 백린탄 사용 등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결성하려 할 때 기권표를 던졌다.

동명부대의 파병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10년 넘게 연장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은 동명부대 철수를 요구했지만, 문재인 정부하에서는 입장을 뒤집어 파병 연장에 찬성했다.

가자 폭격 중이던 이스라엘과 FTA 맺은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대부분 미국 트럼프 정부와 겹쳤다. 트럼프는 2018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미국 대사관을 그곳으로 이전했고, 2020년에는 이스라엘의 점령지를 공식 영토로 인정해 주는 내용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2018년 5월 미국 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이전해 개관하는 날,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했다. 최소 135명 이상이 죽고, 8500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다음 달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를 위한 결의안이 제출됐는데, 문재인 정부는 기권했다.

2021년 5월 10일 이스라엘은 가진 무기라고는 돌멩이뿐인 팔레스타인인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았다. 그리고 가자지구를 무자비하게 폭격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 66명을 포함해 최소 25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5월 19일까지 7만 2000명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추방당했다(유엔 추산).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공격이 한창 벌어지던 5월 12일,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문재인은 한국과 이스라엘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반세기 넘는 우호 관계”라며 낯부끄러운 치하를 했다.

그 협정의 결과로 2021년 양국 교역 규모는 전년 대비 37퍼센트나 성장했다. 특히,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2022년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근혜 정부 첫해(2013년) 313만 달러였던 무기 수출은 2022년 824만 달러로 늘었다.

지금 민주당은 총선과 차기 여당이 될 때를 특히 염두에 두고 팔레스타인인의 비극을 외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