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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환영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이-팔 휴전 촉구 결의안 발의, 기대 걸 게 못 된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막을 궁극적인 힘이 과연 국회, 유엔, 여론에 있을까?

10월 10일 이재정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41명이 국회에서 ‘가자지구에서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현재 상임위 심사 중)

이 결의안은 지난 9월 18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 12개월 내 종식’ 결의안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에 근거해 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이스라엘의 “1968년 이후 불법 점령”에 있다고 지적하고,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과 레바논 등으로의 확전에 우려를 표한다.

10월 22일 참여연대는 “결의안 발의를 환영하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참여연대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과 공조해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결의안 발의 당일인 10월 10일에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실행위원인 임재성 변호사가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출을 중단시키기 위해 야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겨레〉 칼럼을 기고했다(관련 기사: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참여연대의 훌륭한 폭로: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 기대 걸기는 연목구어’).

11월 6일에는 이재정·한정애 등 민주당 의원 4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어떻게 막을 것인가: 무기 수출을 중심으로”라는 토론회도 연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은 충분치 않거나 부적절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결의안 1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적대 행위 중단을 동시에 요구한다. 이는 점령 국가인 이스라엘에 “근본적 책임”을 물은 결의안 취지 설명(앞 부분)과 모순이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와 저항을 지지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이 결의안에는 학살 공범 미국 정부를 향해 책임을 묻는 내용이 한마디도 없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 규탄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한데, 결의안은 이를 피해 간다.

이는 민주당의 성격과 연관돼 있다. 친자본주의·친제국주의 정당 민주당과 그 역대 정부들은 언제나 한미 동맹을 한국 경제와 안보의 기본으로 여겨 강화하려 애써 왔다. 그래서 대중동 정책 또한 대체로 미국 정부와 보조를 맞춰 왔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1년이 넘도록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왔다.

한편, 7월에는 박지원·김태년 등 민주당 내 영향력이 큰 5선 중진들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 내용은 이스라엘의 점령이 문제임을 지적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마스의 10월 7일 공습을 규탄하면서 시작된다.

참여연대가 지지·성원하는 41인 발의 결의안은 당론도 못 되는 셈이다.

사실 이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효과도 없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국제사법재판소, 유엔 총회, 여러 국가 의회들의 결의 채택이 있었지만 강제력이 없었고, 이스라엘과 미국은 무시했다.

그러한 ‘국제 기구’들의 결의안은 언제나 기층에서 강력하게 지속되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뒤늦은 반응이었다. 그 기구들은 기층 운동의 압력이 있기 전까지는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기존 세계 질서의 고분고분한 일부였다.

그러므로 참여연대 등이 집회 등 기층 운동을 국회·유엔 결의안 채택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선후 관계가 뒤집힌 것이다.

또, 이 41인의 결의안이 이스라엘 점령 역사 전체가 아니라 1967년 전쟁 이후만 ‘불법’으로 문제 삼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평화 공존할 수 있다는 환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와 관련해 다음의 글을 참조하시오: ‘왜 두 국가 방안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는가’)

중동에서 시온주의와 제국주의를 몰아내려면 팔레스타인인과 아랍 민중 스스로의 저항이 일어나야 한다.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그런 저항에 힘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주요 축이다.(아래 박스 기사를 참조하시오.)

그러나 참여연대는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핵심 대안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여론, 국회, 유엔 등을 움직이는 것에 이스라엘을 막을 궁극적 힘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 제국주의에 반기를 들 생각이 전혀 없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설득해서 국회를 움직이고, 나아가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 사회’를 움직여서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를 멈추게 하겠다는 시도는 무망한 환상을 부추긴다.(관련 기사: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참여연대의 훌륭한 폭로: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 기대 걸기는 연목구어’)

게다가 민주당을 불편하게 할까 봐 필요한 주장이나 비판을 억제하게 될 수도 있다.(관련 기사: ‘더불어민주당은 왜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지 않나’) 이는 아래로부터의 운동 건설에 나쁜 영향을 준다.

이렇게 생각한다

진정한 변화는 ‘국제 사회’가 아닌 중동 민중의 저항과 국제 연대 운동에서 나온다

각종 국제 기구의 전쟁 범죄 중단 촉구가 가볍게 무시된 지난 1년은 ‘국제 사회’에 기대서는 이스라엘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의 가장 생생한 증거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국제 기구의 결정조차 무시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중국, 러시아, 남아공 등 브릭스 국가들이 화려한 조명 앞에서는 서방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염려하는 척하지만 뒤로는 이스라엘과 막대하게 거래한다는 점도 폭로됐다.

요르단과 이집트 같은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인 형제들”을 말하면서도 이스라엘과 군사 협력하는 위선도 까발려졌다.

이스라엘을 멈추게 할 힘은 팔레스타인을 포함하는 중동 지역에서 민중의 아래로부터 반란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있다.

아랍 혁명이 전진하고 있던 2012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 8일 만에 미국의 강한 압박 아래 꼬리를 내려야 했던 것이 그런 경우였다. 당시 이미 이집트 독재자를 무너뜨린 혁명이 요르단까지 위협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이스라엘은 왜 8일 만에 꼬리를 내렸는가’)

국내 팔레스타인 운동의 현 단계에는 기층에서부터 차곡차곡 연대를 건설한다는 관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