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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금리, 부동산 침체로 급속히 커지는 금융 불안정

금리 인상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정해지고 있다.

특히, 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연쇄적으로 부실해져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2011년에도 저축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늘려 온 부동산 PF 대출이 부실로 드러나면서, 많은 저축은행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들이 평생 모은 돈을 저축은행에 맡겼다가 막대한 손해를 본 바 있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올해 6월 기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 2000억 원에 이른다. 2013년 말에 견주면 3배 규모다.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은행권 대출이 6조 9000억 원 증가하는 동안, 제2금융권은 70조 1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금융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조승진

반면,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미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8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3만 2722채로, 지난해 말(1만 7710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PF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중소형 증권사들뿐 아니라 메리츠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같은 대형 증권사들도 3조 원 내외의 PF 관련 대출 때문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PF 대출을 묶어 다시 금융상품으로 만들어(‘유동화’) 서로 사고 팔았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하면 도미노 식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9월 말 강원도가 지급보증 했던 춘천 ‘레고랜드’ 건설 PF가 부도가 나면서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게 됐다. 신용도가 높은 지자체의 부동산 PF가 저 지경이니 민간기업 PF는 더더욱 믿을 수 없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부동산 PF 대출을 아예 중단했다. 은행권이 대출을 옥죄자 제2금융권도 PF 대출을 중단하거나 대출 연장 조건으로 연 10~20퍼센트의 고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최대한 대출을 안 해 주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PF 대출을 줄이자 부동산 시장은 더욱 경색되고, 이는 다시 PF 대출을 부실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PF 대출이 중단되면서 건설사들의 부도 위험도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탄탄하다고 알려진 롯데건설·GS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 등의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들도 건설 사업 착공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향후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부동산 PF 시장이 급속하게 경색되면서 다른 기업들의 회사채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이달(10월) 회사채 발행액은 19일까지 1조 2362억 원으로 올해 1월(8조 7710억 원)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금리는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10월 19일 발표한 ‘2021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좀비기업’ 비중이 40.5퍼센트를 기록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를 겪은 2020년(40.9퍼센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정보통신, 부동산 등에서 한계기업이 늘어났다.

이처럼, 부동산 PF 대출과 기업 대출이 꽉 막히며 금융위기 불안감이 고조되자 정부가 급히 개입하고 나섰다. 10월 20일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화펀드’를 다시 가동해 1조 6000억 원을 금융 시장에 투입하고, 향후 최대 20조 원어치 회사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번 정부 개입으로 시장은 잠시 안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퍼펙트 스톰”으로 수출 감소 등 실물경제 타격이 심화하면 한국의 금융 불안정도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며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그중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이 꼽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다급히 연금 개악, 노동 개악, 공공부문 효율화 등에 집중해, 노동자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벌어진 생계비 위기와 고통 전가에 맞서, 금리 인하와 부채 탕감, 임금·일자리·복지 방어를 위해 광범한 투쟁이 건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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