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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제2의 나크바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살상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무참히 유린하고 있다. 11월 6일 현재 기준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1만 명을 넘었다.

이스라엘군은 특히 병원·학교·난민촌 등 민간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살던 집이 파괴되거나 전쟁을 피해 피난 온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이 시설들에 머물다 살해됐다.

심지어 이스라엘군은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을 이집트로 옮기던 구급 차량들을 공습해 15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다쳤다.

이것이 유엔 총회의 “인도주의적 휴전” 요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답이다. 윤석열 정부는 하마스 규탄이 없다는 이유로 이 결의안에 기권해 이스라엘의 만행에 눈을 감았다.

위중 환자들을 이송하는 구급 차량마저 공습하는 이스라엘 ⓒ출처 PalestineRCS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병원 등 공공 건물 내부나 그 옆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는 이렇게 말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학교와 모스크, 병원을 포함한 민간인 지역에 무기와 군대를 배치해 민간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병원·학교·난민촌 등에 있는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있음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이다.

이스라엘의 잔혹한 공격은 팔레스타인 사람들뿐 아니라 가자 북부에 억류돼 있는 인질들의 목숨도 위협하고 있다. 알카삼 여단(하마스의 군사 조직)의 아부 우바이다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60명이 넘는 인질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인질 구출에 이스라엘이 관심이 없음을 방증한다.

이스라엘의 목표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 청소임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부가 가자지구 주민을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권고하는 문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본지에 실린 ‘유엔 고위 인사가 이스라엘의 노골적 인종 학살 의도를 비판하며 사임하다’를 보시오.)

또, 이스라엘 문화유산부 장관 아미하이 엘리야후는 핵폭탄 투하가 “가능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제껏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다. 네타냐후는 그런 엘리야후를 해임이 아니라 직무정지 시켰을 뿐이다. (본지에 실린 ‘이스라엘 장관이 가자지구 핵무기 공격을 거론하다’를 보시오.) 엘리야후의 발언은 팔레스타인인을 말살하겠다는 인종 청소 메시지다.

현재 이스라엘이 벌이는 가자지구 지상전도 단순히 하마스 지도부 제거에 맞춰 있지 않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를 목 졸라 하마스가 항전하는 북부와 피란민이 모인 남부로 가자지구를 분리시켰다. 그리고 남부로 피난 간 14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서도 무차별 공습을 하고 있다.

하마스가 통제하지 않는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


꼬이는 미국의 중동 해법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 만행은 국제적 공분과 항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휴전 요구를 반대하며 “인도주의적 일시 전투 중단”을 제안했다. “인도주의적 일시 전투 중단”은 구호 물품이 가자지구에 들어가게 하고, 더 많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남쪽으로 이동할 시간을 주기 위한 “부분적이고 한시적인 조처”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학살로 비난받지 않고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게 허용하려는 술책이다.

결국 미국은 소위 이스라엘의 “정당방위”를 지지하면서, 선심 쓰듯이 “인도주의적 구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본질은 이스라엘의 제2의 나크바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안은 이스라엘에게 퇴짜를 맞았다. 네타냐후는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을 만난 자리에서 “인도주의적 일시 전투 중단” 요구를 단칼에 거부했다.

네타냐후는 주저 없는 무자비함만이 해결책이라고 보고 이렇게 말했다. “하마스와의 전쟁은 작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아니다. … 만약 중동이 ‘테러의 축’에 넘어간다면 다음 차례는 유럽이 될 것이다.”

요르단·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의 외무장관들은 블링컨의 면전에서 “인도주의적 일시 전투 중단” 대신에 휴전을 요구했다.

아랍 지배자들은 이 순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편인 양 행세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반정부 투쟁이 벌어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재앙적인 철수를 한 뒤 설욕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러시아와 대리전을 벌였다.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면 중국과의 대결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장기적 소모전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피로감 때문에 미국 권력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지원을 놓고 지금 분열했다.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 재천명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스텝이 꼬이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중동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틈을 타 우크라이나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11월 1일 하루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10개 주 118개 도시에 폭탄을 쏟아부었다. 우크라이나 24개 주 가운데 40퍼센트가 공격당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고통만 당하고 있지 않고 저항하고 있다

가자지구에는 팔레스타인인의 눈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저항도 있다.

지금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를 포위하고 조만간 시가전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마스 대원들을 찾아내고 지하터널 등 하마스의 군사 시설을 파괴하려고 한다.

그러나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이스라엘군의 무덤으로 만들겠다”며 항전 의지를 밝혔다.

우리는 가자지구 시가전에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군을 패퇴시키기를 강렬히 바란다.

전 세계 피억압 대중의 자신감과 사기라는 관점에서 이스라엘이 패배하는 것이 좋은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승리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굴욕을 안겨 줄 것이고 네타냐후의 극우 정부를 몰락시킬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제국주의에 일격을 가할 것이다.

1970년대 중엽 베트남 민중이 미국을 상대로 거둔 승리가 “베트남전쟁 증후군”으로 이어졌듯이 말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강인한 의지와 전투성을 가지고 이스라엘군에 저항하고, 중동 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국제 연대가 확산된다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세를 좌절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