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 가족이 있는 재한 팔레스타인 유학생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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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저의 희망이니 침묵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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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 가자지구에 가족이 있는 팔레스타인 유학생이 보낸 절절한 편지가 대독돼 참가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가족과 연락이 며칠째 안 되고 있는 이 유학생은 참혹한 처지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계속 연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 편지의 전문을 번역해 싣는다. [ ] 안의 글은 번역자가 넣은 것이다.
“지금 거신 번호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해 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 때 이 음성 메시지를 듣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대신 희망이 끊어져 버리고 의심·혼란·불안으로 가득 찬 상처 주는 메시지가 들립니다.
그들이 괜찮은지, 아니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아직 살아 있는지, 먹을 것이 있는지, 굶주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목이 마르지는 않을까? 거기에 물이 있을까? 화장실은 편하게 갈 수 있을까?
깨어 있는 동안에도 수천 가지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고 꿈속에서 저를 괴롭힙니다. 이것이 나치 이스라엘 점령이 저에게 강요한 일상이자 디아스포라로 살게 된 이유입니다.
저는 매 순간 가족을 그리워하고 가족에 대해 걱정합니다. 지난 42일 동안 매일 밤 저를 괴롭힌 악몽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 2발에 맞먹는 양입니다! 지금 가자지구에서는 하루 평균 300명씩, 총 12000명 이상의 무고한 영혼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량 학살입니다! 우리는 숫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몽상가이자 연인이자 열정 가득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가수, 댄서, 학생, 의사, 엔지니어, 음악가, 대중 연설가, 교사, 어머니, 아이입니다. 우리는 민족입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유의 삶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은 매우 암울합니다. 간호사들이 몇 시간씩 직접 소생술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 장비나 보급품도 이제 없습니다. 의료 수술은 마취 없이 시행됩니다. 어제 한 어린 소녀의 사지가 마취 없이 절단됐습니다. 이런 일이 자녀에게 일어난다고 상상해 보세요.
유엔 산하 학교인 대피소 센터에는 평상시에 수천 명의 학생이 수용됐습니다. 지금은 수만 명의 난민이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물을 받아 마셔야 합니다!
가자지구에서는 폭격 소리에 겁먹은 사람들을 이렇게 위로합니다. “폭격 소리가 들렸다면 걱정 없어. 너를 죽일 미사일 소리라면 들을 수 없을 거야.”
가자지구에서는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목마름 속에 드디어 비가 내려 마실 물을 얻게 돼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집과 꿈이 함께 잔해 속에 묻혀버려서 옷가지 하나 구하기 힘든 상황에 극심한 추위를 맞아 슬퍼해야 할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겨울은 우기이다.]
묵인하거나 못 본 체 하지 않는다면 이런 범죄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이 범죄가 계속되는 것은 인류와 인류 문명에 대한 위협입니다. 병원, 유엔 센터, 예배당, 심지어 민간인의 집(수천 채)까지 폭격을 받아 주민의 머리에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문명화된 세계가 이런 일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 저는 한국 역사를 다룬 글을 읽을 때마다 영감을 받습니다. 점령에 처해 한국인이 얼마나 굳건하게 싸워 승리했는지를요. 이를 보며 제 조국인 팔레스타인도 오늘날 한국처럼 점령에서 벗어나 문명 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휴전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여러분의 요구를 계속 이어가 주세요. 압제자들을 지지하는 기업에 대한 보이콧도 계속해 주세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 학살에 연민과 경각심을 계속 가져 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로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제가 다시 연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때까지 여러분이 저의 희망이니 침묵하지 마세요.
용감하게 시간을 내어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며 싸우는 모든 살아 있는 양심에 감사 인사를 보냅니다.
프리 팔레스타인!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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