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10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
교전 일시 중단에도 팔레스타인 연대는 계속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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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오후 2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10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이 열렸다. 재한 아랍인들과 국내 36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했다.
이날도 한국인과 팔레스타인인, 아랍인, 그 외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수백 명이 참가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나흘간 일시적 교전 중지와 포로 교환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어제부터 포로 교환이 시작됐다.
이번 집회에서 연설한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살레흐 씨는 그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끈질긴 투쟁과 저항 운동, 그리고 전 세계적 연대의 압박으로 이스라엘은 나흘간 일시적 휴전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우리의 압박 때문에 이스라엘은 150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아이들과 여성, 포로를 석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에는 비장함뿐 아니라 자신감이 묻어 났다.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도, 오만한 이스라엘을 한발 물러서게 만든 세계적 연대 행동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살레흐 씨는 연대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가자지구의 상황은 여전히 끔찍합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모든 의료진과 언론인을 쫓아내서 어떤 소식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6000명 넘는 사람들이 건물 잔해에 갇혀 있습니다. 연료와 의약품과 구호품이 들어가고 있다지만 최소한의 필요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의 감옥에는 여전히 60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 수감자·포로가 붙잡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연대와 행동을 더욱 강화해서 이스라엘이 공격을 완전히 멈추고, 가자지구로 의약품과 식량이 들어가고, 붙잡힌 사람들을 석방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이날 집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발언에 나서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이태원 참사 등 여러 사회적 참사 항의 운동과 노동자 투쟁 연대 활동에 참가해 온 예수살기 최헌국 목사가 먼저 발언에 나섰다.
“일시적 휴전을 한 것만큼은 우리의 연대가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포로가 그렇게 많다는 것, 특히 어린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정말로 분노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학살과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고작 돌 하나 던졌다고 감옥에 가두는 만행을 저지르는 이스라엘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휴전에 머무르지 않고 하루빨리 종전되는,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함께 연대해 나갑시다.”
필리핀 이주민 공동체 카사마코의 존스 갈랑 씨도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규탄하는 발언으로 힘을 보탰다. 카사마코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이주노동자 명동성당 농성 투쟁 등 한국의 이주노동자 운동에 오랫동안 참가해 온 단체다.
“이스라엘의 학살로 1만 45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습니다. 폭격 잔해에 7000명 넘게 묻혀 있어서 사망자 숫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에는 5800명 넘는 어린아이들이 있습니다. 3800명 넘는 여성, 4000명 넘는 남성이 있습니다. 의료진이 250명 이상 사망했고, 64명 넘는 언론인이 사망했습니다. 36개 병원이 가동을 완전히 멈췄습니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인종 학살입니다. … 일시적 휴전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공무원, 교사, 금속 부문의 노동자들도 참가해 팔레스타인 연대의 뜻을 밝혔다.
허필두 공무원노조 동작구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한국어·영어·일본어로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연대를!’이라고 쓴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명의의 현수막을 들고 발언했다.
“11월 19일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열린 일본 전국노동자 총궐기대회에 저희는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이름으로 이 배너를 들고 참가했습니다. 일본의 각 단체에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와 이스라엘의 학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연대사를 발표했습니다.”
인천의 중학교 교사인 조수진 전교조 조합원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규탄했다.
“병원, 학교, 구급차, 난민촌을 때리는 이스라엘의 엄청난 폭탄들이 어디서 왔습니까? 막대한 돈을 퍼 주고 살상 무기를 쥐여 준 미국 아닙니까? 미국은 이 학살의 공범입니다! … 팔레스타인의 고통과 비극을 외면한 채 학생들에게 정의를 가르칠 수 없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반전평화모임의 김우용 연락간사는 하마스의 무장 저항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의 모든 저항 세력들이 가자지구[라는] 감옥을 부순 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에게는 테러일지 모르겠지만, 팔레스타인과 아랍 민중들에겐 독립 투쟁이고 영웅적인 전사들 아니겠습니까?”
12살인 이집트인 청소년 제나는 서방뿐만 아니라 아랍 정권 등의 위선도 꼬집는 발언으로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든 아랍 통치자와 모든 세계 통치자가 실패하는 동안 우리를 방어하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에 인사 드립니다. … 전 세계 인권 단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조치를 취하려면 [이스라엘이] 얼마나 많은 어린이를 죽여야 합니까? 깨어나려면 얼마나 많은 집을 철거해야 합니까? 진실을 말하려면 몇 명이 필요합니까?
“휴전 4일 동안 팔레스타인 어린아이들은 먹고 마시고 약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는데, 그 이전은 어땠고 이후는 어떨까요? 이스라엘은 침략과 범죄를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 파시스트 나치 같은 점령자의 공격을 중단하세요. 이 공격을 영원히 멈춰라!”
제나가 발언하는 동안 이집트인 참가자들이 흰 천으로 감싼 어린이 체구만한 통들을 하나하나 무대 앞에 놓았다.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당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희생자들을 넣을 관조차 없어 시신을 흰 천으로 두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광화문 사거리, 종로, 삼일대로, 명동 성당~을지로입구역까지의 명동 번화가, 서울광장을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 쪽으로 돌아오는 행진에 나섰다. 이집트인들이 준비해 온 큰 북을 힘차게 두드리며 기세를 올렸고, 한국인과 아랍인이 번갈아 구호를 선창했고 참가자들은 목청껏 따라 외쳤다.
“Netanyahu will see, Palestine will be free!” (네타냐후는 보게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다운 다운(타도하라) 이스라엘!”
“미국 정부도 학살 공범이다!”
미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을 지나며 이런 구호를 외칠 때는 더없이 통쾌했다. 참가자들은 대사관을 향해 야유의 함성도 질렀다.
행진 대열은 거리 시민들로부터 큰 주목과 응원을 받았다. 특히 인파로 붐비는 명동 골목으로 들어서자 남녀노소와 한국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대열을 휴대폰에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행진 대열 안에 있으면 마치 포토라인에 선 기분이 들 정도였다.
행진 대열에 호응하며 구호를 따라 외치고,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고, 주먹을 들어 보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사람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버스에서 작은 미닫이 창문을 열고 애써 손을 내밀어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명동 골목을 빠져 나오자 대열은 50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집회장으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다음 주에도 다시 모일 것을 결의하며 집회를 마쳤다. 주최 측은 12월 2일(토) 오후 2시에 같은 장소에서 11차 집회가 열린다고 공지했다. 또한 12월 1일(금)에는 인천, 12월 3일(일)에는 부산과 수원에서도 연대 행동이 열린다고 알렸다.
이스라엘은 나흘간의 일시적 교전 중단이 끝나면 다시 학살을 이어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운동의 저변을 넓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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